KT텔레캅 기술복제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09: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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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가 그렇게 말해도…협력사와 아옹다옹

[일요시사=경제1팀] KT 계열사인 보안서비스 전문기업 KT텔레캅이 협력업체 기술복제 논란에 휩싸였다. 협력업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오랜 기간 사용했다는 것. 사건은 형사고발을 통해 검찰에 송치된 상황. KT텔레캅은 "이미 협의가 끝난 상황"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텔레캅의 기술 도용으로 수십 년 동안 애쓴 보람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KT텔레캅의 협력사 비경시스템이 KT텔레캅을 상대로 지난 1월 형사고소했다. 비경시스템은 보안장비 및 시스템의 개발 및 제조전문회사로 지난 20년간 무인경비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중소기업이다.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은 시설경비 및 기계경비, 특수경비, 시스템 통합, 시설유지 등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의 주요골자는 KT텔레캅이 비경시스템의 프로그램을 10여 년간 무단으로 불법 복제해 사용했고 사태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비경시스템은 측은 KT텔레캅의 기술 도용으로 회사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우정 '와장창'

이와 관련 비경시스템은 KT텔레캅과 해결을 위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여의치 않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KT텔레캅의 불법복제 혐의를 포착, 지난 6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비경시스템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제소했다.

비경시스템은 KT텔레캅의 협력업체로서 KT텔레캅의 무인경비 사업초기부터 10여 년 이상을 KT텔레캅에 필요한 장비들의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해왔다.


고소장에 따르면 비경시스템은 지난 2001년 KT텔레캅 전용 로컬관제프로그램인 '안전평등'을 개발했다. 로컬관제프로그램이란 집합물건의 경우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고객이 직접 운영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또는 중앙관제와는 별도로 출동요원이 물건에 24시간 상주하며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된 관제시스템이다. 중앙으로 모든 지역의 고객신호를 집중시키고 각 지역별로 출동요원(차량)들은 배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중앙관제시스템과는 다르다.

비경시스템은 KT텔레캅에서 '안정평등'을 채용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2002년과 2005년에 저렴한 샘플가격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식 상품 등록이나 단가계약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비경시스템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KT텔레캅이 비경시스템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했다는 것. 비경시스템은 KT텔레캅의 공동주택 로컬관제프로그램을 수주해 개발을 진행하던 중 KT텔레캅이 조직적으로 자사의 프로그램을 복제해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직원을 통해 3개소의 KT텔레캅 현장에서 '안전평등'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것을 확인했다.

"중소기업 프로그램 10년간 무단 사용" 고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샘플 불법도용 주장

비경시스템에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여 개발한 프로그램을 대기업인 KT텔레캅에서 정당한 비용의 지불 없이 불법 복제해 대량 사용함으로서 10여 년간 많은 피해를 입혀왔으며 현재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경시스템이 KT텔레캅에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KT텔레캅은 현재 안전평등을 110곳에서 무단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비경시스템의 피해금액은 5억2800만원에 달한다.

비경시스템 측은 "중소기업인 협력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당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대량 불법복제해 10여 년간 사용해온 것은 당사의 재산권 및 저작권의 권리를 침해한 사항이다"며 "이는 범법행위이므로 KT텔레캅의 무단 불법 사용자들과 법인에 대한 형사 처벌을 원한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비경시스템은 고소장과 함께 KT본사에서 관계자를 미팅했을 때 약 50건을 불법 복제함을 알려줬다는 내용의 증거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경시스템 관계자는 "사태를 해결하고자 KT와 KT텔레캅의 관련부서 및 윤리경영실에 호소했고 심지어 KT텔레캅 사장과 이석채 KT 회장과의 독대도 했다"며 "(KT텔레캅은) 적극적인 해결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경 "뒷통수 맞았다"
KT "이미 협의 끝났다"

이 관계자는 "KT텔레캅의 요구에 의해 상호 변호사를 내세워 대화를 시도했으나 KT텔레캅이 말도 안 되는 구실로 시간끌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시간만 보내고 법적인 결과에 의존하려는 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관행을 깨뜨리고자, 모든 거래업체를 대신하여 용기를 내어 사법기관에 호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십수 년 동안 같이하고 힘써온 모든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당사가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은 향후 발생될 모든 거래와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바로 잡아야 할 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텔레캅 관계자는 "이미 협의가 끝난 상황인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비경시스템과는 지난 2001년 양해각서를 통해 로컬 관제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함께 사용하기로 협의한 것"이라며 "관련 증거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세로 두 회사 간의 양해각서 7조에는 '본 양해각서에 근거하여 개발을 완료한 텔레캅서비스 상품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등제권리는 공동으로 소유하며, 비용이 지출된 결과물에 관한 권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비경이 담당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비경시스템 관계자는 "MOU는 KT텔레캅의 모든 장비 및 시스템들이 당사의 기술로 만든 장비들이었으므로,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KT텔레캅의 독자사용을 보장받기 위해 당사에 기술 및 사양들에 대한 공동소유를 요구해 이를 인정해 준 문서"라며 "문서상 기술개발 협력 범위 내에는 정확히 로컬관제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반박했다.

MOU 때 "공동소유"

한편 KT는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이래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중소기업의 기술과 자원을 빼앗지 않고, 정당한 가격을 내는 '3불3행'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전담조직 'SW가치혁신팀'이 신설되었으며 'SW 제값주기'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구축 운용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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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