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황당 소송’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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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지리산…102개 산이 사유지?

[일요시사=경제1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황당 소송’이 시선을 끌고 있다. 해고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을 막아달라며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 전국 산 102곳에 가처분신청을 낸 것. 공공장소인 산이 소송 대상에 포함된 것은 유례가 없던 일. 노동자들은 “이러다 전 국토는 물론 ‘야호 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나올 판”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지리산과 설악산이 이웅열 회장 소유랍니까?”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02개 산 집회 금지’ 가처분 심리가 열렸다. 코오롱그룹의 패션과 화학, 산업자재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5월, 최일배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장 외 2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혹 떼려다…

코오롱인더는 이들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전국 242개 코오롱 매장과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한라산 등 국립공원 15곳, 무등산 칠갑산 태백산 등 도립공원 16곳, 명지산 천마산 등 국립공원 9곳 등 전국의 유명산 102곳을 지정했다. 기업이 자사 건물 외에 공공 자산인 국립공원 등에서 특정인의 특정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또 최 위원장 등이 매장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산에서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피켓시위를 한다거나, 유인물을 불특정 다수에 나눠주는 행위를 할 경우 하루 100만원을 법원에 내도록 청구했다. 최 위원장 뿐만 아니라 제3자가 불매운동을 하는 것도 금지해달라고 했다.

이날 열린 심리에서 코오롱인더 측은 “불매운동으로 인하여 기업 신용과 명예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어 가처분신청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고, 최 위원장 측은 “불매운동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행사의 일환으로 이를 제한할 만한 피보전권리는 물론 보전의 필요성조차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가처분 신청”이라고 맞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해고노동자들이 모인 코오롱 정투위는 “코오롱이 계열사의 부실경영으로 야기된 경영위기 탓으로 78명의 노동자를 부당 해고했다”며 4월부터 전국 100여개의 등산로 등에서 불매 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주말마다 관악산, 도봉산 등지에서 ‘정리해고 하는 나쁜기업 코오롱스포츠를 입지 맙시다’는 문구가 담긴 조끼를 입거나 ‘부도덕한 기업’, ‘이상득’, ‘MB정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불매운동 내용이 담긴 리본을 나뭇가지에 매다는 등 불매운동을 진행해왔다. 또 SNS 등을 통해서 이 같은 소식을 알린 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코오롱 측은 “근거도 없이 기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불매운동을 계속해 제품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룹 전체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며 “이미 4년 전 대법원에서 정당한 해고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고자들이 영업방해 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가처분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 측은 “이 불매운동의 목적은 복직을 위함이 아닌, 스스로 정리 해고의 희생자로서 정리해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적 환기를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며 “등산객들에게 불매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권유하는 게 핵심”이라고 맞받아쳤다.

노조원 산 돌며 제품 불매운동 벌이자
플래카드·피켓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

코오롱 노사는 지난 2004년 ‘임금은 절반으로 줄이 돼 구조조정이 없음’에 합의했지만, 그해 말 사측은 합의를 어기고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430여 명을 정리해고 했다. 갈등을 빚던 노사는 2005년 초 임금삭감을 전제로 ‘퇴직 강요 없는 희망퇴직’에 합의 했고, 그해 2월 78명을 추가로 정리해고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 2009년 부당해고가 아니었다면서 코오롱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판에서도 법원이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코오롱스포츠에 대한 불매 내용이 담긴 옷을 입거나 물품을 소지하고 해당 102곳의 산에 등산하는 것이 금지된다.

불매 관련 플래카드를 설치하거나 스티커를 일반 공중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부착할 경우 하루 100만 원을 법원에 내야한다. 또 피켓 등에 ‘이상득’ ‘MB정권’ ‘박근혜’ ‘박지만’ ‘탐욕경영’ ‘부도덕한 기업’ 등의 문구를 사용할 수 없고, SNS와 인터넷 등에 관련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


코오롱정투위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최 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업장이나 매장 앞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은 들어봤지만 개인 소유가 아닌 산까지 신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엽기”라면서 “7월 말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이런 재판을 한다는 자체가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역시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이번 가처분 신청에 따르면 코오롱 노동자가 ‘박근혜’라고 쓴 피켓을 들고만 있어도 100만원씩 물리게 하라는 것”이라며 “정리해고 과정과 결과, 노사정책, 정권과의 유착관계 등 코오롱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기재한 문구는 거꾸로 검찰이 나서서 코오롱에 대해 조사해야 할 의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코오롱스포츠 불매를 알리는 물품을 소지하고 해당 산 입구까지는 갈 수 있으나 산은 오르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라며 “산과 등산객까지 이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묶어두겠다는 ‘심술’로 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전국매장과 전국의 주요 산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을 설정한 것은 그 자체로 피신청인들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구인호 대구지부 대표 역시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와 기업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놓고 어느 쪽이 공익에 우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옷에 글자를 새기고, 알리는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 만약 불이익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판결

어찌됐건 코오롱인더는 전국의 유명한 산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 불매운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냈지만, 이는 오히려 ‘황당 소송’으로 불매운동을 알리는 계기가 돼버렸다. 불매운동도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주말마다 전국 102곳의 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코오롱 불매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산행 인증샷을 올리며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7월 말 공개될 법원의 판단에 법조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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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