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고 벗었다간 ‘개망신’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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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채팅어플 사기수법 공개

[일요시사=사회1팀]최근 남녀 사이를 이어주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무수히 쏟아지면서 앱을 통해 이성과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전한 채팅으로 좋은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문제다.


늦은 밤, 취업준비생 A씨는 울적한 마음에 스마트폰 채팅 앱에 접속해 한 여성을 만났다. 채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대화도중 여성은 A씨에게 얼굴과 중요 신체부위를 보면서 음란 영상통화를 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A씨는 무료 영상통화 앱인 스카이프를 통해 해당 여성과 수분 남짓 나체로 음란행위(자위)를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꽃뱀 스미싱’

A씨는 비록 영상통화였지만 미모의 여성과 나체로 음란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다. 그리고 얼마 후 상대 여성은 “화면이 끊기고 소리가 잘 안들린다”며 갑자기 끊고 A씨에게 ‘시크릿 톡’이라는 앱을 설치할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순순히 링크를 다운로드 받았다. 비극의 시초였다.

이 여성이 추천해 설치한 ‘시크릿 톡’은 정상적인 앱이 아닌 악성코드였던 것이다. 여성이 보낸 ‘시크릿 톡’ 앱에 접속하는 순간 A씨의 전화번호는 물론 연락처 목록, 이메일 주소, 계정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넘어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화상채팅을 하자고 접근한 사람은 여자인 척한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음란행위를 부추긴 여성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영상물 속 인물이었다.

A씨의 나체동영상과 개인정보를 확보한 이 남성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50만원을 요구했다. 처음에 A씨는 당황했지만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과 중요부위 나체사진을 받고서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성은 A씨에게 지인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자세히 말하며 위협했다. “오늘 내로 5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나체사진을 보내겠다.”


자신의 영상이 유포되길 원치 않았던 취업준비생 A씨는 수중에 돈이 없어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친구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걱정하며 궁금해 했지만, A씨는 차마 부끄러워 말 할 수 없었다. 결국 급하게 돈을 마련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 남성은 더 큰 금액을 요구하며 A씨를 협박했다. 계속되는 송금요구에 지친 A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자신의 행위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협박범들은 피해자들이 음란행위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경찰 신고를 주저한다는 점을 역이용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앱에서 만난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여간해서는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으니 체념하고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도 일삼고 있다. 

섹시한 여성과 영상통화로 야릇한 행위
알고보니 남자…피해남성 몸 캡처 후 협박

이처럼 피해자들의 녹화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빌미로 50만∼100만원 상당의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꽃뱀스미싱’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조선족’으로 알려져 있어 처벌이 쉽지 않은 상태다. 포털사이트에 ‘스카이프 협박’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A씨처럼 음란행위 유포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만큼 피해자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직장인 B씨는 “처음에 전화로 협박을 받았을 때는 무시해버렸지만,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내 얼굴과 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보내왔다”며 “만에 하나 사진이 직장 동료들에게 유포될까 봐 돈을 보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돈을 수차례 송금했다는 것. 이러한 협박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송금을 하면 할수록, 요구하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가 능사는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C씨는 A씨와 B씨와는 달리 송금요구를 완전히 무시했다. C씨는 “협박 받은 날 저녁까지 입금하라고 전화가 계속 왔지만 무시했다. 그런데 지인 한명에게 유포되어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돼 잠을 못자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해킹 전문강사는 “협박범들은 일반계좌가 아닌, 가짜 계좌를 알려준다”며 “계좌를 받은 즉시 인터넷 뱅킹에 조회해 가짜 계좌를 확인한 후 없는 계좌이니 다른 계좌를 알려달라고 해서 신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50만원을 입금하면 그 때 부터가 지옥의 시작이다.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협박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입금을 한 사람에게는 집요하게 협박하고 영혼마저도 뜯어낸다”며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용자들은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미싱 원천 차단솔루션 등을 설치하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허용되지 않은 악성앱이 설치됐을 경우 신속하게 삭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포” 돈 요구


관련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협박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상당수 들어오고 있다”며 “허락없이 타인의 얼굴과 성기 등을 유포시키는 것은 정보통신망보호법 위반은 물론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 범죄지만 음란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를 당하면 곧바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한 뒤 변형앱을 대비해 스마트폰을 곧장 초기화하는 등 연동되었던 모든 계정에서 탈퇴한 뒤 재가입을 하면 된다”며 “신종 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팅어플의 그림자
조건만남 사기 극성

‘카카오톡’을 이용한 신종 ‘조건만남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충북 청주시 금천동에 살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 L씨는 최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성을 찾아준다’는 ‘채팅어플’을 통해 20대 여성을 만났다. 채팅녀는 “‘조건만남 알선 회사(업소)’에 소속돼 있다” 면서 회사 계좌로 보증금 10만원을 입금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L씨는 이 말을 믿고 채팅녀가 알려준 계좌로 10만원을 입금시켰지만 채팅녀는 L씨를 만나주지 않았고 ‘계좌 오류·수수료 문제’ 등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추가로 돈을 더 입금시키면 만나 주겠다고 했다. L씨는 채팅녀를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에 30만원을 추가로 입금시켰다. L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채팅녀에게 입금한 돈은 무려 470여만원에 이른다. 

화가 난 L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채팅녀에게 말했지만 오히려  L씨에게 “성매수 혐의로 같이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처럼 최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조건만남 채팅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명 ‘사기꾼’을 잡아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고 경찰은 토로했다. 

용의자들 모두가 해외IP나 대포계좌, 대포폰, 채팅어플 등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또한 은밀한 성매수를 위한 불법거래다 보니 처벌이 두려워 경찰 신고를 꺼리고 있는 것도 수사가 쉽지 않은 요인 중의 하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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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