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성추행 천태만상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26 09: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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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미끼로 "키스해줘" 승진미끼로 "나랑하자"

[일요시사=경제1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 임원들의 추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승진과 채용 등 인사권을 미끼로 한 성범죄가 만연하다. 정책금융공사에서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제2, 제3의 윤창중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성추행 공화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간부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추진됨에 따라 산업은행이 수행해 온 정책금융역할을 승계하고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월 설립된 산업은행 산하 공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워크숍을 다녀오던 중 정책금융공사 소속 간부인 박모씨는 버스 안에서 부하 여직원을 껴안는 등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박씨는 당시 만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추행 사실은 내부 투서를 통해 사측에 보고됐다. 그러나 징계 처분은 곧바로 내려지지 않았다. 박씨가 돌연 병원에 입원해 인사위원회를 계속 미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박씨는 피해 여성과 접촉해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접촉 빈번

정책금융공사는 박씨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지만 한 달 가까이 징계를 미뤄왔다. 이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정책금융공사는 뒤늦게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씨를 해임 조치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1월에도 고위급 간부가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사건은 공사 조사연구실에서 근무 중이던 김모 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청와대와 금융위는 정책금융공사 비리 주역 최모 부사장을 파면하라'라는 장문의 글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이 글에서 최 전 부사장을 지목해 독단적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사내 파벌을 조장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부사장은 노골적으로 '내가 있는 한 외부출신의 승진은 없다' '사장도(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나한테 줄 잘서라' '(비산은출신 팀장에게) 내가 당신을 부장시키면 사장 앞에서 나를 씹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팀장은 최 전 부사장의 현금상납설과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부사장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파행을 폭로했다. 

감사원은 4∼5명의 인력을 투입해 관련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게 감사를 진행했다. 투서를 블로그에 올린 김 팀장은 사표를 제출했으며 최 전 부사장은 모든 직무와 권한이 중지됐다.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먼저 챙기고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별했다는 이유다.

강원 횡성군청에서는 여직원이 승진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며 간부 공무원을 처벌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횡성군청 여직원 A씨는 지난 2009년 자신이 근무하던 부서의 간부인 B씨가 승진을 미끼로 수년간 성관계를 요구해왔다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지난 5월 초 진정서를 제출했다. 현재 A씨는 "B씨 때문에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났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B씨는 "일반적 직장 상하 관계였을 뿐 성관계를 가졌거나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A씨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신의 직장'공공기관 임원들 추태 잇달아
정책금융공사 간부 또 여직원에 '치근덕'


내국인 출입 카지노장인 강원랜드에서는 간부 직원이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랜드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 중인 이모씨는 "대리급 직원인 이모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지난 4월20일 회사 측에 조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이씨는 성희롱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다.

강원랜드 자체 조사 결과 가해자 이씨는 지난 3월부터 피해자 이씨가 거부 반응을 보였는데도 2주일에 걸쳐 성적인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또한 채용을 미끼로 키스를 요구하는 등의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을 61차례나 전송했다.

강원랜드는 지난 5월 초 가해자 이씨는 중징계인 정직처분하기로 하고 '아르바이트 직원 성희롱사건 특별조사 보고서'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했다.

공직사회 전반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하 여직원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제2, 제3의 윤창중'사례가 만연하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문 여직원 10명 가운데 1명꼴로 피해를 입었다.

알바생도 당해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의 92%는 업무·인사 고과상의 불이익 등 '갑의 보복'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들의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제2, 제3의 윤창중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조직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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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