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한국판 수퍼볼’로 자리 잡았다. 스폰서 기업부터 참가 선수, 그리고 골프팬까지 모두가 즐거워하는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했다. 불과 십수년  만의 일이다.


드높은 한국여자골프의 인기비결
박세리의 ‘헝그리 정신’

흥행 좌우하는 스타급 선수 매년 등장
TV 시청률, 광고단가도 절대 우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따르면 올해 공식대회는 모두 27개에 달하며 상금규모는 175억원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주관하는 코리안투어 대회 15개와 상금 규모 123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1998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1998년 남자투어는 7개 대회에 상금규모가 14억7670만원에 달했지만 여자투어는 7개 대회가 열렸음에도 상금규모는 7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현재 KLPGA투어는 21배나 성장했고, 같은 기간 남자투어는 7배 성장에 그쳤다.

경기 침체기
나 홀로 상한가

특히 여자골프의 인기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1998년 45개 대회에서 올해 41개 대회로 줄었다. 하지만 상금규모는 1998년 9605만달러(약 1060억원)에서 올해 2억6675만달러(약 2946억원)로 177% 성장했다.
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같은 기간 41개 대회에서 28개 뒷걸음질했고 상금규모도 3311만달러(약 343억원)에서 4880만달러(약 548억원)로 47% 성장에 그쳤다.
KLPGA투어의 비즈니스 효과는 ‘경기침체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후폭풍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로 굳어져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감이 큰 상황에서도 KLPGA투어는 나 홀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지난해 22개 대회보다 5개 대회가 늘었고, 상금 규모도 지난해 138억원에서 올해는 175억원을 돌파해 ‘총상금 200억원 시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선수 저변 확대도 KLPGA투어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KLPGA 정회원 800명 가운데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정규투어 출전 선수는 추천선수를 포함해 모두 106명.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격언은 KLPGA투어에 그대로 적용된다. 
상금이 많다 보니 프로골퍼가 고소득을 보장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상금랭킹 4위까지 4억원 수입을 넘겼고, 63위도 4000만원을 벌어 대기업 대졸 초임 수준에 육박했을 정도다.
매년 우수한 선수가 탄생하면서 KLPGA투어 출신의 해외투어 선수도 급증했다. 조건부투어 합류 선수를 포함해 LPGA투어에 현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선수는 모두 31명에 달하며, 일본투어로 넘어간 선수도 무려 23명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새로운 공식을 만든 셈이다.
KLPGA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올해 시드 배정자 대부분이 든든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소속인 김효주(18)와 LG그룹 소속 김자영(22), KT 소속 김하늘(25) 등은 인기스타 모델료와 비슷한 5억원 규모로 연간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이 정도면 프로골퍼 중에 걸어다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여자투어의 인기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프로암대회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기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경기로 들어가면서 VVIP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마땅한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VVIP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기업이 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마케팅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됐다는 얘기다.
KLPGA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갤러리 티켓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갤러리 부족으로 시달렸던 아픔은 이제 과거가 됐다. 대회기간이 되면 ‘티켓 청탁’ 민원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 환경도 여자골프 인기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방송 중계권 계약이 완벽히 정리되지 못한 관계로 현재 KLPGA투어는 SBS골프와 J골프 두 방송사에서 동시 중계를 하고 있다. 골프방송을 시청하는 모든 골퍼에게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셈이니 이보다 더한 횡재가 또 있을까.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도 여자대회를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시청률도 남자대회를 압도한다.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골프채널 광고단가는 케이블TV 시청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YTN과 TVN에 버금가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김평기 스포티즌 부사장은 “여자골프의 인기는 앞으로 2~3년까지는 무리 없이 이어질 것이다. 협회 설립의 취지를 잊지 않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 저변 급속한 확대로 규모도 확대
올해 상금 175억원, 15년간 21배 성장

갤러리 티켓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KLPGA가 기업식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면서 대회가 풍성해진 점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3월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취임 이후 KLPGA 조직은 철저하게 마케팅 조직으로 개편됐고 투어에 대한 홍보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나섰다. 
구 회장은 “무턱대고 스폰서를 찾아가 대회를 부탁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폰서들도 대회 유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폰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회 유치 효과를 보여주는 계량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KB금융컵 제11회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이 부산에 있는 베이사이드 골프클럽에서 열렸다. 한국 대표팀은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6명의 선수와 KLPGA투어 4명, 그리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3명 등 각 투어에서 골고루 선발됐다. 일본 대표팀은 통산 50승 선수 후도 유리를 포함해 요코미네 사쿠라, 모기 히로미, 바바 유카리 등 막강한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틀간의 경기를 펼친 끝에 승점 23점을 챙긴 한국은 13점에 그친 일본을 대파했다.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최나연, 신지애, 박인비, 유소연 등의 위용을 갖춘 한국대표팀은 자국 투어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 대표팀과 애초부터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정도면 세계올스타와 맞붙어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는 1967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1988년 설립됐다. 역사만을 단순 비교하면 한국여자골프는 일본에 비해 20년이나 뒤쳐지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세계 여자골프 성적표만 놓고 보면 일본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본 투어에서조차 3년 연속 상금왕을 내주는 등 한국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무대인 LPGA 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산 100승을 훌쩍 넘겨 미국을 제외한 나라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고, ‘골프여제’로 칭송받는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박인비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여자골프가 이처럼 강한 이유는 뭘까? 젓가락질을 통해 길러진 탁월한 ‘손의 감각’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한국여자골프 발전의 일등공신은 역시 ‘박세리’다.
1996년 KL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박세리는 이듬해인 1997년 LPGA투어 Q스쿨에 도전해 1위로 통과했다. 정규투어 1년 차인 1998년에는 맥도널드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를 연거푸 들어 올렸다. 특히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신화’는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힘들어하던 시절에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LPGA투어 통산 25승을 달성한 박세리는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발하게 뛰고 있다. 한국여자골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박세리. 주변 지인들은 그를 가리켜 ‘헝그리 골퍼’라고 부른다. 삼성과 거액의 후원 계약도 체결했고, 집안 형편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단지 LPGA투어 한국선수 1세대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그를 배고프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이성환 세마스포츠 대표이사는 “전담팀과 리드베터 아카데미 교육 등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 박세리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는 심정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애국심도 그의 성공에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자 프로 선수
철저한 자기관리

박세리의 활약은 한국여자골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의 성공신화는 어린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새로운 롤 모델이 되면서 골프 열기에 불을 붙였다. 당시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골프에 입문한 선수들이 바로 여자골프 한일전 우승의 주역인 ‘세리 키즈’ 최나연, 신지애, 박인비, 유소연 등이다.
선진국의 교습 방법 도입과 골프아카데미 시장 확대에도 박세리의 역할이 컸다. 이제는 체계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특히 여자 선수들 대부분은 경쟁적으로 체력 훈련과 정신 훈련을 병행하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금랭킹 2위의 허윤경의 경우 스윙코치, 멘탈코치, 체력코치를 따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50% 이상의 여자 선수들이 전담팀 형태로 코치진을 꾸리고 있다.
KLPGA투어의 흥행을 좌우하는 스타급 선수가 매년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신지애, 유소연이 자리를 비우면 김자영, 양수진 등이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로 탄생했고 지난해에는 ‘슈퍼루키’ 김효주가 등장해 골프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