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다음 타깃은?" 롯데그룹 폭풍전야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3:51
  • 댓글 0개

검찰 캐비닛 열리니…신동빈이 떨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CJ그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재계는 서슬퍼런 전방위 사정에 '초긴장' 상태다. 그중 유난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MB정부 최대 수혜 롯데그룹이다. 이미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 중이며 그룹 총수에 대해선 소환이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권하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MB정부하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 국방부가 항공기와 건물 충돌 가능성 등 비행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잠실 제2롯데월드는 MB정부의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말 한마디에 초고속 신축허가가 났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 주거시설을 허용하겠다는 특혜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으며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필요 부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속에서도 부산롯데타운 건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롯데타운은 부산 중구 중앙동 7가 20-1번지 일원에 건립 중으로 지하 8층~지상 107층, 58만여m²의 연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백화점과 아쿠아몰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 중에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동은 지상 8층 골조공사 중이다. 107층 타워동은 지하 8층부터 지하 1층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지하층 마감공사를 진행 중이다.

MB 한 마디에
날개 단 롯데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세청이 앞장서서 주류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롯데는 별 무리 없이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는 세종시 일부 땅을 맥주공장으로 내준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잠실 본사에 맥주사무실을 마련하고 인력 스카웃에 나섰으며 오는 10월 맥주 병입설비가 들어오면 생산테스트를 거쳐 연말경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도 논란의 중심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면세점 운영 사업자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지분 81%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다. 롯데호텔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승인을 받았고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사업권' 승계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에 대한 승계 불허와 비교되며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MB정부와 롯데그룹의 연결 고리를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대표(현 현대아산 사장)가 담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학창시절부터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천실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속한 '61회'라는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안국포럼 시절과 2008년 정권 출범 직전까지 소공동 롯데호텔을 자주 활용했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6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MB 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 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MB정부 때 수혜 톡톡 '승승장구'
정권 바뀌고 이상기류 '사면초가'
국세청·공정위·감사원 '정조준'

잘 나가던 롯데그룹이 발목을 잡힌 때는 공교롭게로 MB정부 시대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롯데그룹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계열사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지난해 7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아무 역할도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중간 마진을 챙기게 하는 계열사 부당지원, 이른바 '통행세'에 대한 첫 번째 제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 모델 변경 및 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ATM기를 구매할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 중에 신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보일러제조 전문 회사인 롯데기공은 금융자동화기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정위는 ATM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ATM과 운영프로그램을 공급받던 협력업체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김모 대표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업체 A사는 롯데피에스넷과 2008년 12월부터 A사가 개발한 ATM기와 ATM 운영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로 ATM 운영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시스템 유지와 보수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씨는 그러나 ATM 시스템 유지 및 보수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A사에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라고 여러 차례 강요, A사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는 부하직원 박모씨에게 A사 핵심 프로그램 소스를 빼내오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롯데호텔 세무조사

박씨는 롯데피에스넷에 파견근무 중인 A사 직원 노트북에서 ATM 프로그램 소스를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이용해 몰래 빼낸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부당하게 빼낸 기밀을 열 차례에 걸쳐 변형해 부정하게 사용, A사 피해 예상금액이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월에는 롯데닷컴이 할인율을 허위 표시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롯데닷컴은 다운점퍼와 여성구두를 판매하면서 할인율이 0%임에도 출시가격을 종전판매가격으로 표시해 마치 대폭 할인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2010년 8월 출시 당시 19만8000원에 판매됐던 다운점퍼 가격이 이후 11만5000원으로 가격이 내렸지만 홈페이지 판매가격을 출고가격으로 계속 기재해 마치 42%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썼다. 여성구두도 인하가격 15만9000원 대신 출고가격 30만9000원으로 기재해 49%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했다. 이를 통해 롯데닷컴은 약 580만원의 부당한 판매수수료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롯데닷컴에 이 같은 허위 사실을 3일간 쇼핑몰 초기화면에 게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이와 함께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12월에는 롯데마트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서면계약 없이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롯데마트는 6개 납품업체의 직원 145명을 2008년 한 해 동안 자사 점포에서 판매업무를 하도록 하면서 특정매입 계약 관계에 있는 해당 업체와 서면계약을 맺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또 32개 납품업체와 직매입 거래를 하면서 물류업무 대행의 거래조건에 관한 서면계약을, 52개 납품업체와는 기본계약서를 일정기간 늦게 교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 모양새다. 국세청은 지난 2월21일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 사측에 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롯데호텔 조사에는 보통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 1, 2국 요원이 아닌 국제 거래조사국 소속 요원 30여 명이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팝콘 사업 철수
'눈 가리고 아웅'

그룹 내부거래와 전산자료를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롯데호텔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나이스정보통신 등 '밴(Van)'사를 압박, 부당이득을 챙기다 적발되어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카드 거래 1건당 수수료를 받아 이중 일부를 대형가맹점에 전산유지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롯데호텔은 호텔·면세점·잠실롯데월드어드벤처 테마파크·골프장 사업 등을 모두 도맡고 있으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롯데호텔의 세무조사가 그룹 계열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감사원은 4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따내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가 2∼3세들은 부모 회사의 힘을 빌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씨는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롯데백화점 지점에 잇따라 입점하고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는 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장씨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포숑' 사업을 철수했지만 뒤이어 장씨의 남편인 양성욱씨가 지난해 독일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 '포이달'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롯데백화점에 들여와 팔았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을 독점 운영했다.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팝콘 매장을 운영하는 시네마통상 최대주주는 신영자 사장(33%)이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 경애(5.44%)·선호씨(5.44%) 지분도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는 영화관 매점사업을 운영 중인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27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의 남대문로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공정위는 대홍기획이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거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지난 2008년에도 광고대행사 중 처음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롯데는 국내 대형 유통그룹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는 총 34건으로 신세계(5회)와 현대백화점(7회)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정위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그룹에 내린 제재는 시정명령 20건과 과태료·과징금 부과 12건, 고발 2건 등이다.

오너 2∼3세들 부모 회사 덕에 '훨훨'
줄줄이 대표이사 사임…소나기 피하기?

롯데그룹은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76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일감은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에 몰려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이들 회사와의 매점사업 계약을 해지하면서 논란은 해소됐다.

그러나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한 둘이 아니다.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롯데쇼핑(2369억원), 롯데삼강(2003억원), 웰가(545억원), 롯데칠성음료(537억원), 롯데후레쉬델리카(271억원), 롯데제과(238억원), 롯데리아(220억원) 등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면서 2011년 매출 4626억원 중 3649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같은 기간 대홍기업은 2321억원 중 1550억원(67%)을, 롯데닷컴은 1746억원 중 1155억원(66%)를, 롯데후레쉬델리카는 731억원 중 685억원(95%)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롯데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5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
밀고 당기고

하지만 빈말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22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다. 당시 업계는 정부가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 전환한 것을 두고도 사정당국 수사에 대한 롯데의 선제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

재계는 롯데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분위기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