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다음 타깃은?" 롯데그룹 폭풍전야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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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캐비닛 열리니…신동빈이 떨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CJ그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재계는 서슬퍼런 전방위 사정에 '초긴장' 상태다. 그중 유난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MB정부 최대 수혜 롯데그룹이다. 이미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 중이며 그룹 총수에 대해선 소환이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권하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MB정부하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 국방부가 항공기와 건물 충돌 가능성 등 비행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잠실 제2롯데월드는 MB정부의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말 한마디에 초고속 신축허가가 났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 주거시설을 허용하겠다는 특혜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으며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필요 부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속에서도 부산롯데타운 건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롯데타운은 부산 중구 중앙동 7가 20-1번지 일원에 건립 중으로 지하 8층~지상 107층, 58만여m²의 연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백화점과 아쿠아몰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 중에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동은 지상 8층 골조공사 중이다. 107층 타워동은 지하 8층부터 지하 1층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지하층 마감공사를 진행 중이다.

MB 한 마디에
날개 단 롯데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세청이 앞장서서 주류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롯데는 별 무리 없이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는 세종시 일부 땅을 맥주공장으로 내준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잠실 본사에 맥주사무실을 마련하고 인력 스카웃에 나섰으며 오는 10월 맥주 병입설비가 들어오면 생산테스트를 거쳐 연말경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도 논란의 중심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면세점 운영 사업자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지분 81%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다. 롯데호텔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승인을 받았고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사업권' 승계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에 대한 승계 불허와 비교되며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MB정부와 롯데그룹의 연결 고리를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대표(현 현대아산 사장)가 담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학창시절부터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천실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속한 '61회'라는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안국포럼 시절과 2008년 정권 출범 직전까지 소공동 롯데호텔을 자주 활용했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6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MB 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 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MB정부 때 수혜 톡톡 '승승장구'
정권 바뀌고 이상기류 '사면초가'
국세청·공정위·감사원 '정조준'

잘 나가던 롯데그룹이 발목을 잡힌 때는 공교롭게로 MB정부 시대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롯데그룹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계열사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지난해 7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아무 역할도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중간 마진을 챙기게 하는 계열사 부당지원, 이른바 '통행세'에 대한 첫 번째 제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 모델 변경 및 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ATM기를 구매할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 중에 신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보일러제조 전문 회사인 롯데기공은 금융자동화기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정위는 ATM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ATM과 운영프로그램을 공급받던 협력업체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김모 대표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업체 A사는 롯데피에스넷과 2008년 12월부터 A사가 개발한 ATM기와 ATM 운영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로 ATM 운영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시스템 유지와 보수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씨는 그러나 ATM 시스템 유지 및 보수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A사에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라고 여러 차례 강요, A사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는 부하직원 박모씨에게 A사 핵심 프로그램 소스를 빼내오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롯데호텔 세무조사

박씨는 롯데피에스넷에 파견근무 중인 A사 직원 노트북에서 ATM 프로그램 소스를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이용해 몰래 빼낸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부당하게 빼낸 기밀을 열 차례에 걸쳐 변형해 부정하게 사용, A사 피해 예상금액이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월에는 롯데닷컴이 할인율을 허위 표시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롯데닷컴은 다운점퍼와 여성구두를 판매하면서 할인율이 0%임에도 출시가격을 종전판매가격으로 표시해 마치 대폭 할인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2010년 8월 출시 당시 19만8000원에 판매됐던 다운점퍼 가격이 이후 11만5000원으로 가격이 내렸지만 홈페이지 판매가격을 출고가격으로 계속 기재해 마치 42%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썼다. 여성구두도 인하가격 15만9000원 대신 출고가격 30만9000원으로 기재해 49%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했다. 이를 통해 롯데닷컴은 약 580만원의 부당한 판매수수료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롯데닷컴에 이 같은 허위 사실을 3일간 쇼핑몰 초기화면에 게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이와 함께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12월에는 롯데마트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서면계약 없이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롯데마트는 6개 납품업체의 직원 145명을 2008년 한 해 동안 자사 점포에서 판매업무를 하도록 하면서 특정매입 계약 관계에 있는 해당 업체와 서면계약을 맺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또 32개 납품업체와 직매입 거래를 하면서 물류업무 대행의 거래조건에 관한 서면계약을, 52개 납품업체와는 기본계약서를 일정기간 늦게 교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 모양새다. 국세청은 지난 2월21일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 사측에 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롯데호텔 조사에는 보통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 1, 2국 요원이 아닌 국제 거래조사국 소속 요원 30여 명이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팝콘 사업 철수
'눈 가리고 아웅'

그룹 내부거래와 전산자료를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롯데호텔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나이스정보통신 등 '밴(Van)'사를 압박, 부당이득을 챙기다 적발되어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카드 거래 1건당 수수료를 받아 이중 일부를 대형가맹점에 전산유지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롯데호텔은 호텔·면세점·잠실롯데월드어드벤처 테마파크·골프장 사업 등을 모두 도맡고 있으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롯데호텔의 세무조사가 그룹 계열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감사원은 4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따내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가 2∼3세들은 부모 회사의 힘을 빌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씨는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롯데백화점 지점에 잇따라 입점하고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는 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장씨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포숑' 사업을 철수했지만 뒤이어 장씨의 남편인 양성욱씨가 지난해 독일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 '포이달'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롯데백화점에 들여와 팔았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을 독점 운영했다.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팝콘 매장을 운영하는 시네마통상 최대주주는 신영자 사장(33%)이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 경애(5.44%)·선호씨(5.44%) 지분도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는 영화관 매점사업을 운영 중인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27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의 남대문로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공정위는 대홍기획이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거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지난 2008년에도 광고대행사 중 처음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롯데는 국내 대형 유통그룹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는 총 34건으로 신세계(5회)와 현대백화점(7회)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정위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그룹에 내린 제재는 시정명령 20건과 과태료·과징금 부과 12건, 고발 2건 등이다.

오너 2∼3세들 부모 회사 덕에 '훨훨'
줄줄이 대표이사 사임…소나기 피하기?

롯데그룹은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76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일감은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에 몰려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이들 회사와의 매점사업 계약을 해지하면서 논란은 해소됐다.

그러나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한 둘이 아니다.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롯데쇼핑(2369억원), 롯데삼강(2003억원), 웰가(545억원), 롯데칠성음료(537억원), 롯데후레쉬델리카(271억원), 롯데제과(238억원), 롯데리아(220억원) 등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면서 2011년 매출 4626억원 중 3649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같은 기간 대홍기업은 2321억원 중 1550억원(67%)을, 롯데닷컴은 1746억원 중 1155억원(66%)를, 롯데후레쉬델리카는 731억원 중 685억원(95%)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롯데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5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
밀고 당기고

하지만 빈말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22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다. 당시 업계는 정부가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 전환한 것을 두고도 사정당국 수사에 대한 롯데의 선제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

재계는 롯데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분위기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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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