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화장품 '브랜드 표절' 논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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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구멍가게 간판 베꼈다?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청담동에 'ONL'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리고 소망화장품이 론칭한 뷰티&라이프 스토어 'ONL'이 있다. 먼저 생긴 곳은 레스토랑. 그런데 상표출원은 소망화장품이 먼저 했다. 레스토랑 'ONL'은 2호점 개설이 불투명하다. 몰랐다고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가 구멍가게와 다름없는 소규모기업의 브랜드를 가로챈 겪이다.



지난 2009년 ㈜오늘하나는 강남구 청담동에 서양식 레스토랑점을 오픈하면서 한글 '오늘'을 영문으로도 연상케 할 수 있도록 이니셜과 함께 'ONL'이라는 영문 표기 로고를 만들어 레스토랑 브랜드로 사용해왔다. 레스토랑은 국내 드라마 촬영장소로 수차례 대관 계약을 맺으면서 입소문을 탔고 일본 잡지에 실리면서 일본 관광객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정말 몰랐나?

기세를 몰아 ㈜오늘하나는 2호점 개설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을 만났다. KT&G 계열사인 ㈜소망화장품이 지난 3월 말 신촌에 뷰티&라이프스타일샵 'ONL' 1호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소망화장품의 브랜드 론칭 소식을 앞다퉈 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오늘하나 측은 브랜드가 동일하다며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소망화장품에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큰 문제가 없다. 'ONL'이라는 로고를 사전에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하나 임원들은 ㈜소망화장품을 방문, 법무팀장과 브랜드 사용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망화장품 측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후 ㈜소망화장품은 명동, 이대, 강남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오픈했다. 인천, 광주, 부산, 제주 등 전국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도 입점했다.

㈜오늘하나는 뒤늦게 'ONL' 브랜드에 대한 상표등록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미 ㈜소망화장품 측이 화장품 업종뿐만 아니라 커피를 포함한 유사상품 업종에서도 'ONL'이라는 상표를 쓸 수 있도록 출원을 해둔 상태였다.


㈜오늘하나의 2호점 개설은 불투명한 상태다. ㈜오늘하나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표등록을 먼저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4년이라는 시간동안 'ONL'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레스토랑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졌고 사전에도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보니 주변에서 누구도 상표를 도용하거나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며 "설마 대기업 계열사인 소망이 이런 식으로 상표등록을 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결국 ㈜오늘하나는 지난 4월23일 ㈜소망화장품이 2013년 3월 론칭한 신규브랜드 샵 'ONL'의 브랜드 및 로고 사용금지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을 서울지방법원에 신청했다.

'ONL'상호 두고 중소기업과 저작권 분쟁
"자체 개발"vs "4년 사용, 모를 리 없다"

쟁점은 ㈜소망화장품이 ‘ONL’이라는 브랜드가 사전에 존재했는지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다. 소망화장품이 'ONL' 상표를 먼저 등록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상법 권리자로 추정이 된다. 다만 'ONL'이 브랜드로서 식별력이 있고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ONL'의 상표 출원이 되어 있지 않은 사정을 알고 ㈜소망화장품이 상표를 등록한 것이 재판부에서 인정된다면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상 상표 절도에 해당된다. 비슷한 사례에서 상표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토속삼계탕' 식당의 경우 '토속'이라는 단어가 누가 서비스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표 등록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서울지역에서는 같은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 '유명성'도 상표 권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망화장품 측은 'ONL'이라는 브랜드의 기존 존재 여부에 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소망화장품은 브랜드 컨설팅 전문회사와 함께 오래전부터 네이밍과 콘셉트 작업을 해왔다"며 "한글 '오늘'을 영문으로 표기한 'ONL'이라는 브랜드를 자체 개발했다. 'ONL'이라는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ONL'에 대한 상표등록도 무사히 마친 상태다"고 덧붙였다.

㈜오늘하나 측 입장을 정리하면 한 마디로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ONL'을 치면 양현덕 ㈜오늘하나 대표가 운영 중인 블로그와 함께 'ONL'을 맛집으로 소개하는 블로거들의 글, 그리고 연관검색어로 '청담동 ONL' '오늘하나'가 뜰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검색어 한 번만 치면 나오는 브랜드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한 브랜드 컨설팅 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브랜드 네이밍 회사는 상표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1차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사상표가 있는지 여부를 검색하고, 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하나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나 소망화장품 직원 그 누구라도 한번만 포털 사이트에서 'ONL'을 검색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결국 대기업의 논리를 앞세워 쟁탈해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문투성이

이 관계자는 또 "㈜소망화장품 측은 'ONL'이라는 동일한 브랜드로 모방해 론칭·사용함은 물론 대기업적인 업무 행태인 규모적 영업홍보활동(파워블로거 등)으로 중소기업인 ㈜오늘하나의 매장 영업 및 계획된 신규 매장 개설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기업에서 브랜드를 독창적으로 창작해 4년 동안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알리며 일궈온 사업을 철저히 짓밟는 대기업적 갑의 행태다. 법의 올바른 심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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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