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아역스타 안티 논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8 09:53:05
  • 댓글 0개

아이들이 뭔 죄?…정신나간 악플러

[일요시사=사회팀] 방송가에 불어 닥친 키즈 열풍.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한다. 최근 있었던 '윤후 안티' 논란은 우리 어른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는 결국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독이다.



한창 사랑받고 자라야 할 어린 아이들이 악성댓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8살 꼬마 윤후와 '리틀 싸이' 황민우가 그 주인공이다.

8살 꼬마에 화살

지난 10일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스타 윤후를 표적으로 한 안티카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윤후 안티카페는 지난 4월 온라인에 개설된 비공개 카페. 현재는 폐쇄됐지만 얼마 전까지 약 20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후 싫어하는 모임이지만 서로 대화하고 노는 카페입니다"라는 글이 해당 카페의 성격을 소개하고 있었다.

윤후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은 "8살 된 꼬마가 받게 될 상처를 생각해야 한다"며 즉각 안티카페 폐쇄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한 번 입소문을 탄 파문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었다. 해당 카페의 존재가 알려진 후 일부 네티즌들은 제2, 제3의 윤후 안티카페를 개설하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윤후의 아버지이자 그룹 바이브 멤버 윤민수 측이 입을 열었다. "몇몇 사람들이 8살 아이를 상대로 안티카페를 만들었다는 것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아직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은 없고 자제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윤민수 측의 입장은 곧 복수 언론에 의해 기사화됐다.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윤후의 안티카페가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먼저 닉네임 다크**는 "우리 윤후가 이런 안티카페를 못 보게 해 달라"며 "어찌 보면 인기의 방증이겠지만 정말 미친**들이네요"라고 성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닉네임 ks*는 "8살 아이한테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말라"며 안티카페 회원들을 맹비난했다.

또 닉네임 쩡*은 "이번 일로 윤후가 방송에서 하차한다고 할까봐 두렵다"면서 "우린 후 없이 하루도 못 사는데 정말 어이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밖에 닉네임 구미*는 "천사 같은 우리 윤후가 뭘 어쨌다고 안티카페냐"면서 "안티카페 개설자나 회원 모두가 정말 사회악"이라며 일갈했고, 닉네임 cjdgkt*****는 "열등의식에 쌓여 있는 미친 **들아.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라며 "힘없는 자들한테만 저러지. 아이한테까지 이러는 걸 보니 참 비굴하고 찌질해보인다"고 의견을 남겼다.

'리틀 싸이' 황민우 악성댓글에 시달려 
'아빠 어디가' 윤후 비방 안티카페 생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난 여론에 윤후 안티카페는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성난 네티즌들의 항의글로 온라인이 도배됐고, 마침내 안티카페 개설자가 카페 폐쇄를 약속했다. "윤후와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한 번 들끓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닉네임 SEPHI****는 "저런 카페를 개설한 버러지는 잡아야 되지 않냐"며 카페 개설자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닉네임 ysw**는 "개설자에게 아동학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아이를 상대로 공공의 장소에서 언어폭력을 가했으니 제대로 색출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닉네임 권혁* 역시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은 구속수사까지 가능하다"면서 "아이들이 있는 아빠로서 악플러들의 행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격양된 분위기는 '윤후 구제운동'으로 번졌다. 윤후 안티카페를 검색어에서 내리기 위해 '윤후 사랑해' '윤후 천사'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 것.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윤후 사랑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했고, 곧 검색어 순위에는 '윤후 사랑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많은 네티즌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윤후 안티카페는 온라인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논란거리가 아님에도 언론과 대중의 지나친 관심으로 사건이 확대됐다는 시각이다.

닉네임 젤리**는 해당 안티카페를 직접 캡처한 자료들을 근거로 "윤후 안티카페는 전체 회원수가 약 200명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카페 운영자를 욕하려고 가입한 사람들이 태반인데 마치 대단한 안티카페라도 있는 양 언론이 호도하는 게 웃기다"고 지적했다.

닉네임 진격의***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한 카페에 올린 게시물에서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을 겨냥해 안티카페를 만든 행위 자체를 질타해야지 '우리 윤후만은 안 돼'라는 식의 분위기는 곤란하다"면서 "그럼 애초에 연예인 2세들이 TV에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누구든 TV에 노출되면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리틀 싸이'라는 애칭으로 활동 중인 황민우는 TV에 노출된 후 끊임없는 악성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 ‘리틀 싸이’라는 별명을 얻은 황민우는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연예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황민우의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황민우는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호감 캐릭터로 등극했다. 더불어 부모에 의한 혹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황민우의 부친은 한 언론을 통해 "민우가 댓글을 읽다가 울더라"면서 "연예인으로 데뷔시키지 말걸 그랬다"며 후회 어린 심경을 밝혔다. 현재 '황민우 악성댓글' 사건은 경찰에 정식 수사가 의뢰된 상태다.

부모가 문제?


이처럼 아이를 상대로 한 연이은 안티 논란에 닉네임 도**는 "어린 아이한테까지 악플을 다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부모는 아이를 무작정 연예계로 내보낼 게 아니라 아이답게 키워야 할 것 아니냐"며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주문했다.

또 파워블로거 네모다락방은 "아이들이 방송에 나올 수 있었던 건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부모나 주위 권유로 시작된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밀어 누구는 보호받아야 하고 누구는 상처 줘도 된다는 이중잣대가 있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