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경보’ 대기업 해외골프장 소유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7 1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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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세피난처 비자금·로비 창구?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탈세 쓰나미가 덮쳤다. CJ그룹의 해외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역외 탈세에서 비롯됐고,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해외 조세피난처에도 거액의 자산가들이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심의 눈초리가 ‘해외 골프장’에도 쏠리고 있다. 그간 골프장이 오너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인수·운영 중인 해외 골프장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에 편중돼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원화 가치 상승과 국내 골프 붐을 타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국내 골프장 대신 해외 골프장을 인수·건설하려는 기업이 쇄도했다. 공급 과잉론이 제기되던 국내보다는 원화 강세를 배경으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일 수 있는 근거리의 해외 골프장이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내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800건이 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780개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해외 골프장은 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인들
일본서 ‘큰손’

국내 기업 중 해외 골프장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업은 ㈜한국산업양행이다. 일본 야마하 골프카트 수입업체인 한국산업양행의 유신일 회장은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일본 골프장을 잇달아 현지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일본 나가사끼의 명문클럽인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과 일본 골프장 최대 밀집지역으로 불리는 자바현의 ‘요네하라’ 골프장과 ‘이스미’ 골프장, 후쿠오까의 ‘레이크사이드’골프장, 구마모토현의 ‘INO' 골프장, 센다이의 ’Airport' 골프장 등 총 5개의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특히 나가사키에 있는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은 일본 내에서 한국인 전용회원제로 운영되는 유일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잔장 7022야드 18홀 규모로 빼어난 자연 풍치와 새로운 코스로 골퍼들 사이에서 ‘동양의 페이블 비치’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이곳은 최문휴 전 아시아나 CC사장에 이어 현재 박갑철 아시아체육기자연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식품회사 해찬들의 전 회장인 오형근 에딘버러 CC 공동회장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곳곳의 골프장이 연달아 부도를 내 헐값에 쏟아지던 무렵, 일본의 큰 레저업체인 로얄그룹 골프장 3곳을 인수했다.

현재 3곳의 일본 골프장을 총괄 지휘하는 유정웅 사장은 인수할 때부터 오 회장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던 인물이다. 1998년 공군 준장 예편 후 남수원CC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유 사장은 오 회장과는 대전고등학교 동창이자 수십년을 동고동락해 온 인연으로 일본 골프장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개나 소나 다…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 가능
대부분 일본·중국 편중 동남아·미국서도 운영

이들은 대하(大河)주식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3개의 골프장 이름을 ‘大河’의 일본어 발음 ‘타이가’를 넣어 ‘오다마타이가컨트리클럽’, ‘나코스타이가컨트리클럽’, ‘나스타이가컨트리클럽’으로 지어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선산CC와 제이스CC, 경주의 제이스 씨사이드CC 등 3개 골프장(54홀)을 운영 중인 ‘재일교포’ 전용사 동과그룹 회장도 일본 5곳(고바야시, 휴가, 가노야, 기타코, 히고)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코리아나 호텔도 2007년 ‘버블 경제’의 희생양이 된 아이와 미야자키 골프장을 인수했다. 호텔 측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이와 비치 골프장을 운영하는 등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세련된 서비스와 일본 전통의 서비스를 접목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 밖에 사조산업, 혼마왕도, 베어스타운, 반도건설 등이 일본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또 승은호 서서울CC회장이 세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도 일본 가고시마의 게도인 GC를 사들였으며 상무종합개발 선산토건 쌍용투자개발 등도 일본 골프장을 인수했다.


거침없이
부지 싹쓸이

대기업 가운데는 한화그룹이 지난 2005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공항CC를 매입했다. 국내에서 4개 골프장과 13개 콘도를 운영 중인 한화는 호텔 수영장 요트계류장이 딸린 이 골프장을 리모델링해 오션팰리스CC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화에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대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지난 2006년 말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에 있는 범화골프장을 매입했다. 범화골프장은 골프코스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와 호텔을 추가로 지어 새 단장한 뒤 2008년 9월 ‘웨이하이 포인트 오션 사이드 골프&온천리조트’로 재개장했다.

웨이하이포인트는 현재 호텔&골프 리조트 이용 고객에게 금호리조트에서 여행일정에 맞춰 항공, 공항픽업, 호텔, 골프, 외부관광, 비자발급 등 모든 여행서비스를 ‘원-스탑’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박성수 회장도 레저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남태평양 사이판에 자리잡은 유명 골프장인 ‘코럴오션 포인트(COP)’ 리조트 클럽을 인수했다. COP리조트 클럽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골프장이다. 필리핀해와 맞닿은 사이판 남부에 위치해 코스를 도는 내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코스 길이는 7015야드로 사이판에 있는 골프장 중 가장 길다. 90여개의 객실과 수영장,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랜드는 지난해 초 인수한 ‘퍼시픽 아일랜즈 클럽(PIC)’ 사이판이 COP리조트 클럽 옆에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두 리조트를 묶어 골프와 워터파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골드·코리아CC를 운영 중인 이동준 코리아 골프 아트빌리지 회장도 2005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선시티골프&아트빌리지를 1000만달러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코스는 18홀이지만, 딸려 있는 부지가 약 10만평에 달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이 회장은 2007년에는 일본 효고현에 있는 갤럭시 리조트를 8억 5000만엔에 인수했고, 2008년 3월에 ‘스프링골프&아트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중국 상하이 인근의 난퉁(南通)에도 2008년 봄 개장했다.

이외에도 르메이에르건설이 호주 호라이즌 골프리조트를 인수했으며, 레저전문기업인 토비스리조트가 태국 칸차나부리소재 블루사파이어골프장을 사들였다. 또 대구CC를 운영하는 경산개발은 1996년 중국 다롄에 골프장을 직접 건설,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으며 리솜리조트는 중국 위해의 리솜골프리조트 웨이하이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탈세·횡령 혐의
‘골프왕’법정행

기업이 해외 골프장 소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골프장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 보다는 사업상의 필요와 자체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크다. 골프장 부지가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룹사 차원의 원활한 골프장 예약이 주된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때로 불법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본의 파산한 골프장을 잇달아 사들여 이른바 ‘골프왕’으로 불리고 있는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이 대표적이다. 유 회장은 지난 2011년 100억원대 탈세·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주로 수입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수입 물량을 부풀렸다. 직원들이 시중은행 외국환 거래영수증 양식에 컴퓨터로 출력한 날짜와 액수를 풀로 붙이고 이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매입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았다.

세무조사에 대비해서는 회계자료를 위조했고, 실제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조된 회계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탈세 발생하기도” 검은돈 마련 개연성 높아

이런 수법으로 유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 24억원, 소득세 7억원을 포탈했고, 회삿돈 73억원을 빼내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40억원, 그리고 복지시설 봉사활동 180시간을 선고했다. 일본 골프장 5곳을 인수 할 수 있었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지만 수사는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는 영업정지 된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이 유명 휴양지인 보르네오섬의 한 골프장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대기업 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견기업들이 해외 골프장을 운영하는 뒷배경에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해외 골프장도 부동산 사업이라 투자자금조로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고, 비용을 과다 계상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검은돈을 마련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
법적 문제없다”

이런 의심의 눈초리에 해외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골프장 인수는) 여행·레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관광객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일종의 투자를 한 것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원화 강세 당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 신고도 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미 인수한 골프장들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역외탈세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런 의심들이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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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