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이귀남 ‘무릎칠 인연’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9 1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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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때…마치 짠듯…‘전관예우’절묘한 타이밍

[일요시사=경제1팀] ‘법’과 ‘자본’의 유착. 이귀남 전 법무장관이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정(情)을 함께 나누는 중이다. 퇴직 후 오리온그룹에 취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특히 이 전 장관은 담 회장의 비자금 수사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터라 파문이 일고 있다. 봐주기 수사에 대한 일종의 보은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우연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2011년 8월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공직 생활을 마감한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퇴임사의 주요 내용은 “국민의 의식과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직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직윤리법
시행 직전에?

그로부터 1년 뒤. 이 전 장관은 오리온그룹 상근고문으로 취업했다. 현재는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고위 공직자의 민간기업 고문 취직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이 2011년 7월29일 공표됐지만, 2011년 10월29일 이후 퇴직한 사람부터 적용됐다.

이전에도 법조계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감원 등 힘센 부처에 있는 고위공무원들이 퇴직한 뒤 유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2년간 금지한 조항은 있었지만 고문, 자문위원, 사외이사 등 실무자가 아닌 자문역의 취업은 허용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기업들이 퇴직한 고위공직자를 ‘고문’으로 모셔놓고 전관예우를 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개정법에는 ‘사외이사나 고문, 자문위원 등 직위나 직책 여부를 불문하고 사기업체 등의 업무를 보거나 조언을 하고 임금을 받으면 이를 취업으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로 신설됐다. 그러나 이 개정법은 공포 3개월 후부터 시행돼 두 달여 전 장관직을 그만 둔 이 전 장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법의 적용은 피해갔지만 이후 이 전 장관의 오리온그룹 취업은 석연찮은 뒷말을 낳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제61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돼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재직했다.


이 전 장관 퇴임후 오리온 고문으로 취업
담 회장 비리 수사·재판 시기 겹쳐 뒷말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사장은 이 전 장관이 재직 중이던 2011년 초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그해 6월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이 사장과 함께 최측근인 조경민 전략담당 사장, 김모 온미디어 전 대표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을 계획·지시·위임하고, 조성된 자금을 횡령·유용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자녀들을 태워 학교에 보내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주방 담당 등 자택 관리 인력을 계열사 직원처럼 꾸며 20억여원의 관리비도 회삿돈으로 부렸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 내용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또 담 회장은 2006~2007년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를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3개 자회사에서 비자금 20억원을 조성·횡령하고, I사의 중국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 회사에 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I사 임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가장해 회삿돈 38억원을 횡령하고, I사의 서울영업소 부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써 8억6천만원의 손실을 회사에 안기기도 했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3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죄를 적용한 것은 담 회장이 처음이었다.


남편 구속됐지만
사장은 입건유예

그러나 이 사장은 당시 입건유예됐다. 남편이 구속됐고 회사에 피해금액을 갚은 점, 그룹 경영상 필요성, 본인 건강이 악화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였다. 오리온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는 ‘오너의 딸’인 이 사장으로, 담 회장은 이 집안의 사위다.

혐의가 있음에도 입건유예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이재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는 이 사장의 입건유예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2011년 초순경 이뤄진 오리온그룹의 1차 수사는 담 회장 부부의 업무상 횡령, 위임사건에 대한 수사였다”며 “배임금액과 횡령금액이 컸던 이 사건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당시 부인이었던 이화경 사장이 이례적으로 입건유예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취업제한 기간 절묘하게 피해
혐의가 있는데도 회장 부인 ‘입건유예’

이어 “보통은 기소는 다하고 재판부에서 참작해서 한 사람은 실형을 하고 한 사람은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해서 집행유예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런 경우에 입건유예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4년 동안 변호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못 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할일을 검찰이 미리 나서서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이 오리온의 고문으로 간 것도 봐주기 수사 보은이 아닌가 한다”며 “이 사장을 입건유예 한 걸로 봐서는 그때 당시에 고맙다는 보은차원에서 고문으로 영입한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후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담 회장도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담 회장의 횡령에 가담한 조 전 사장 역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항소심 집유
대법원 확정

당시 재판부는 “회사의 자금을 사주의 재산과 구분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는 행태에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림 값 등에 대한 피해 변제가 전액 이뤄지고 향후 윤리경영을 다짐하고 있는 점에 비춰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다소 무겁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같으면 소위 전문경영인이 분식회계를 하거나 횡령을 했다면 우리같이 (집행유예로) 처벌되는 일은 없다”며 사법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황은 또 있다. 2012년 4월부터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오리온에 대한 2차 수사가 담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다. 우연치 않게도 이 전 장관이 오리온그룹의 고문으로 가기 직전에 2차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가 있자마자 이 전 장관은 고문으로 취업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오리온 계열사 스포츠토토를 압수수색하며 두 번째 수사에 나섰다. 이때 검찰은 담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였던 조 전 사장을 다시 구속기소했다.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측 자금 책임자였던 김모 부장과 공모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임직원들의 급여 명목으로 거액을 빼돌리거나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수법으로 100억원대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확대 없이
금고지기만 구속

당시 검찰수사 기록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09년 2월쯤 스포츠토토의 부장 이상 간부들을 모아놓고 “월급의 절반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조 전 사장은 이 같은 방법으로 오리온그룹 계열사 6곳의 임직원 22명의 급여와 성과급, 퇴직금 등 66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고, 이 중 54억원을 고급 와인과 롤렉스·까르띠에 등 명품시계, 그림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원의 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은 기업 오너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골 수법’이다. 조 전 사장 역시 당시 비자금중 일부를 명품시계와 고가 와인 등의 형태로 담 회장에게 상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사장은 또 검찰 조사에서 담 회장의 부인인 이 사장에게도 비자금 사용과 관련된 보고를 직접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을 관리했던 김 부장도 이들 돈의 용처에 대해 “담 회장 부부의 고급 와인과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사치품을 사는데 썼다”는 진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당초 마무리 수순을 밟았던 스포츠토토 비자금 수사가 담 회장을 정조준하면서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결국 수사는 확대되지 않았다.

조 전 사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담 회장 부부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던 검찰은 조 전 사장과 김 부장을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김 부장에게 명품와인과 시계를 판 업자를 조사한 결과 사치품들은 담 회장 부부가 아니라 조 전 사장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삿돈 300억 빼돌려도 회장 ‘집행유예’ 
‘비자금 상납’진술에도 오너 수사 중단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오리온에 대한 2차 수사가 담 회장에게 번지지 않기 위해서 이 전 장관을 영입했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재직시절에도 오리온 수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뒤 상임고문으로 영입되어서 역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법이 돈과 권력에 따라 불공정하게 집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오리온그룹의 고문 취업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 퇴임했기 때문에 공직자 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었으며, 오리온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도형 사무총장은 “수사 당시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분이 해당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은 위법성 여부를 떠나 부적절한 것”이라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떠나 검찰 수장이셨던 분이 취한 행보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찌됐건 이 전 장관의 오리온그룹 취업은 지난해 초 이른바 ‘SK 맷값 폭행 사건’ 처리 검사가 SK그룹 전무로 취업한 일과 더불어 자본과 법의 유착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귀남 행적 보니…
과거에도 수사개입 의혹 ‘구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오리온 고문으로 취업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한 비자금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과거 이 전 장관의 수사개입 의혹들이 재조명 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수사했던 울산지검에 법무부 간부를 통해 전화를 걸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내용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그해 3월쯤 울산지역 구청장 3명 등 새누리당 관계자 8명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던 울산지검에 법무부 간부가 전화를 걸어 기소 시점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자 울산지검은 법무부의 이 같은 수사 개입에 반발하며 새누리당 관계자 8명을 모두 불구속기소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에 법무부 간부를 통해 전화를 걸어 사실상 불구속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전 장관이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인 홍동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는 뜻을 법무부 간부를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무부는 “중요 사건의 보고를 위해 통화했으며 수사 지휘·지시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담 회장의 비자금 수사에도 이 전 장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라 꼴 참 잘 돌아 간다”,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오리온은 다시 수사를 받아야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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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