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동성애 채팅방에선 무슨 일이…

“○○ 사이즈 맞는 파트너 찾아요”

[일요시사=사회팀] 성소수자들의 모임, 즉 동성애 채팅이 온라인서 활개를 치고 있다. 말끔하게 혹은 여성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긴 남성들은 이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 직접 프로필을 올리며 동성애인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로필은 선정적인 노출사진과 여장사진, 나이, 성적취향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게 돼있고, 이를 보며 동성애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번개(즉석만남)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을 <일요시사>가 심층취재 했다.



훈남들이 즐비한 ‘OO코리아’라는 온라인사이트는 특별한 이들에게만 허용된 사이트다. 물론 신상정보와 취향만 공개한다면 누구든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쉽게 자신의 신원정보를 이 사이트에 공개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이트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CD(크로스드레서:여장남성),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놀이터다. 사이트 성향과 맞게 당연히 19세 미만은 접속할 수 없는 성인사이트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성향의 애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자유 채팅방에
성소수자 바글

홈페이지를 열자 우측 길게 늘어선 채팅방에 약 30여명의 사이트 회원들이 ‘만남’을 요청한다. 서로의 지역을 묻고 성적취향을 물은 뒤 두 가지 조건이 일치하면 그들만의 은밀한 만남이 성사된다. 채팅방에서 회원들이 주고받는 번개내용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원나잇 상대 혹은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하이O’라는 닉네임의 한 남성은 자신의 20(나이)-168(키)-55(사이즈)를 차례로 적은 뒤 불특정 남성들과 화상채팅을 시도했다. 닉네임 ‘밤의OOO’는 “오늘 ㅇㄹ 해주실 분”이라고 쓴 뒤 원나잇 섹스에 맞는 상대를 급구하기도 했다. 여기서 ‘ㅇㄹ’은 오럴섹스를 의미한다.

왼쪽 상단에는 CD와 트랜스젠더, 쉬멜(남성 성기는 보전한 채 여성의 몸을 가진 남성)의 홍보용 프로필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사진 속 남성들은 여성을 능가하는 미모를 뽐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근육질 몸에 가발과 브래지어만 착용한 이도 있었다. 여성의 미모에 달하는 외모를 가진 남성은 거의 트랜스젠더 혹은 쉬멜이었다. 트랜스젠더는 가슴부터 성기부분까지 모두 여성과 같았고, 매끄러운 다리와 긴 머리, 능숙한 화장술을 자랑했다. 쉬멜은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 의상을 즐겼지만 아직 성전환수술을 하지 못해 하의 속옷은 노출하지 않았다.

반면 미숙한 스모키 눈화장에 거뭇거뭇한 수염을 미처 가리지 못하고 입술을 내밀며 여장남성임을 자랑하는 CD들도 있었다.


기자는 더 자세한 프로필 탐색과 동성애 채팅에 합류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시도했다. 회원가입란에는 필수항목들이 나열돼 있었다. 실명인증을 위해 성명과 나이,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했다. 다음에 닉네임과 이메일, 지역, 성별란이 차례로 필수항목으로 표시돼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성정체성과 성향, 키, 몸무게, 체형 등도 필수항목으로 명시돼 있는 점이었다. 채팅 사이트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항목도 필수로 기재해야 했던 것이다.

게이·트랜스젠더·레즈비언 실시간 채팅
신체·성향 공개…경험없는 어린사람 우대

성정체성과 성향, 체형란에는 10여개에 달하는 종류가 있었다. 체형은 일반인들이 익히 들어봤던 용어들이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지만 성정체성과 성향을 묻는 일부 용어들은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검색해야 할 정도로 이해가 어려웠다.

먼저 성정체성 종류에는 게이-레즈비언-바이(양성애)-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남자)-쉬멜-CD-트랜스젠더MtoF(남자에서 여자로)-트랜스젠더FtoM(여자에서 남자로)-이성애로 나뉘었다. 

성향 또한 이해는 쉽지 않았다. 성향이란 ‘남성역할’ ‘여성역할’로 구분하는 것인데 이것은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시를 대비해 표현하는 것이다. 이 역시 10여개에 달하는 체위가 적혀있었고, 이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종류에는 올(양성성향)-올탑(남성성향 강함)-올바텀(여성성향 강함)-탑(남성역할)-바텀(여성역할)-오랄(구강섹스)-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비공개-모름 등으로 이뤄졌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그들만의 은어를 해석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자는 각 필수항목 선택란에 대충 표기한 뒤 성향별 프로필 탐문에 나섰다. 게이들의 프로필이 가장 많았는데, 그들은 아무거리낌 없이 자신의 얼굴과 몸매가 드러난 노출사진을 올리며 원나잇 상대와 동성 애인을 찾았다. 지역별로는 수도인 서울이 2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수없이 많은 프로필이 올라왔다.

동성애 남성으로부터 가장 많은 대시를 받은 서울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이준기를 닮은 준수한 외모에 마른 체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양성성향을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동성 애인을 구하고 있었다. 27세인 그는 “전 어린 분 만나고 싶네요. 어린 분만 연락 주세요. 경험 없으시면 더 좋아요. 제가 리드 할테니 걱정마시구요”라고 소개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은어

높은 콧대에 강렬한 눈빛이 매력인 조각 같은 외모의 20대 양성애자는 혈액형과 취미, 자신 있는 부위(?)까지 노골적으로 공개하며 “가볍게 만나서 밥이나 먹고 자기도 할 친구 같은 바텀 구합니다. 연애경험은 그다지 상관없고요, 양다리고 삼다리고 다 괜찮습니다”라며 여성성향의 동성애자와의 만남을 갈구했다. 그 역시 많은 이들로부터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댓글세례를 받았다.

이 외에도 게이연인끼리 딥키스를 나누는 영상이나 사진 등 음란한 자료들을 올리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프로필도 더러 포함돼 있었다. 

게이 프로필을 탐색한 결과 그들은 대부분 연하의 동성 애인을 원했다. 반면 뚱뚱하고 배나온 40대의 중년 남성과 잠자리를 원하는 20대 얼짱게이도 있었다. 그의 취향은 흔치 않아서 중년들의 환호댓글을 받기도 했다.
뚱뚱한 남성들도 속옷차림으로 자신의 뱃살과 성기부분을 강조했다. 근육질의 멋진 게이도 많은데 살집이 두둑하고 쳐진 몸매의 게이를 어느 누가 좋아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의외로 일부 게이들은 살집이 두둑한 뚱뚱한 남성만 찾아 다녔으며 특히 ‘중년에 뚱뚱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이처럼 애인을 찾고자 프로필을 홍보하는 게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원나잇을 위해 속옷만 착용한 채 자신의 성기크기를 자랑하는 게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왕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근육질의 남성이었고, 흰색 면 속옷이나 화려한 무늬의 속옷을 주로 착용했다. 몸매와 성기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은 가렸고, 다리를 크게 벌리는 등 민망한 자세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었다.

CD와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프로필 사이트는 온갖 남성들이 여장을 하며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냥 봐도 남성이 여장을 한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남성은 솜털 하나 없는 매끈한 다리에 몸매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착용했다.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다리를 수줍은 듯 살짝 꼬기도 했다. 눈과 입술은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가려 여성스러움을 돋보이게 했지만, 입술 언저리에는 파우더로도 가려지지 않은 면도자국이 선명해 여장남자임이 단번에 들통 났다.

브래지어·스타킹
착용 각선미 자랑

그와 같은 CD는 많았다. 한쪽 눈을 가리는 괴상한 가발을 쓰고 브래지어를 착용한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더 섹시한 S라인을 과시했지만, 그 역시 거뭇한 면도자국을 숨길 수는 없었다. CD들은 긴 웨이브 가발을 선호했고 브래지어 착용 혹은 각선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사진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여장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장 시켜주면 어느 체위든 다 해준다” “저 여장 해주고 마음대로 데리고 노세요”라며 러버들을 유혹했다.

트랜스젠더와 쉬멜은 비교적 여성과 흡사한 외모를 소유했다. 가슴성형으로 여성처럼 풍만한 가슴을 갖게 된 이들은 보다 자신감이 넘쳐 남성들을 유혹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여성적인 어투와 능숙한 화장기법, 일반 여성보다 더욱 탐스러운 몸매가 돋보이는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취미는 ‘요리’, 이상형은 ‘날 이해해주는 혹은 사랑해주는 남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쉬멜들은 성기만 제외하면 여성과 별 다를 바가 없었고, 대부분 남성과의 원나잇을 원했다. 

청순한 매력이 돋보이는 한 쉬멜은 “외로워요. 옆에서 위로해 주실 오빠 분 연락 주세요”라며 글을 남겨 수많은 러버들의 번개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부정적인 댓글도 연이어 달렸는데, 이유는 성매매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시도했던 몇 남성들은 쉬멜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뒤 금전거래를 요구했다며 “쟤 창녀다. 몸 파는 X이다”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 사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인 것으로 추측된다.

속옷만 입은 사진으로 유혹 ‘번개 신청’
“바이성향녀 구함”여성 양성애자 찾기도

마지막 프로필 탐문으로 레즈비언 사이트에 접속했다. 레즈비언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여성인증을 필수로 거쳐야 했다. 회원 수는 전체의 5% 남짓으로 비교적 적은 수치였다. 즉석만남을 요청하는 글 개수도 5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인증을 한 번 더 거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게이와 달리 레즈비언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들도 비이성애자였고, 극소수지만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서 가끔 친구도 사귀고 즉석만남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대 레즈비언은 “바이성향 여자분 만남 급구해요. 오늘 집 비어서 아무 때나 상관 없어요”라며 즉석만남을 요구했다. 이 레즈비언 역시 양성애자에 가까웠다. 여성과 성관계를 나눌 시 리드를 하고 싶거나, 받고 싶을 때가 공존하는 듯 했다.


동성애 프로필을 살펴본 뒤 기자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채팅방에 합류했다. 3∼4일 동안 접속해본 바 이들은 실시간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24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번개를 신청했다. 개중에는 진정한 친구나 애인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는 게이인 척 위장한 뒤 채팅방에 접속했다. 채팅방 상단에는 ‘음란 및 성매매를 할 경우 강퇴(강제퇴장)와 동시에 아이피 차단으로 사이트에서 활동을 못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 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팅방 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이었다.

멘트도 가지각색이었다. 즉석만남을 원하는 회원들은 ‘서울 신촌’ ‘대전’ ‘부산 서구’ 등 지역만 간단하게 말한 뒤 지역이 맞으면 성향탐색에 들어갔다. ‘바텀’ ‘탑’ ‘오럴’ 등 성향을 묻고 자신과 맞으면 바로 귓말(비밀채팅)을 남겼다.

취향 맞으면
번개요청 쇄도

기자는 ‘서울 종로’라고 쓴 뒤 반응을 기다렸다. 바로 귓말이 들어왔다. 종로에 거주하고 있다는 닉네임 ‘허O’은 “같은 동네 사시네요. 혹시 님 탑?”이라며 곧바로 성향을 물어왔다. 기자가 바텀이라고 대답하니 그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서인 지 대답이 없었다.

종로에 거주하는 또 다른 회원 ‘유리OO’는 “종로 어디서 만날까요? 저는 올이라서 어느 체위든 모두 가능해요. 말라도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 잔근육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적극적으로 만남을 요청했다. 화상채팅을 요구하는 “캠 하실분”이나 오럴섹스를 의미하는 멘트인 “립서비스 화끈하게 받으실 분” 등의 멘트도 종종 올라왔다.


채팅방의 회원들은 주로 원나잇 섹스에 목적을 두고 접속한다. 회원들은 운영자의 제제를 피하기 위해 섹스의 종류를 설명할 때 음란한 단어를 바로 쓰지 않고 자음만 써서 그들만의 은어로 주고받는다. 동성애 채팅으로 만난 이들은 단순히 원나잇 상대나 섹스파트너로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고, 즉석만남 후 마음이 통해 애인으로 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욕구충족을 위해 만남을 주선하는 동성애 채팅사이트에도 부작용은 있다. 가볍게 하룻밤 보내고자 즉석만남을 시도했다가 게이 꽃뱀한테 물려 금전적 피해를 보거나 무차별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게이남성이 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돈을 갈취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40대 회사원 A씨는 가정이 있는 가장이었다. 양성애지만 게이 성향이 좀 더 강했다. A씨는 채팅에서 우연히 만난 20대 남성 B씨와 몇 차례 관계를 가지며 은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는데, 어느 날 B씨가 “나와 있었던 일을 당신 가족과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해왔다. 애초 B씨의 목적은 돈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웠던 A씨는 결국 B씨의 요구대로 1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줘야 했다. 이후 A씨는 채팅방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선임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게이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한 20대 남성은 남자친구의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남성 역시 채팅에서 만난 동갑 남성과 관계를 가진 뒤 교제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강제적인 섹스스타일 때문에 항문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스릴 있어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그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려들어 무서웠다. 거부할 때는 폭력을 쓰기도 하고 강제로 오럴을 시키기도 했다. 헤어지자고 했더니 칼 들고 죽이려 들더라”며 “난 그의 연인이 아닌 그저 성노리개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

소통의 매개체
범죄 온상지로

동성애 사이트는 채팅 뿐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개수는 무려 수백개에 달한다. 성소수자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은 일반인과의 소통을 뒤로한 채,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만남을 갈구하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최근 동성애 채팅으로 인해 성매매, 사기 등 각종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과 다른 성취향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소통 매개체로 시작했던 동성애 사이트.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동성애 사이트는 점점 범죄의 온상지로 변질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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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