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 ‘환자 반란’ A정신병원에선 무슨 일이…

환자를 노예로…돈 받고 노동착취

[일요시사=사회팀] 환자를 상대로 한 정신병원의 횡포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A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노예처럼 부린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환자를 결박하고 강제로 주사를 투하하거나 폭행·감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실 관리 직원이 부족해 환자에 청소를 시키는 등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보호해야할 환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정신병원의 행태를 파헤쳤다.



환자를 치료·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신병원에서 오히려 환자들에게 병실청소를 떠넘기는 등 소모품으로 부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의 제보에 따르면 이 병원은 약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으나 화장실이나 욕실은 2∼3개밖에 구비되지 않았다. 청소 직원도 2명 남짓으로 턱없이 모자라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는 병실을 다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데 병실청소까지 떠안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당하고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한 남성이 <일요시사>에 억울함을 알려왔다.

한약 때문에
정신병자로 몰려

올해 32세의 강모씨는 사회생활을 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20대 초반 술·담배를 많이 해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급기야 폐렴증세까지 도졌고, 심한 기침감기에 걸렸다. 숨이 차 거의 죽을 뻔한 아찔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다.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을 전전하며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 병명도 듣지 못했다.

한끼라도 굶으면 기력이 없어 누워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막상 무언가 먹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돼 먹을 것을 입에 대기가 두려웠다. 왼쪽 목부터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안 돼 거동이 불편해졌고 직장생활도 물론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끼니를 거르며 기력 없이 살던 강씨는 급기야 몸무게가 68kg에서 50kg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몸져누운 상태로 지내야했다. 양의학이 맞지 않음을 깨달은 강씨의 부모는 강씨를 데리고 한약방으로 찾아갔다. 그 한약방의 약을 처방해주는 할머니는 의사면허증이 없는 불법 침시술자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병원을 가서 검사나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던 강씨의 병은 그 한약방 주인의 한약과 침 치료만으로 건강이 호전된 것이다. 비록 불법으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강씨는 지속적으로 한약복용과 침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몸을 거동할 수 있게 되자 강씨는 사회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에 들어가 봉사활동과 영어과외를 병행했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며 취업준비에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만 한다면 그도 정상인과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약에 집착한 게 문제였다. 강씨는 5∼6년 동안 한약을 복용해왔는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건강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였다. 몸 왼쪽 전체가 마비 돼 평생 사회생활을 하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강씨의 불안 증세를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한 그의 부모는 당장 한약을 끊으라며 처방을 못 받게 했다. 

입원비만큼
시설은 엉망

특히 30년에 달하는 베테랑 군인장교 출신인 강씨의 아버지로써는 아들이 약에 의존하고 사는 게 심히 우려가 됐다. 그가 차라리 운동을 하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길 바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약에 대한 집착증, 즉 정신적 문제 때문에 한약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들에게 “한약을 당장 끊어라. 그것만이 네가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타일렀다. 강씨는 부모의 압박 이후 한약을 처방받지 못하자 불안증세가 더 심해졌다. 급기야 충동적으로 손을 찌르기도 했다.

아들의 불안증이 심각하다고 생각한 강씨의 부모는 2011년 강씨를 대전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강씨는 병원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함으로써 한약을 대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씨의 불안증세가 줄어들었고 곧 퇴원할 수 있었다. 불안증세는 그쳤지만 기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몸을 가눌 힘이 없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했던 강씨는 부모로부터 점점 신뢰를 잃어갔다. 강씨는 한약에 대한 집착증에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와 또다시 대립됐고 두 번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시련을 겪어야했다.

강씨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지방의 A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은 오랫동안 폐교가 있던 자리였는데, 폐교를 없앤 뒤 정신폐쇄병동이 설립됐다. 단층의 군대 온돌방 같은 내부로 이뤄져 있는 병원은 총 40개의 병실과 300개의 병상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곳에는 약 18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 및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등이 입원해있는데, 정신질환자가 대부분이었다.

“7인실에 10명씩”병실·시설 턱없이 부족
관리 인력 부족해 환자들에 청소 등 강요

넓은 초원이 병원 앞에 펼쳐져 평화로울 것만 같던 이 병원을 강씨는 못마땅해 했다. 그에 따르면 A정신병원에는 4인실부터 10인실까지 있는데, 인원이 넘치는 데도 불구하고 좁은 병실에 환자들을 억지로 채워 넣었다. 예를 들어 7인 병실을 10명이 사용하게 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80명 정도 되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욕실도 문제였다. 내부 면적에 비해 환자 수도 많아 화장실과 복도를 이동할 때도 큰 불편은 뒤따랐다. 병원 측은 단지 감사가 나올 때만 일시적으로 환자들을 강당에 모아뒀다가 병원의 넉넉함을 강조한 뒤, 감사가 끝나면 원위치 시키는 꼼수를 밥 먹듯 했다고 한다.




그는 “환자가 180명 가까이 되는데 화장실은 겨우 3개에 용변기 칸은 총 8개밖에 되지 않았다. 소변기도 10개 남짓이다. 식후 양치를 하고 싶어도 엄청 기다렸다가 겨우 할 수 있었고, 샤워실도 2개밖에 없어 다른 환자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 밤에 몰래 빠져나와 겨우 샤워를 할 수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입을 통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병원의 부당한 규정에 대해서도 엿들을 수 있었다.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게 불합리한 노동을 시킨다는 것. 강씨가 말한 노동은 병실청소와 정리 등이었다. 병원이 고용한 청소부 아주머니는 단 2명뿐이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환자복 세탁과 화장실, 강당 등을 청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이 자고 활동하는 병실은 일체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인력이 부족해 병실청소까지 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그는 이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이 직접 걸레를 빨아 매일 병실청소를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식당도 구축되지 않아 병실 안에서 환자들이 밥상을 스스로 펴고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하며 밥상도 스스로 닦아야 한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밥풀 등 찌꺼기 청소도 물론 환자들의 몫이었다.

인건비 아끼려
환자를 청소부로?

강씨는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잠깐 입원했을 당시, 그곳 직원들은 환자에게 아무 노동의 책무를 맡기지 않았다.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환자의 손과 발이 되 줄 정도로 거들어 줬다.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되는 거액의 입원비 때문이라서 그런지 싶다”며 “반면 A정신병원은 한달 입원비가 40만원 가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며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가 언급한 병원의 부조리한 행태들을 좀 더 소개하면 20대의 한 남성의 이야기가 있다. 한창 나이의 이 남성은 4년 정도 입원해 있었는데 정신적인 결함은 전혀 없어보였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에 안 맞게 문맹자였을 뿐 말귀는 정상인처럼 다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담당의사와 남성의 부모는 정신분열 및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4년 넘게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6개월마다 환자들은 군수나 구청장으로부터 심사청구를 받는데, 이 때 입원의 연장유무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4년간 A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예민하고 난폭했던 성격도 많이 완화됐지만, 보호자의 동의로 입원을 지속해야한다고 했다. 남성의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가 사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거치지 않은 단계가 있었다. 입원 연장 시에는 환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병원이 보호자의 동의만 받은 채 입원을 연장시킨 것은 명백히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자 동의 없이 맘대로 입원 연장
“정체불명 약 때문에 성기능만 저하”

이 같은 불법입원연장은 이 남성 외에도 파다하다고 강씨는 말한다. 그는 A정신병원이 지방의 외진 곳에 위치해있고 환자 수도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렵게 되자, 한번 들어온 환자는 장기적으로 입원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A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주위 환자들은 “너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니? 이 병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정말 힘들다”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제일 오래 입원한 환자는 망상증에 시달리는 50대 남성이라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10년 넘게 이 병원에서 갇혀 살고 있다고.

강씨가 목소리 높여 말하는 A정신병원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환자의 병명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환자의 퇴원을 늦춘다는 것. 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을 자주 한다면 병원운영이 잘 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을 상대로 입원연장과 퇴원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위치상 환자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입원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입원시킬 환자들만 받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개월가량 입원 후 담당의사는 내게 정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퇴원을 미뤘다. 이후 정신과약만 계속 먹이려고 애썼다. 내가 정신질환이 없다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왜 약을 복용해야하냐고 반발하자 간호사와 남자 보호사 2명이 나를 결박한 후 강제로 주사를 투하했다. 주사를 맞지 않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퇴원을 안 시켜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뱉었다.


강씨는 해당병원의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환자의 안면 쪽에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한 것을 목격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언급했다. 병원의 분위기가 환자를 보호한다는 느낌보다는 강제로 청소와 같은 노동을 시키거나 결박하고 위협을 준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한다.

건강해지려다
발기부전 얻어

강씨는 시험응시를 목적으로 현재 그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지만 정신과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다. 그의 부모가 강씨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신과약의 부작용에 시달려 복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없이 먹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기도 했다.

그는 “말이 많이 어눌해지고 뇌기능도 한참 저하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과약을 먹으면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성을 봐도 전혀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하고 불감증을 겪고 있으며 발기도 되지 않는 등 성기능 저하가 왔다”며 “불편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을 위해 입원환경조차 개선시키지 않고 정상적인 몸에 오히려 병을 얹어준 병원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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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