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날릴판' LG CNS 애타는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9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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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맞아?…우습게 보다 뒤통수

[일요시사=경제1팀] 굴욕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판단 미스'로 거액의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자그마치 133억이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횡령 사건까지 일어났다. 고스란히 떼일 판이다.



"뼈 아픈 기억입니다."

 LG CNS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LG CNS가 출자한 투자금 수십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의료정보업체 대표가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14일 LG CNS가 출자한 투자금 39억여원을 유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의료정보업체 H사 대표 박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39억 유용 수사

박씨는 LG CNS가 공동 출자한 대금 133억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08년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26차례에 걸쳐 공금 38억7000여만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른 의료정보업체인 M사의 계좌 등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를 받고 있다. 박씨는 M사와 H사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공금을 빼돌린 뒤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회사를 설립할 당시 내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자본금을 반환받은 것"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가 투자한 133억원은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LG CNS와 박씨의 악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초의학 전공자로 의료면허증까지 소지한 의사 출신인 박씨는 같은해 5월 은행에서 40억원을 대출받아 '국내 최초의 보험금 청구 자동화 기업'을 표방한 H사를 설립했다. 당시 의료보험 시장이 민간에 개방되고 그 규모가 연간 11조원 규모로 추산될 정도로 커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보험금 청구 자동화란 보험금 청구인이 보험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팩스발송 등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보험금청구를 특정한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보험금청구문서를 보험사로 바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다.


H사를 설립한 박씨는 LG CNS에 투자를 요청했다. 요청을 받아들인 LG CNS는 2008년 9월 협력사와 함께 133억원씩을 각각 투자했다. LG CNS의 지분율은 32.2%다.

약 300억원의 자본금을 갖추게 된 H사는 사업 확장에 나섰다. 임의 비급여 삭감률 개선 효과와 카드 수수료 절감을 내세워 제휴 병원을 늘려갔고, 개인 고객들에는 가입자 확인·지급보장·보험 청구·보험심사·보험금 지급 과정 등의 업무를 자동화해 만족도를 높였다.

H사는 해당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통합의료보험청구시스템을 마련하고 2010년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료정보업체에 133억원 투자
잘나가다…돌연 파산절차 돌입
'설상가상' 대표 횡령 사건까지

출시 초기 이 서비스는 보험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서비스를 도입한 의료기관에서도 경영개선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LG CNS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은 H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휴 병원을 200여개까지 늘렸다. 현대해상, 흥국화재, LIG, 동부화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성모병원, 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강남세브란스 병원 등 국내 유명 병원들도 서비스를 찾았다.

그러나 H사의 자금 사정은 악화되어만 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사의 2011년 말 부채총계는 44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51억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동안 32억여원 증가한 177억여원을 기록했다.

M사가 수익사업을 위해 체결한 각종 사업 파트너십이 문제였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의사들이 공동으로 납입금 반환소송을 진행한 것. 고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전공의들로부터 모금한 자금을 M사와 H사 등 개인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 당시 소송 참가자들이 산정한 피해액은 30여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서류위조와 공금횡령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가 채무관계 해결을 위해 LG CNS로부터 투자받은 133여억원의 자금 중 38억7000여만원을 M사 계좌로 이체하거나 거래처 계좌를 이용해 자신의 개인계좌 등으로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H사는 이와 별도로 박씨에 대해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가액은 68억원이다. H사는 결국 재무상태 악화로 지난해 법인이 파산절차에 들어갔으며, 서비스 역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투자금 회수 불투명

LG CNS 관계자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돼 투자했지만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 회사가 피해를 본 상황인데 주목받게 되어 부담스럽다"며 LG CNS가 피해기업임을 강조했다. 투자금 회수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가 끝나봐야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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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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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