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인물화의 대가' 지산 박영길 화백

"그림은 나의 행복, 나의 사랑, 나의 삶"

[일요시사=사회팀] 박영길 화백은 상대의 목소리만 듣고도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인물화의 대가'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물화는 그가 가진 재능의 일부일 뿐. 사군자부터 정물화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그의 붓은 막힘없이 늘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산(芝山)이 붓을 들자 그곳의 시간이 멈춘 듯 했다. 하
얀 종이는 이내 푸른 대나무 숲으로 바뀌었고, 바위틈에는 어느 샌가 분홍빛 난이 봉우리를 틔우고 있었다. 서양화가로 이름 높은 지산 박영길 화백은 섬세한 붓놀림으로 마주 본 이를 매료시키는 묘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화려한 경력

"저는 그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껴요. 자식을 바라볼 때 느끼는 그런 감정 있잖아요. 어려움이 없었냐고요? (그림을 그리려고) 산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무릎이 깨지고, 무릎 맡에 있던 그림이 바람에 날아가고…. 이런 것들은 아주 사소한 건데 어려움이라 보긴 어렵죠."

"어쩔 때는요. 내 그림을 보면 조금 창피해요. 제 벌거벗은 자태나 마찬가지거든요. 보통 분신이라고들 하죠. 내 분신인 아이를 잉태하면 몇 달 동안 애지중지하듯 그림에도 그렇게 정성을 들인답니다. 그게 너무 행복해요. 또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마주하는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박 화백의 화실에는 그가 출고한 그림과 그때마다 받은 상패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인 그의 그림은 한때 2억원이 넘는 가격에 경매되기도 했다. 협소한 미술시장에서 박 화백은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너무 감사하죠. 얼마 전에 한국미술협회에서 초대작가제가 부활했는데 저도 그 중 1명이 됐어요. 이것만 해도 영광인데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으로까지 위촉됐어요. 거기서 몇 해 전부터 심사위원도 하고 있고요."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까 매우 감사한 거예요. 또 국방부에서는 호국미술대전 운영위원도 부탁받았습니다. 제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갖고 있는 재능에 비해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박 화백은 국내 작가 중 중국에서의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작가다. 한중 수교 전부터 중국을 드나들며 대륙과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그림을 들고 현지를 오간 것만도 수십여 차례. 최근에는 중국 조어대 국빈관에서 군 장성의 초청으로 특별전시회를 갖는 경사를 누렸다. 조어대는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의 원수를 대접하는 곳으로 유명한 유서 깊은 명소다.

"조어대에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루 전에 기차를 타고 미리 도착하신 분도 있었고. 그래서 한국말을 잘하는 장군에게 '여기서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싶다' 이렇게 말했더니 다들 박수를 쳐주시는데 그 순간을 참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다들 제 그림을 지켜보는데…. 제가 어떻게 보면 한국을 대표해서 왔잖아요? 그때가 참 떨리면서도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미술계 거목…인물화부터 정물화까지 다재다능
대륙을 사로잡은 예술…한국 대표로 세계 각국서 국위선양


대륙을 사로잡은 박 화백의 예술은 지금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독립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 박 화백의 작품을 본 뒤 직접 전시회 요청이 들어온 것. 중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전시회를 열었던 박 화백이지만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동양인 화가를 찾았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어떻게 알고 이렇게 연락을 주셨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이런 인연을 귀히 여기고, 항상 제가 가진 재주를 나누면서 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게 뭔지 아세요? 제가 뭐라고 제 이름을 내건 골프대회까지 여냐고요."

"처음에는 제 이름만 내주고 안 갔는데 요즘에는 미안해서 시상 정도는 하러 나가요(웃음). 제 자랑 하나만 더 할까요? 원래 제가 인물화를 그렸잖아요. 한번은 제가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선생의 영정을 그렸는데 이게 국가지정 표준영정 67호로 지정된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제 그림이 실린다는 얘기였죠. 이건 정말 큰 자부심이 됐어요."




박 화백은 10여 년 전께 한 보육원에서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운 적이 있다. 지금 아이들은 모두 친족을 찾았지만 그는 두 아이를 통해 삶을 배웠다고 했다.

"아이에게 자폐가 왔었어요. 그 아이는 매일 리모컨을 만지작대는 게 일이었죠. 어느 날은 아이에게 밥을 주다가 밥이 아이 콧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그런데 그걸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났어요. 제가 비위가 약한데 이런 사소한 걸 더럽다고 느끼면 '나는 너를 지금까지 가식으로 양육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게 됐습니다. 사랑을 통해 삶을 배웠고, 또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까지 배웠습니다."

그림은 사랑

인터뷰 말미. 그가 건넨 앨범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어딜 가나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던 박 화백. 그의 타인을 향한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작품 곳곳에 묻어났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지산 박영길은?]

▲한국인물화미술협회 회장
▲대한민국 인물화대전 대상(2011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겸 운영위원
▲한국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이사
▲예원예대 문화예술대학원 특임교수
▲북경 조어대 국빈관 전시 및 국내외 전시 150여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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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