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 장애인 등친 사기극 전말

친절한 동창생 알고보니…악랄한 사기꾼

[일요시사=사회팀] 한 남성이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억울한 심경의 글을 올렸다. 내용인 즉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형을 속여 수천만원가량을 갈취하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한 30대 남성을 처벌하고,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 지능이 낮은 약점을 이용해 배우자를 소개시켜준다며 1인2역 연기를 하고 금품을 갈취한 인면수심 동창생의 만행을 낱낱이 공개한다.



“지능이 낮고 사람 말을 잘 믿는 순수한 우리 형이 사기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 2012년 7월 IQ 70, 지적장애인 서모(30)씨가 전북의 모 농업고등학교 동창인 전모(30)씨를 만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서씨는 지능이 낮지만 외적으로 봤을 땐 정상인처럼 보일 정도로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또한 공장에서 단순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터라 반복되는 일처리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다. 단지 습득능력에만 지장이 있을 뿐이었다.

메일로 1인2역

열심히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서씨는 지난해 7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된다. 동창생 전씨는 아둔해 보이는 서씨에게 접근해 얼마 후 느닷없이 현금 1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는 서씨라도 만나자마자 돈을 요구하는 전씨가 의심스러웠다. 쉽게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서씨의 거리감 잇는 행동에 전씨는 전략을 바꿨다. 브로커를 통해 만난 중국인 아내와 한 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서씨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한 것. 서씨는 첫 번째 결혼실패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재혼은 꼭 성공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는 동창생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전씨가 소개시켜준 여성과 얼굴과 목소리도 알지 못한 채 8개월 간 이메일만 주고받으며 교제했다. 여성은 서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음에도 두 번째 이메일부터 “자기야”라는 표현을 남발하며 노골적으로 서씨를 유혹했다. 순진하고 무지했던 서씨는 여성의 말이면 무조건 따랐고, 그녀가 꾸준히 요구한 돈을 8개월간 지속적으로 보냈다. 여성은 서씨에게 부모님 병원비 및 각종 수술비를 요구했고, 전씨 역시 너희 내외의 전세 신혼집과 가전제품 등을 대신 사주겠다며 돈을 편취했다.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는 서씨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전씨의 음흉한 모략이었다. 서씨는 이렇게 8개월간 월급을 포함, 사채와 약관대출을 받아 현금 3800여만원을 여성과 전씨에게 골고루 나눠보냈다. 동창생 전씨의 악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씨는 서씨에게 신용불량자인 자신의 처지를 앞세워 동정심을 유발시킨 뒤, “신용카드만 발급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명의를 요구했다. 배우자도 소개시켜주고 자신을 대신해 신혼집 등을 알아봐준 전씨에게 고마움을 느낀 서씨는 곧바로 명의를 넘겨줬다. 전씨는 명의를 양도받은 후 이때다 싶어 신용카드 2개를 발급받고, 휴대폰 1대와 중고차 1대를 구입했다. 모두 서씨 명의로 마련한 것이다.


전씨의 이 같은 만행은 서씨 집으로 날아온 고지서로 인해 낱낱이 밝혀졌다. 전씨는 여성의 어려운 상황을 빌미로 지능이 부족한 서씨를 직접 데리고 다니며 자동차 명의이전, 휴대폰 개통과 신용카드 발급 등을 시켰다. 또 대출받는 방법을 가르쳐 사채까지 끌어 모으게 했다. 이로써 서씨의 빚은 사채이자까지 더해 급기야 5100여만원 이상으로 부풀었고,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시던 서씨 부모는 더 이상의 부채를 막기 위해 약관대출을 받아 어느 정도 막아놓았다.

배우자 소개 명목 8개월간 5천만원 갈취
명의 빌려 차·폰 구입…사채까지 끌어써

서씨의 피해는 비단 금전만이 아니었다. 전씨가 서씨에게 소개시켜준 여성은 바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가상인물이었던 것. 전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서씨의 약점을 이용해 동창생과 여성, 1인2역을 연기했다. 여성이 가상의 인물로 밝혀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8개월간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을 해야 하니 돈 좀 보내달라” 등의 고전적인 수법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점과 전씨의 문자메시지 어투와 여성이 보낸 이메일 어투가 상당히 비슷했던 점이었다.

하루아침에 집안이 풍비박산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접한 서씨 동생은 연차 겸 휴가를 내고 4일 동안 고향집에 내려와 고소장을 비롯한 증거수집에 열을 올렸다. 동생은 여성이 가상인물임을 알아낸 뒤 그길로 전씨 집에 찾아가 추궁했다. 동생의 추궁에 전씨는 아무런 변명 없이 “죄송하다”는 말로 시인했다. 이어 “빌린 돈은 벌어서 꼭 갚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관방 월세까지 밀리고 다방 레지들을 태우면서 하루살이처럼 생계를 이어가는 전씨의 상황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갚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코앞에 거액의 빚에 시달려야하는 서씨 집안 또한 전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동생은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는 전씨 계모를 찾아가 금전적 합의점을 찾고자 했다. 당장 전액은 못 받더라도 절반 이상은 돌려주길 바랐다. 전씨 부모가 서씨에게 머리 조아리며 사죄 할 줄 알았던 동생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씨 계모는 “그 애 더 이상 자식도 아니다. 우린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니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나가라”고 반발했다. 대책 없이 나 몰라라 하는 전씨 계모의 행동에 격분한 동생은 전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려 경찰서로 향했다. 그러나 처음 이 사건을 접한 경찰 측은 "일반 사기사건은 민사사건이니 법무사에 가라"며 돌려보내려 했다.

상실감에 빠진 동생은 형을 데리고 법무사를 찾았지만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법무사 측은 “정신과에 가서 형의 지능 상태를 확실히 체크한 뒤 지적장애판정이 입증되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정신과에서 지능검사를 받은 서씨는 검사결과 지능이 낮게 나와 장애판정을 기다리는 중이고, 친척과 대동해 꾸준히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가족들 나몰라

동생은 “피의자가 신용불량자이고, 계모 또한 합의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아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형이 공식적으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아야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을 듯하다”며 “사기사건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대다수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 외에 사기사건 처벌법도 더욱 강화돼 다시는 형과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사기꾼 전씨는?

10년만에 재회한 지적장애 동창생을 상대로 사기를 친 피의자 전씨는 암울했던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친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란 전씨는 제대로 된 사랑과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이번 사기사건은 물론 초범이었지만, 일전에 몇 가지 사기보험 전력이 있었다. 전씨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 동안 그를 곁에서 제어해주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아버지는 재혼 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릴 때부터 계모에게 지속적으로 구박을 받아온 전씨는 계모의 곁을 떠나 일찌감치 독립된 삶을 살았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우연히 만난 서씨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본격적으로 사기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전씨는 결국 사회로부터 외면된 채 사회약자인 장애친구를 등친 파렴치한 사기범으로 전락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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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