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설쳐대는’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

멀쩡해도 정신병자로 만들어 드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정상인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내몰릴 수 있다. 정신병원 강제 감금에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입원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상인도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하면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강제로 감금된다. 이처럼 브로커는 병원과 의뢰인 중간에서 돈을 받고 연결을 시켜주는데 문제는 돈만 있으면 정상인도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권유린의 숨은 가해자, 정신병원 브로커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올 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기구한 법대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부모와 친분관계에 있는 백 사장이라는 조폭 같은 외모의 남성이 응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병원에 끌려갔다. 그 법대생은 여전히 백 사장이라는 인물을 돈 받고 부모와 병원을 연결시켜준 브로커라고 의심하고 있고, 또 갑자기 백 사장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짜고짜 다가와
수갑 채워 끌고가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지인이 있었다는 남성을 취재한 결과 더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남성의 지인 A씨는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기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A씨는 평생 잊혀 지지 않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을 향해 길을 걷던 중 A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4명의 남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그에게 다가와 “같이 가시죠”라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응급차에 태워 서울 모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건장한 남성들은 바로 ‘사설응급환자이송단’이었다. 당황한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순히 끌려가야 했다. 당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구급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던 흰색 가운을 입는 남성이 나와 의사 자격증과 정신병원 소환증을 내밀며 “한정치산자로 의심돼 구금 조치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A씨에겐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고,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악몽 같은 1년이 시작됐다. 

의뢰인·병원 중간고리 역할 “돈 받고 연결”
수백만∼수천만원 원장에 주고 수수료 챙겨


A씨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병원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병동의 스산한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전문의와 검사 후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입원실로 이동했다. A씨는 전문의에게 “난 지극히 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날 여기에 가두라고 한 것이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한 검사 후 진단서를 기다리라는 대답뿐 이었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이 가득한 폐쇄병동에 도착한 정상인 A씨는 병원 내 여느 환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당시 남성에게 “전화나 편지는 어림도 없다. 담당의에게 ‘외부로 편지 좀 부쳐달라’고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영원히 밖으로 못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 정말 소름끼쳤고 그땐 정말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고 흐느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큰 반발을 하지 않아 정신과 약만 복용하며 지냈으나, 그가 지금도 끔찍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감금당하며 사람이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 40대 여성이 보호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 A씨처럼 정상인으로 보였던 한 젊은 남성이 격리조치가 제대로 안된 정신질환자로부터 목을 졸리거나 폭행당하는 모습, 남성 간호사들의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병원에서 왕은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고 환자는 노리개나 노예일 뿐이었다. 병원 내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A씨도 그렇게 타 환자들처럼 평생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는 듯 삶을 포기한 상태로 이곳, 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A씨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 전문의에 의해 정상인 진단을 받아 가까스로 약 1년여 만에 정신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뢰인-브로커-원장
검은 돈거래 난무

병원에서 퇴원조치를 받은 A씨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 응급조치단에 의해 끌려간 병원부터 시작해서 구금조치를 내린 기관 등을 백방으로 알아본 바, A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의 계획된 음모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수년 동안 아내와 다툼을 이어오던 중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혼을 바랐던 아내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하나 앓고 있지 않았던 A씨가 어떻게 쉽게 강제 구금을 당했던 것일까.

구금 성사가 이뤄진 데에는 제3자인 정신병원 브로커에 있었다. 정신병원 브로커는 누군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받고 후에 정신병원 원장과 합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병원 원장은 브로커가 대신 받은 수천만원 중 대부분을 가져가고 브로커는 이의 일부인 수수료 몇 백만원을 챙긴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될 사람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힌 뒤, 뇌 운동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장시간 감금당한다. 물론 정신병원에 끌려간 뒤 정신과 치료 및 방문 내역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항의를 하지만, 병원까지 끌려가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인이라도 개인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수십개의 사소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일반인들도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 ‘안면인식장애’ ‘목성공포증’ 등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환임에도 불구 병원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단, 곧바로 일반인을 심각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식인 것이다.

지난해 전주의 모 정신병원 재단 이사장이 환자유치를 위해 역으로 환자유치 브로커와 사설응급환자이송단에게 환자 알선비, 일명 ‘통값’으로 보험환자 40만∼50만원, 보호환자 20만∼30만원 등 총 1억1890만원을 지급하고 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에서 환자를 강제로 픽업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비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를 소개받은 뒤 보호사들을 보내 환자를 강제로 픽업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이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이유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입원 시 환자관리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체제의 무서운 점은 병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인 불특정다수를 데려다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장 또한 기준점 없는 허술한 복지체제의 이점을 노리고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했던 것이다. 

일부 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수시로 때리고 격리 및 강박했으며 병원 운영진은 가혹행위를 알면서 서신검열, 전화제한, 간호일지 조작 등을 통해 부당행위를 은폐하거나 묵인했다.

가혹행위 알면서…
부당행위 은폐

뿐만 아니라 강제입원과정에서 환자들은 보호사에 대한 원한이 생겼으며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난폭, 중증 환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입원시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철저히 행동제한을 가하자 환자들의 보호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됐다. 월 120만∼140만원 정도를 받는 보호사들은 환자 픽업, 밤낮 2교대 근무, 1명당 60명의 환자관리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시를 거부하는 환자를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보호사들의 환자 가혹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며 일부 간호사가 퇴직하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격리실에서 주로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과도한 격리와 강박을 묵인하고 방치한 의사, 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간호사를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 5명을 추가로 소환했다.

이러한 인권유린 시스템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기는 곳은 비단 정신병원 뿐만은 아니다. 인권유린의 핵심인물인 브로커와 응급환자이송단 역시 눈앞의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하고 유선전화를 설치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정상인 몇달에서 길게는 평생 감금
병자 1명당 국가서 월 50만원 지원

경기도의 모 정신병원의 경우 불과 전화 한 통화로 의사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특히 약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브로커가 전국 암암리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대대적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정신병원 측과 브로커, 응급이송단의 사리사욕으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상인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법률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조차 초미의 관심도 두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신병원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정상인을 막무가내로 잡아다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정상인을 환자로 둔갑시켜 사지를 묶거나 외부와의 연락단절, 폭행·감금 등 정신병원은 나날이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입원환자를 늘리기 위해 브로커·응급이송단에 뒷돈을 주거나, 필수항목인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피하기 위해 타 병원으로 보냈다 다시 돌려받는 등 불법과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어도…
“제도 개선해야”

브로커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인터넷과 SNS, 유선전화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직접 발품을 팔아 정상인임에도 밥벌이할 능력이 없거나 삶을 포기한 자들을 달콤한 말로 꾀어 강제로 데려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정신병원과 브로커 사이의 검은 거래에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정상인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원 강제구금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다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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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