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서부권 연쇄강간 사건 전말

번듯한 사장님 알고보니…변태 발바리

[일요시사=사회팀] 싱글여성을 암흑 속 공포에 몰아넣었던 서부 발바리가 11년 만에 검거됐다. 그는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절도를 일삼았으며 항거불능 상태인 잠든 여성에게 다가가 성폭행까지 시도했던 파렴치한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체가 밝혀진 뒤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여년 넘게 상습 절도와 성폭행을 일삼아온 그는 바로 수십억원대 자산가였던 것. 낮에는 사장님, 밤에는 발바리로 이중적 삶을 살아온 서부 발바리 검거 스토리를 공개한다.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등 서부권 일대에서 여성 9명을 연쇄 성폭행한 일명 ‘서부 발바리’가 11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사실 이 사건은 증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다. 그러나 경찰의 과학수사를 통한 신원확인 결과 DNA가 일치해  결국 덜미를 잡혔다.

BMW 타고 범행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 1월까지 약 11년 동안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일대에서 혼자 사는 여성 9명을 성폭행하고 46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강간 등)로 박모(55)씨를 구속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작은 건축업체를 운영하던 50대 가장 박씨는 아내와 두 딸을 둔 평범한 남성이었다. 그는 경기도에 약 2600㎡(800평)의 부지를 갖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삶을 영위해오고 있었다. 빌라 건축업체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오던 그 이면에는 검은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는 상습적으로 잠든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치는 강도강간범의 잔혹함을 숨겨두고 있었다.

그는 밤만 되면 “찜질방에 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섰고 고가의 수입브랜드 BMW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절도 및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는 다세대주택이 길게 늘어서 있는 서울 서북부지역 주택가로 향했다.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 등 서울 서부권에서 빌라 건축 업체를 운영하던 박씨는 주변 지리에 밝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일러실 창문이 열려 있거나 방범창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집을 발견하면 즉시 가스 배관을 타거나 집 앞에 주차된 승합차를 밟고 과감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같은 수법으로 2001년부터 주로 다세대주택 1∼2층 위주인 저층에 들어가 금품을 털었던 박씨는 2년 반 만인 2003년 12월 구속될 때까지 240여 차례나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씨의 범행은 단순 절도에서 강간으로 이어지는 수위높은 범죄로 발전했다.


그는 지난 2002년 10월2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근에서 불이 꺼진 집 안을 돌아다니다 홀로 자고 있던 20대 여성의 다세대주택에 침입했다. 박씨는 지층의 방범창을 뜯어내고 집안으로 들어가 여성을 협박, 반항하지 못하게 압박을 가했다. 이후 박씨는 여성을 성폭행한 뒤 핸드백에서 현금을 갈취해 달아났다. 2003년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그는 혼자 집에 있던 여성들을 3차례나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002년부터 서부권 일대 20대녀 9명 성폭행
미제사건 될 뻔…DNA 수사로 11년 만에 검거

4년 동안 죗값을 치르고도 박씨의 범행은 이어졌다. 박씨는 2007년에도 역시 주택의 방범창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가 잠자던 여성의 얼굴을 이불로 덮고 성폭행하는 등 2년 동안 4건의 잔혹한 성폭행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그를 잡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2008년 그는 강간이 아닌 상습절도죄로 다시 구속돼 2년을 복역하고 나와 2명의 여성을 또다시 추가로 성폭행했다. 그가 2002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년 동안 성폭행한 여성은 총 9명에 이르렀고, 2010년 출소 이후 16차례 빈집을 털면서 빼앗거나 훔친 금품은 명품시계·귀금속·현금 등 4600여만원 상당에 달했다.

9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렀음에도 박씨가 경찰 수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유는 범행방법에 있었다. 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대부분 가해자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얼굴 전체가 이불에 가려진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었던 것. 범행 당시 사방이 어두웠던 점도 이유 중 한 부분에 속했다. 박씨의 치밀한 범행방식은 결국 경찰수사는 답보상태에 놓이고 피해자만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번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1993년부터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박씨는 다른 수감자들한테서 배운 대로 범행 직전에 착용한 옷·신발을 범행하고 나올 때는 훔친 것으로 바꿔 착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며 계획적 범행을 꾸몄다. 이는 CCTV에 찍힌 모습에 혼선을 주고 집 주위에 남을지도 모를 발자국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서부지역 발바리’의 범행 행각은 지난 2월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던 박씨의 옆얼굴이 CCTV에 적나라하게 찍히면서 막을 내렸다. 단순절도 사건인 줄 알고 조사하던 경찰은 박씨가 범행 때마다 쓰고 다니던 녹색 비니모자에 주목했다.

서북부지역 연쇄 성폭행 피해자들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범인의 결정적인 단서나 다름없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박씨는 범행에 나설 때면 매번 3000만원짜리 고급 외제 오토바이를 타며 범행 장소를 탐문했던 점에서 경찰은 그를 결정적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박씨를 강도강간 및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전과 10범에 징역살이만 7년 가까이 될 정도로 생계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박씨는 남들보다 더 여유롭게 지냈다. 그는 건축업체를 운영하며 땅과 예금 등 15억원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소 후 특별한 직업 없이 백수처럼 놀고먹어도 돈에 쫓기진 않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10년에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절도 피의자에 대한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는 성범죄 피의자에 한해서만 DNA 채취가 가능했기 때문에 A씨가 절도로 입건됐어도 성범죄 전력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15억대 자산가

단순절도범으로만 오인 받던 박씨는 과욕(강도강간)을 부리다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11년 동안 서부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서부발바리 사건.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연쇄 강간사건’이 완만히 해결됨으로써 서부권에 거주하는 싱글여성들의 마음도 진정됐을 것이라 예상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