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유부녀 몰리는 복고클럽 가보니…

성인전용 놀이터…바람난 아줌마들 '북적북적'

[일요시사=사회팀] 80∼90년대 락카페가 성행했다면 2000년대인 지금은 클럽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럽은 모든 연령대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성인나이트클럽 및 복고클럽 등은 기혼남녀들의 신 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클럽들은 평일·주말을 불문하고 유부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부들의 새로운 탈선장소로 떠오른 성인전용클럽. 본지 기자가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유부들의 일탈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성인을 위한 전용 놀이터(?) ‘락카페’가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존의 락카페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성인관광나이트 및 복고 클럽이 대신하고 있다. 30∼40대 기혼남성들은 잠시라도 업무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여성의 경우 육아 및 자녀교육스트레스에서 탈피하고자 일탈이라는 명목하에 이 같은 클럽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위주
여성고객 우대

나이트클럽을 찾는 유부남녀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동행하거나 회사 동료와 함께 클럽문을 두드렸다. 성인클럽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강북구 수유리의 모 클럽에는 평일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15일 기자는 신분을 숨기고 수유리의 모 성인클럽에 들어가 유부들의 탈선현장을 포착했다.

대부분의 성인클럽의 경우 평일 밤 10시 이전에 입장하는 여성들에게는 입장료 무료, 기본과일안주와 마른안주, 맥주가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지정한 웨이터로부터 ‘ADMISSION CARD’ 쿠폰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오후 9시 반 즈음부터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중년여성들로 가득했다. 개중에는 현장에서 홍보하는 ‘삐끼’의 주선으로 영업용 차량에서 내리는 여성들도 꽤 있었다.

입장 전 현관 앞 명패에는 ‘30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말이 명시돼있었고, 연륜이 묻어난 외목 덕에 클럽을 찾은 모든 기혼고객들은 신분증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빨간 카펫이 깔려진 계단을 계속 걸어 내려가니 리셉션 창구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서 있었고, 클럽 내부에는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웨이터들이 일렬로 서서 고객 맞이에 한창이었다. 본 기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웨이터는 ‘박카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이었고, 에스코트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평일·주말 불문 일탈 유부남녀로 북새통
밤 11시되면 테이블 만석…대기줄 진풍경

클럽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때문인지 10시 정도엔 무료입장을 기다린 여성들만 테이블을 차지했고, 남성은 웨이터만 있었을 뿐 일반 손님으로 온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인클럽도 여느 클럽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 쪽에만 화려한 오색 레이저조명이 사방으로 퍼졌고 테이블석은 빨간 호롱불만 있을 뿐 암흑 그 차체였다. 가장자리에는 25여개의 룸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기자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웨이터에게 연락한 뒤 무료입장 쿠폰을 받았다. 테이블 한자리를 차지한 기자는 스테이지 위에서 본격적인 쇼를 감상했다. 첫무대는 화려한 깃발을 휘저으며 춤사위를 벌이는 것으로 장식했다. 10여분의 시간 동안 현란한 춤사위가 끝나고 이어진 볼거리는 남성 무용수의 스트립쇼였다. 한 건장한 남성이 티팬티만 입고 나와서 음란한 춤을 추면 몇몇 여성들은 불쾌감에 고개를 돌리지만 대부분은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 무대는 남성고객들에게는 혐오감을 심어줄 수 있어 주로 여성들이 대부분인 오픈시간대에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수 마모씨는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노출된 자신의 신체를 강조하며 에로틱한 춤을 췄고, 심지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사회자가 “누구보다 독보적인…. 잠들어 있는데도 20cm”라고 소개하자 마씨는 ‘올 것이 왔다’라는 심산으로 자신의 성기까지 가감 없이 노출하기도 했다. 무방비상태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다른 테이블의 여성들은 흔한 일인 듯 고객을 살짝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마씨는 에로댄스를 마치고 여성들만 있는 테이블을 차례대로 돌며 술 접대를 한 뒤 유유히 퇴장했다.  

회식 잦은 평일
룸 가득 메워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뒤에서 5명의 아마추어 가수들이 흥겨운 90년대 댄스메들리 음악을 부르며 손님들을 스테이지로 유도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려 몇몇 주부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비어있던 스테이지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연이어 나오자 곧 주부들과 넥타이 부대들로 가득 찼고, 댄스음악에 몸을 맡긴 그들은 짝을 지어 막춤 삼매경에 빠졌다. 5인조 혼성그룹이 ‘돌아와’를 마지막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퇴장하자 곧바로 발라드 음악이 나왔다. 무대에서 짝지어 춤을 추던 중년남녀 중 한두 커플은 발라드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기도 했다. 테이블로 돌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여성이 블루스를 멈추고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남성은 몸을 더 밀착시켜 춤을 이어나갔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11시 경, 무리지은 남성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본격적으로 남성이 출입할 시간인 11시부터 2시사이가 피크타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는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했고, 회식을 마치고 2차로 클럽을 방문한 30대 중후반의 유부남과 미혼남들은 예약이라도 한 듯 입장하자마자 룸부터 들어갔다. 비교적 안주와 술값이 저렴한 테이블석에 앉은 남성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테이블석의 90% 이상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모임·회식 핑계로 죄책감 없이 부킹
노골적인 번호교환…눈 맞으면 2차행

남녀성비에 많은 차이가 없자 본격적인 부킹이 이뤄졌다. 유부녀들은 동행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못 이기는 척 끌려 다니는 그들의 입가에는 뜻 모를 미소도 번졌다. 반면 부킹은 극도로 꺼려하면서 다른 남성들과 춤만 추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인위적인 만남보다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스테이지에서 만난 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곤 했다.

클럽 내 분위기를 살피던 중 기자에게 부킹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간 룸은 올해 불혹에 접어든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자리해 있었다. 그중 자신이 개그맨 ‘이수근’과 닮았다며 농담을 건넨 이는 “업무로 스트레스 받고 집에 가기는 싫을 때 가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털어놨다. 이들 3명은 모두 처와 자식이 있었지만 친구와 만나고 싶을 때면 이곳에 매달 2회 이상은 꾸준히 출근도장을 찍으며 회포를 푼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다는 세 남성은 이날 각자 퇴근 후 다른 곳에서 1차를 마치고 기분전환 겸 들렀다고 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부녀들은 각자 옆에 있는 남성들과 러브샷을 들이키며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 번호까지 교환했다. 그 중 맞벌이를 한다는 여성 A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둔 학부모였다. 그녀는 수유리 인근에 살고 있었음에도 남편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클럽에 드나들고 있었다. 그녀는 “신랑이랑 맞벌이를 해오고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회식이 있는 줄 알고 있어 상관없다”라며 “아이들은 매일 칼퇴(정시에 퇴근)하는 애아빠가 봐주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성과 동행한 또 다른 여성 B씨는 전업주부임에도 2주에 한번씩은 클럽에 드나든다고 했다. B씨는 “살림만 하다보면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예전에는 애들만 위해서 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때 못 즐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모임을 핑계로 가끔 바람 쐬러 나오곤 한다”고 토로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
부킹시 팁 주기도

두 번째 부킹요청으로 들어간 방엔 남성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외모가 꽤 젊어 보이는 남성들은 여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술잔에 술을 채우며 나이부터 사는 곳, 남자친구 유무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 중에는 직업도 있었다. 기자가 일반 회사원이라고 답하자 한 남성은 “우리 회사에서 비서직을 하면 한 달에 500만원은 보장해주겠다”고 꾀었다. 부킹을 주선한 웨이터가 그들이 미리 주문한 맥주를 갖고 다시 들어오자 기자의 옆에 자리한 남성이 “여성이 마음에 든다. 수고했다”며 팁으로 몇 만원을 쥐어주기도 했다.

이윽고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동석했고, 그녀는 술과 분위기에 취한 듯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여성은 “사실 29살이다. 성인나이트 특성상 신분증 검사를 잘 안하기 때문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며 “마침 신랑도 오늘 친구들이랑 술 마신다고 해서 바로 친구들과 만나 이곳으로 왔다. 결혼하니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신랑이 늦게 오는 날을 틈타 종종 나이트나 클럽에 간다”고 말했다.

여성의 옆에 앉은 남성도 37살의 유부남이지만 회사에서 회식이 있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클럽이나 단란주점에 들른다고 했다. 그는 “유부남, 유부녀라고해서 이런데 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오히려 생계나 가사, 육아에 스트레스를 받는 유부들이야말로 시원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솔직히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잠깐 술 마시고 얘기하는 건데 그리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내 아내가 이런 곳에 와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도 난 이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본 1∼2시간
기다려야 입장

기자가 취재를 끝내고 나온 시간은 1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새벽시간에도 클럽을 향하는 유부남녀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자리가 없어서 기본 1∼2시간씩은 기다려야한다는 성인클럽. 이는 기혼자들의 신개념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지만, 욕구충족에 치중할 경우 위험한 탈선현장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이 세인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기혼 당사자들은 ‘탈선’ ‘일탈’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가끔은 이렇게라도 숨통을 트여주는 게 되레 부부관계나 스트레스 해소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사람에 따라 탈선의 현장이 되기도, 스트레스 해소 돌파구가 되기도 하는 성인클럽은 퇴폐적으로도, 성인들의 건전한 놀이터로도 인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이상한 실종아동 전단지

미아 얼굴 밑에 '웨이터OO"

실종된 여자 어린이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배경으로 나이트클럽 홍보문구를 넣은 전단지가 인천 시내 곳곳에 뿌려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의 유흥가 인근 골목에서 실종아동 인적사항 밑에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삽입돼있는 전단지가 발견됐다. 전단지에는 경찰청 마크, 실종아동의 얼굴, 인적사항 등을 배경 외에 연수구에 한 성인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이 같은 전단지는 연수구와 남동구 만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붙어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 있는 탓에 경찰에서 나이트클럽의 지원을 받아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을 정도.

정모(47)씨는 “실종아동의 부모가 전단지를 본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경찰에서 돈이 없어서 나이트클럽 돈을 받고 실종아동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생각했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에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연수경찰서에서 해당 나이트클럽에 확인한 결과, 인터넷에 있는 실종아동의 사진 등을 사용해 나이트클럽이 직접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난 것.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경찰에 “실종아동이 들어가 있으면 시민들이 지나가며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인터넷에서 실종아동 사진 등을 퍼와 전단지를 제작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불러 즉결심판에 넘기고, 인천시내 곳곳에 붙은 전단지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경찰마크까지 도용해 홍보를 했다. 경찰청 마크가 들어가면 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