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대기업 주총 총결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4: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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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했는데 역시…'짜고 친' 의사봉

[일요시사=경제1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올해 역시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검찰 및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원안대로 의결됐고 기존 사외이사들도 대폭 재선임됐다. 3월 열린 주요 대기업 주주총회 모습이다. '일사천리'로 끝난 대기업 주주총회 교집합을 모아봤다.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삼성, 신세계, 현대차, CJ, 롯데, SK, 포스코 등 주요 그룹사의 계열사 등 상장사는 지난 15일과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일부 기업의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예상됐지만 미풍에 그쳤다.

일부 그룹사에서는 후계자들의 위상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고 논란이 됐던 검찰 및 공정위 고위 인사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기존에 있던 사외이사들도 대폭 재선임됐다. 개혁은 없었다. 대부분의 주총은 30분 내외로 마무리됐다. '찬성이요' '동의합니다'라는 말이 남발했다.

두드러진 오너
경여참여 확대

이번 주총에서는 특히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 확대가 두드러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정 회장은 이미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6개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 6개 회사 이사가 되면서 현대차의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모두 맡게 됐다.
지난 1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장일치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최 회장은 SK(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재계 최고령 총수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외에도 롯데제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등 6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대홍기획과 롯데리아, 롯데알미늄 등 6개 계열사의 비상근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롯데그룹 주요계열사의 등기이사는 다 맡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등기이사 5명 중에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그의 자녀들인 신동빈 이사와 신영자 이사가 있어 지배주주 일가가 전체 등기이사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이미 CJ제일제당과 CJ, CJ E&M, CJ대한통운의 상근이사와 CJ시스템즈 등 4개 회사의 비상근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제일제당 사내이사에 올랐다.

'책임경영'이라는 명목으로 각 그룹 경영진들이 사내이사로 대거 진입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대신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이 새롭게 사내이사에 합류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호텔신라는 차정호 면세유통 사업부장과 채홍관 경영지원실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현대차는 김충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전호석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의결했고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3년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대신에 김해성 경영전략실 사장과 장재영 신세계 대표, 김군선 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관료·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선임 원안대로 처리
30분 내외로 주총 마무리…소액주주 여전히 무시


이마트의 경우 김해성 사장과 박주형 경영지원 본부장을, KT는 표현명 T&C부문장과 김일영 그룹코퍼레이트센터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제철은 박승하 부회장, 우유철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포스코는 장인환 부사장과 김응규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의결했다. 장 부사장은 포스코의 주력인 탄소강사업부문장을, 김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과 논란이 됐던 검찰 및 공정위, 법조계 출신 고위인사들의 사외이사 영입도 별 다른 문제없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14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신세계의 이사선임건과 관련해 후보인 손인옥·손영래 후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지만 15일 열린 신세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안이 무사 통과됐다.

손인옥 후보는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최근 신세계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관련 가처분 신청 법률자문을 맡은 이력이 있다. 손영래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서정의 고문으로 있으며 국세청장을 지낸 이력이 있고 직권남용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을 신규 선임하고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을 재선임했다. 송 전 총장은 검찰 재직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의혹 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책임자였다.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김승도 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와 동시에 김승도 사외이사와 성낙일 사외이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GS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차는 남성일 전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과 이유재 전 한국마케팅학회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남 전 원장은 미국 로체스터 대학 박사 출신으로 현대 서강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 전 학회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박사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SK C&C는 이용희 NICE신용평가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됐으며 현재 사외이사인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됐다.

CJ제일제당은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과 최정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갑순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선임안
만장일치 통과

LG전자는 임기가 만료된 이규민 SK경제경영연구소 고문과 김상희 변호사가 재선임 됐다. LG화학은 김반석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김장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김진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신규선임했다.

포스코는 신재철 전 한국IBM 대표와 이명우 전 소니코리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논란이 됐던 김재형 법무법인 지평지성 고문변호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송 전 총장을 삼성전자에 뺏긴 GS리테일은 서울고등법원 검사를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박성득 현 리인터내셔날 변호사를 대신 영입했다.

검찰총장 뺏기고
검사 출신 영입

두산과 CJ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CJ에는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자리를 잡았다.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CJ제일제당과 함께 올해부터 이마트 사외이사도 겸임하며 지난 2011년부터 한화 사외이사로 일해 온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은 호텔신라 사외이사직도 맡았다.

한미숙 전 대통령실중소기업비서관은 기업은행과 LG유플러스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았으며, 황이석 서울대 교수는 풀무원홀딩스와 LG생활건강을, 전성빈 서강대 교수는 신한금융지주와 LG유플러스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을 비롯해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아닌 사람들이 사외이사를 장악하는 한국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된다"며 "대기업 전방위로 펼쳐진 왜곡된 사외이사 제도를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 된다"고 지적했다.

거세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의 주총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정기 주총을 1시간 만에 끝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고 이사진 개편 등 3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작년보다 30분 이상 빨리 주총이 마무리 된 셈이다.


"찬성이요" 남발
쉐도우보팅 악용

같은 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도 30분 안에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이사 선임의 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모두 무리 없이 통과시켰다.

LG전자 역시 반대 의견 하나 없이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개정 승인, 이사 선임의 건 등 5개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오전 8시30분 시작한 주총을 25분 만에 끝냈다. 의장의 감사 및 영업보고 시간을 제외하면 약 10분 만에 모든 안건이 통과한 셈이다. 지난해 주총은 23분 만에 마무리됐다.

LG화학도 오전 10시30분 시작한 주총을 25분 만에 끝냈고 LG이노텍 주주들도 40분 만에 주총장을 정리했다. 신세계와 이마트도 20∼30여분 만에 주총을 마무리했다.

올해 역시 주총이 금요일 아침 시간으로 몰리면서 직장에 묶인 소액주주들의 참여는 어려웠다.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전자투표제도를 신청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된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인터넷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설사 참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간간히 들려오는 소액주주의 발언은 철저히 묵살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 및 소란 등으로 5분여 만에 종료된 KT 주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기업은 주총일정을 순조롭게 마쳤다.

전자투표제 신청
단 한 곳도 없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예탁원이 임의로 행사하는 제도인 쉐도우보팅은 주주 감시를 피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주주와 회사 간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보유지분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주총에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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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