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성형 부작용 '천태만상'

깎고 세우고 늘리다…녹아내린 얼굴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멘탈붕괴 된 사람들이 있다. 예뻐지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극심한 고통을 참았지만, 그녀들에게 돌아온 건 성형 후 부작용. 이에 그들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의 필수코스인 성형.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과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들을 취재했다.



“세상에…. 저 사람 얼굴 괴물 같아.”

30대 중반, 미혼의 김모씨는 살아오면서 평생 콤플렉스로 남을 것 같았던 조금 비뚤어진 턱을 교정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결심했다. 그는 거액에 이르는 수술비용과 후유증이 극심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와 부담에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라는 생각이 더 크게 앞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강남 압구정의 모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았다. 그 병원은 일부 연예인들도 양악수술 받았던 곳이었기에 당시에는 꽤 유명한 병원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턱 교정 하려다
오랑우탄 몰골로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첫 번째 양악수술은 실패하고 말았다. 턱 교정이 잘못돼 모든 발음이 새는 불편을 겪었고 비뚤어진 턱 또한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첫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김씨는 허탈감과 실망감에 휩싸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악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 2∼3군데를 수소문해 상담을 받고 재수술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옮긴 병원의 담당 원장은 김씨의 상태를 본 후 차트에 ‘치아가 잘 보이게 양악을 앞으로 빼고 앞턱 길이 짧게, 무턱이니 볼륨감 있게 교정하고 전 병원에서 양악수술 후 발음이 안 좋아 발음 좋아지게’라고 적은 뒤, “심각하게 새는 발음을 완벽하게 교정시켜주고 무턱 교정도 함께 해줄 테니 믿고 수술해라”라며 신뢰감을 심어줬다. 김씨는 양악 재수술을 받은 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부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양악 후유증 시달리다 손목 긋고 자살 시도
수차례 재수술 끝에 코끝 무너져 호흡 곤란


그렇게 기다린 지 5개월. 재수술의 기적을 맛보려 했던 김씨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의 턱 상태는 재수술 이후 더 심각해졌다. 양악을 너무 집어넣어 윗입술은 끝도 없이 말려들어갔고, 특히 웃을 때는 틀니 빠진 할머니상으로 변해버려 맘껏 웃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차트에 적어뒀던 담당 의사의 말과 달리 수술 후 피해자는 구강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무턱교정은커녕 하악은 꺼져 있어 되레 오랑우탄 같은 얼굴로 변해버렸다.

자신이 봐도 흉측한 몰골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김씨에게 양악수술 후 생긴 불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 한 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치아가 맞물려있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모두 끼어 양치만으로는 음식물 제거도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그는 매번 작은 티스푼으로 치아 사이사이를 일일이 긁어내 양치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발음이 좋아진다는 말 때문에 더욱 양악수술을 결심했던 김씨는 수술 후 ‘숫자 2’는 전혀 발음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음도 나빠졌다. 무턱교정 또한 되지 않았다. 보형물을 넣었음에도 무턱은 여전했고 ‘가가멜’ ‘마귀할멈’ 등 괴이한 별명을 달고 살아야 했다.

양악수술 후 한순간에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전락된 김씨의 얼굴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뜨리게 만들었고, 재수술한 병원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원장은 오히려 “애초에 수술이 잘못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수술해서 이상해진 걸 왜 자신한테 그러느냐”라고 반박했다.

거울 파편조각으로
손목 그어 자살시도

다른 병원에서도 3차 재수술 상담을 받아봤으나 도저히 바꾸기엔 불가능하다고 얘기만 들었을 뿐,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병원 내 사람들은 김씨의 웃는 모습을 보며 “어머어머, 세상에 완전 괴물이다. 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하얀 가면 같아. 무서워”라며 수군댔다. 심지어 김씨의 가족들마저도 그에게 “어디 가서 절대 웃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초리와 언급에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댓글알바나 펫시터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 마치 ‘히키코모리(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처럼 집에서 은둔생활 했다. 웃지 말라는 주위의 당부에 근 1년 동안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웃는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했던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괴물과도 같았다. 윗입술이 말려들어가면서 이 없는 80세 노인인상으로 바뀐 김씨는 그 자리에서 거울을 깨고 파편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평생 이대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호소한 그는 사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자살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남성 뿐 아니라 일반인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김씨. 양악 후 일찌감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생계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그는 “양악수술은 제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상이 아닌 단지 미용목적으로 양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직접 때려서라도 뜯어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 비서로 근무하던 20대 중반의 임모씨는 자신의 낮은 매부리코와 심하게 낮은 코끝에 불만을 갖고 코 성형을 시도했다. 임씨는 큰 욕심 없이 단지 일반 사람들의 코 높이정도만 되길 원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강남 신사의 한 유명한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 “저는 코끝은 뾰족하게 하되 콧대는 많이 안 높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임씨의 주문을 받은 담당 의사는 콧대는 실리콘, 코끝은 귀 연골을 넣어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끝만 살짝 올라가길 원했던 그의 소망은 칼이 지나간 후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수술 후 부기와 멍을 없애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하며 사후관리에 철저했던 임씨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부기가 빠지길 기다렸다. 소염제와 부기 제거에 좋다는 배즙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먹은 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지만 임씨의 몰골은 여전히 멍 자국과 부푼 주먹코가 자리하고 있었다. 눈 밑 멍은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부기 빠지기만을 기다린 지 3개월. 임씨의 코는 부기는 그대로에 콧대만 높고 코끝은 전혀 올라가지 않아서 코끝은 뭉툭하고 콧대만 높은 단지 큰 주먹코 형태로 변해버렸다. 오히려 수술 전인 낮았던 코보다 못한 무식한 코가 돼버린 것이다.

임씨의 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만 보인다. 코가 왜 그러냐. 무서워 보인다. 인상이 바뀌었다” 등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의 오랜 친구 중 1명은 “예전이 더 나은데 그냥 살지 왜 그랬냐. 나도 수술하고 싶었는데 네 코보고 수술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의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임씨는 그 자리에서 절교를 선언했고, 다른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는 등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피해망상에
우울감 증폭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서직으로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는 직종에서 근무하던 그는 수술 후 사람들을 마주하지 못함은 물론 그들이 볼 때마다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혹여 사람들이 웃을 때면 속으로 ‘저 사람이 내 코가 이상해서 비웃나?’라는 별별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가량을 임씨는 집-회사-병원만 다니며 지인들과의 사적인 만남도 피해왔다. 그는 병원 측에 거듭된 항의를 통해 재수술에 성공했지만 재수술 후에도 코에 염증을 동반한 코끝 무너짐이 나타나는 등 거듭된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했다. 수십 번에 걸쳐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사후관리를 했음에도 결국 딸기코에 한쪽 콧구멍이 찌그러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벗어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 임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오만 짜증을 내며 심적 스트레스를 풀었다. 3번째 재수술을 받은 지금도 임씨의 코는 여전히 한쪽 콧구멍만 들린 상태로 비뚤어진 들창코로 살아가고 있다. 임씨는 해당 병원을 상대로 고소 준비 중이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동반한 재수술 비용, 주사와 약물치료에 들어간 치료비 등을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

임씨는 “당장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할 생각이다. 재수술에 매번 실패한 뒤 내 삶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고, 사실상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상태”라며 “매일 거울을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우울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싸울 생각이다”라고 단언했다.

국내 성인여성들이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 지방흡입. 가히 성형의 대세라고 칭할 수 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한 성형인 것도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시술 후 피부가 썩는 등 피부괴사가 일어나기도 하며, 시술의사의 경험횟수에 따라 몸 구석구석에 쭈글쭈글한 노인주름을 평생 안고 가야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시술비용도 만만치 않아 시술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 지방흡입은 과체중 여성들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최근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지방흡입을 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인기피증으로 지인과 인연 끊고 외톨이 생활
마스크·모자 항시 착용…대출로 수술해 빚더미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상체는 비교적 마른반면 허벅지와 종아리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뭉쳐있어 심각한 하체비만을 안고 살다 지인의 소개로 유명한 지방흡입전문 성형외과를 찾았다. 담당의는 여성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약 2000cc에 달하는 지방을 제거했고, 두 달 후쯤엔 확연히 가늘어진 다리를 가질 수 있을 거라며 신뢰를 심어줬다.

제거 이후 그는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2주 뒤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다리 살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보낸 여성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술 후 잠깐 있다 없어질 흉터라고 생각했던 피부반점과 염증현상은 점점 커져서 그 공간을 넓혀갔다. 상처 또한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쁜 각선미를 뽐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의 바람이 착각으로 돌변해버린 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 피부흉터가 아닌 피부괴사였다. 지방을 흡입한 부분의 살이 썩어 벗겨진 피부에서 물집이 생겼던 것.    

여성은 시술받은 병원에 항의전화와 방문을 거듭하며 상처치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곤욕이었다. 그는 여름 내내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2개월 이상 하루에 2번 소독 치료를 하고, 12만원 짜리 테이핑도 항상 하고 다녀야했다. 4개월 이상 압박붕대에 긴 바지만 입는 불편도 동시에 겪었다. 상처에 땀나면 안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운동은 물론 한여름에 오른쪽 다리는 샤워 한번 하지 못했고, 무릎 옆쪽에는 시술 부작용에 따른 상처가 생겨 평생 짧은 치마한번 입지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점은 지방제거를 했는데도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은 지방흡입 부작용인 피부괴사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재수술 및 치료비를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원장은 도리어 “네 피부가 원래 그런 거를 왜 내 책임으로 떠미느냐”며 화를 냈고 고소장을 내밀자 ‘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다. 여성은 현재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민사소송 중에 있으며 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의 약력
제대로 살펴야

이외에도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문의의 약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지인의 소개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의원을 방문해 수술을 강행해 큰 부작용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례로 한 40대 주부가 해외의 모 아카데미에서 수술자격증을 불법으로 취득한 의료진에게 눈·코 성형을 받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작용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린 이 주부는 결국 방송에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 중 그 병원에서 수술 받다 부작용이 일었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 원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없이 지금도 당당하게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고 시술경험만으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과대광고에 휘말려 무심코 지나쳐버린 전문의 약력확인. 이는 성형부작용을 예방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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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