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성형 부작용 '천태만상'

깎고 세우고 늘리다…녹아내린 얼굴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멘탈붕괴 된 사람들이 있다. 예뻐지기 위해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극심한 고통을 참았지만, 그녀들에게 돌아온 건 성형 후 부작용. 이에 그들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의 필수코스인 성형.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과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들을 취재했다.



“세상에…. 저 사람 얼굴 괴물 같아.”

30대 중반, 미혼의 김모씨는 살아오면서 평생 콤플렉스로 남을 것 같았던 조금 비뚤어진 턱을 교정하기 위해 양악수술을 결심했다. 그는 거액에 이르는 수술비용과 후유증이 극심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와 부담에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라는 생각이 더 크게 앞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강남 압구정의 모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았다. 그 병원은 일부 연예인들도 양악수술 받았던 곳이었기에 당시에는 꽤 유명한 병원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턱 교정 하려다
오랑우탄 몰골로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첫 번째 양악수술은 실패하고 말았다. 턱 교정이 잘못돼 모든 발음이 새는 불편을 겪었고 비뚤어진 턱 또한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첫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김씨는 허탈감과 실망감에 휩싸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악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 2∼3군데를 수소문해 상담을 받고 재수술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옮긴 병원의 담당 원장은 김씨의 상태를 본 후 차트에 ‘치아가 잘 보이게 양악을 앞으로 빼고 앞턱 길이 짧게, 무턱이니 볼륨감 있게 교정하고 전 병원에서 양악수술 후 발음이 안 좋아 발음 좋아지게’라고 적은 뒤, “심각하게 새는 발음을 완벽하게 교정시켜주고 무턱 교정도 함께 해줄 테니 믿고 수술해라”라며 신뢰감을 심어줬다. 김씨는 양악 재수술을 받은 뒤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부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양악 후유증 시달리다 손목 긋고 자살 시도
수차례 재수술 끝에 코끝 무너져 호흡 곤란


그렇게 기다린 지 5개월. 재수술의 기적을 맛보려 했던 김씨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의 턱 상태는 재수술 이후 더 심각해졌다. 양악을 너무 집어넣어 윗입술은 끝도 없이 말려들어갔고, 특히 웃을 때는 틀니 빠진 할머니상으로 변해버려 맘껏 웃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차트에 적어뒀던 담당 의사의 말과 달리 수술 후 피해자는 구강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무턱교정은커녕 하악은 꺼져 있어 되레 오랑우탄 같은 얼굴로 변해버렸다.

자신이 봐도 흉측한 몰골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김씨에게 양악수술 후 생긴 불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 한 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치아가 맞물려있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모두 끼어 양치만으로는 음식물 제거도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그는 매번 작은 티스푼으로 치아 사이사이를 일일이 긁어내 양치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발음이 좋아진다는 말 때문에 더욱 양악수술을 결심했던 김씨는 수술 후 ‘숫자 2’는 전혀 발음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음도 나빠졌다. 무턱교정 또한 되지 않았다. 보형물을 넣었음에도 무턱은 여전했고 ‘가가멜’ ‘마귀할멈’ 등 괴이한 별명을 달고 살아야 했다.

양악수술 후 한순간에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전락된 김씨의 얼굴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뜨리게 만들었고, 재수술한 병원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원장은 오히려 “애초에 수술이 잘못된 것이다. 전 병원에서 수술해서 이상해진 걸 왜 자신한테 그러느냐”라고 반박했다.

거울 파편조각으로
손목 그어 자살시도

다른 병원에서도 3차 재수술 상담을 받아봤으나 도저히 바꾸기엔 불가능하다고 얘기만 들었을 뿐,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병원 내 사람들은 김씨의 웃는 모습을 보며 “어머어머, 세상에 완전 괴물이다. 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하얀 가면 같아. 무서워”라며 수군댔다. 심지어 김씨의 가족들마저도 그에게 “어디 가서 절대 웃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초리와 언급에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댓글알바나 펫시터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 마치 ‘히키코모리(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처럼 집에서 은둔생활 했다. 웃지 말라는 주위의 당부에 근 1년 동안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웃는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했던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괴물과도 같았다. 윗입술이 말려들어가면서 이 없는 80세 노인인상으로 바뀐 김씨는 그 자리에서 거울을 깨고 파편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 평생 이대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호소한 그는 사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자살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남성 뿐 아니라 일반인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김씨. 양악 후 일찌감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생계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그는 “양악수술은 제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상이 아닌 단지 미용목적으로 양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직접 때려서라도 뜯어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 비서로 근무하던 20대 중반의 임모씨는 자신의 낮은 매부리코와 심하게 낮은 코끝에 불만을 갖고 코 성형을 시도했다. 임씨는 큰 욕심 없이 단지 일반 사람들의 코 높이정도만 되길 원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강남 신사의 한 유명한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 “저는 코끝은 뾰족하게 하되 콧대는 많이 안 높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임씨의 주문을 받은 담당 의사는 콧대는 실리콘, 코끝은 귀 연골을 넣어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끝만 살짝 올라가길 원했던 그의 소망은 칼이 지나간 후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수술 후 부기와 멍을 없애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하며 사후관리에 철저했던 임씨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부기가 빠지길 기다렸다. 소염제와 부기 제거에 좋다는 배즙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먹은 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지만 임씨의 몰골은 여전히 멍 자국과 부푼 주먹코가 자리하고 있었다. 눈 밑 멍은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부기 빠지기만을 기다린 지 3개월. 임씨의 코는 부기는 그대로에 콧대만 높고 코끝은 전혀 올라가지 않아서 코끝은 뭉툭하고 콧대만 높은 단지 큰 주먹코 형태로 변해버렸다. 오히려 수술 전인 낮았던 코보다 못한 무식한 코가 돼버린 것이다.

임씨의 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코만 보인다. 코가 왜 그러냐. 무서워 보인다. 인상이 바뀌었다” 등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의 오랜 친구 중 1명은 “예전이 더 나은데 그냥 살지 왜 그랬냐. 나도 수술하고 싶었는데 네 코보고 수술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의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임씨는 그 자리에서 절교를 선언했고, 다른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는 등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피해망상에
우울감 증폭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서직으로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는 직종에서 근무하던 그는 수술 후 사람들을 마주하지 못함은 물론 그들이 볼 때마다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혹여 사람들이 웃을 때면 속으로 ‘저 사람이 내 코가 이상해서 비웃나?’라는 별별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가량을 임씨는 집-회사-병원만 다니며 지인들과의 사적인 만남도 피해왔다. 그는 병원 측에 거듭된 항의를 통해 재수술에 성공했지만 재수술 후에도 코에 염증을 동반한 코끝 무너짐이 나타나는 등 거듭된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했다. 수십 번에 걸쳐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사후관리를 했음에도 결국 딸기코에 한쪽 콧구멍이 찌그러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벗어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 임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오만 짜증을 내며 심적 스트레스를 풀었다. 3번째 재수술을 받은 지금도 임씨의 코는 여전히 한쪽 콧구멍만 들린 상태로 비뚤어진 들창코로 살아가고 있다. 임씨는 해당 병원을 상대로 고소 준비 중이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동반한 재수술 비용, 주사와 약물치료에 들어간 치료비 등을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

임씨는 “당장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할 생각이다. 재수술에 매번 실패한 뒤 내 삶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그 좋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고, 사실상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상태”라며 “매일 거울을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우울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싸울 생각이다”라고 단언했다.

국내 성인여성들이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 지방흡입. 가히 성형의 대세라고 칭할 수 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한 성형인 것도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시술 후 피부가 썩는 등 피부괴사가 일어나기도 하며, 시술의사의 경험횟수에 따라 몸 구석구석에 쭈글쭈글한 노인주름을 평생 안고 가야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시술비용도 만만치 않아 시술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 지방흡입은 과체중 여성들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최근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지방흡입을 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인기피증으로 지인과 인연 끊고 외톨이 생활
마스크·모자 항시 착용…대출로 수술해 빚더미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상체는 비교적 마른반면 허벅지와 종아리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뭉쳐있어 심각한 하체비만을 안고 살다 지인의 소개로 유명한 지방흡입전문 성형외과를 찾았다. 담당의는 여성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약 2000cc에 달하는 지방을 제거했고, 두 달 후쯤엔 확연히 가늘어진 다리를 가질 수 있을 거라며 신뢰를 심어줬다.

제거 이후 그는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2주 뒤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다리 살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보낸 여성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술 후 잠깐 있다 없어질 흉터라고 생각했던 피부반점과 염증현상은 점점 커져서 그 공간을 넓혀갔다. 상처 또한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쁜 각선미를 뽐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의 바람이 착각으로 돌변해버린 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 피부흉터가 아닌 피부괴사였다. 지방을 흡입한 부분의 살이 썩어 벗겨진 피부에서 물집이 생겼던 것.    

여성은 시술받은 병원에 항의전화와 방문을 거듭하며 상처치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곤욕이었다. 그는 여름 내내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2개월 이상 하루에 2번 소독 치료를 하고, 12만원 짜리 테이핑도 항상 하고 다녀야했다. 4개월 이상 압박붕대에 긴 바지만 입는 불편도 동시에 겪었다. 상처에 땀나면 안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운동은 물론 한여름에 오른쪽 다리는 샤워 한번 하지 못했고, 무릎 옆쪽에는 시술 부작용에 따른 상처가 생겨 평생 짧은 치마한번 입지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점은 지방제거를 했는데도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은 지방흡입 부작용인 피부괴사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재수술 및 치료비를 병원 측에 요구했지만 원장은 도리어 “네 피부가 원래 그런 거를 왜 내 책임으로 떠미느냐”며 화를 냈고 고소장을 내밀자 ‘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다. 여성은 현재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민사소송 중에 있으며 타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의 약력
제대로 살펴야

이외에도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문의의 약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지인의 소개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의원을 방문해 수술을 강행해 큰 부작용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례로 한 40대 주부가 해외의 모 아카데미에서 수술자격증을 불법으로 취득한 의료진에게 눈·코 성형을 받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부작용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린 이 주부는 결국 방송에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 중 그 병원에서 수술 받다 부작용이 일었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 원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없이 지금도 당당하게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고 시술경험만으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과대광고에 휘말려 무심코 지나쳐버린 전문의 약력확인. 이는 성형부작용을 예방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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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