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통계> '베스트&워스트' 화이트데이 선물

실속 없는 사탕바구니 “너나 드세요”

[일요시사=사회팀] 매년 상술논란에 휩싸이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이는 유통업계의 지나친 상술로 뭇매를 맞는 존폐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기념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십수년간 지속돼오고 있는 원인에는 선물의 진화에 있다. 사탕, 초콜릿 등 달콤한 간식거리만 주고받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의류나 잡화, 액세서리 등 고가의 선물로 진화했기 때문. 화이트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성들이 꼽은 최고의 선물, 최악의 행동을 소개한다.

    



이성을 향한 마음이 선물로 평가되는 추세인 밸런타인·화이트데이. 2월은 여성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밸런타인데이가 있었다면 3월은 화이트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에 수많은 여성들은 이성으로부터 무슨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부푼 기대를 안고 있다. 여성들이 꼽은 화이트데이에 받고 싶은 선물 또는 이성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을 나열했다.  

“명품이면 베리굿”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여성 7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여대생들이 화이트데이에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로는 ‘액세서리 및 쥬얼리’가 16.9%로 1위에 꼽혔다. 이는 2위에 오른 ‘사탕, 초콜릿(16.6%)’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예상보다 낮은 비율의 여성들이 고가의 선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위는 ‘감동적인 이벤트(12.4%)’가 차지했으며, ‘화장품 및 향수(12.2%)’, ‘정성껏 만든 핸드메이드 선물(9.8%)’이 나란히 받고 싶은 선물 5위권에 올랐다. 그 외 ‘고가의 명품 의류·잡화(7.0%)’ ‘뮤지컬 등 공연관람(6.1%)’ ‘여행(5.4%)’ 등도 받고 싶은 선물로 꼽혔다.

서울 모 여대에 다니는 양모(22)씨는 “주위 친구들 중 일부는 명품가방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하지만 생일이나 둘만의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데, 명품은 사치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주고도 욕먹는 선물인 사탕바구니나 인형은 짐만 돼 받고 싶지 않다. 차라리 돈 좀 더 보태서 작은 귀걸이라도 선물하는 게 애인을 감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여대생 강모(21)씨는 “선물도 좋지만 차라리 콘서트나 뮤지컬 같은 공연 데이트가 더 나은 듯싶다. 평소에는 자주 못 해보는 데이트 코스이기 때문에 기념일만큼은 색다른 데이트를 하면 기분도 낼 수 있고, 뜻 깊은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여전히 고가의 명품선물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가격대는 ‘150만∼200만원대’가 42.0%로 가장 높았다. 이어 ‘250만∼300만원대’는 21.5%로 2위, 300만원 이상은 9%로 순을 이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이 나이에 와서도 화이트데이를 기대한다는 게 유치해보일 수 있지만, 나이대를 불문하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는 모든 남녀들의 로망인 것 같다”며 “저 역시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남자친구에게 고가의 명품지갑을 선물했다. 해준 게 있으니 이에 상응하는 가격대의 선물을 바라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지·목걸이 쥬얼리에 감동 이벤트 ‘최고’
빈손으로 “뭐 갖고 싶니”묻는 남자 ‘최악’

반면 여성들은 화이트데이 최악의 남성으로 빈손으로 와서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묻는 이를 꼽았다. 화이트데이 선물과 관련, ‘남자친구가 이것만은 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되는 최악의 행동은?’이란 질문에 여성의 32.3%가 ‘데이트 당일 빈손으로 나와서 “무엇이 갖고 싶냐”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남자친구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최악의 행동 2위는 ‘실속도 없고 비싸기만 한 커다란 사탕바구니를 선물로 주는 것(26.5%)’, 3위는 ‘처치 곤란한 꽃다발을 들고 오는 것(10.8%)’이 각각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또 ‘취향이 아닌 액세서리나 사이즈가 안 맞는 옷 등 이상한 선물(7.2%)’ ‘선물을 준 뒤 계속해서 반응을 살피면서 “좋냐”고 확인하는 것(5.1%)’ ‘속옷과 같은 민망한 선물을 하는 것(3.5%)’ ‘정성만 담긴 편지로 선물을 대신하는 것(3.1%)’ ‘부담스럽도록 비싼 선물을 들고 나오는 것(2.3%)’ 등도 남자친구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언급됐다.


취업준비생인 신모(24)씨는 “남자친구가 눈치 없이 구는 게 정말 싫다. 차라리 카사노바라도 좋으니 눈치껏 행동했으면 좋겠다. 4년 사귀면서 변변한 선물한 번 한 적 없다가 지난해 14k 목걸이 하나 받았는데, 계속 ‘괜찮아?’ ‘마음에 들어?’ ‘나 같은 남자친구가 어디 있냐? 넌 복 받은 줄 알아라’ 등 확인멘트를 쏟아내서 피곤했다. 차라리 안 받는 게 더 좋았을뻔 했다”고 곤욕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남성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성들과 달리 남학생의 73.9%가 “화이트데이 선물을 준비 중”이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남성들이 준비하고 있는 선물은 ‘사탕 및 초콜릿’이 65.0%로 압도적이었다. 예상하는 선물비용은 ‘1만∼3만원 미만’이 34.3%로 가장 많았으며 ‘3만∼5만원 미만’은 31.0% ‘1만원 미만’이 19.2%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만원 이상’을 사용한다는 응답자도 6.1%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유모(31)씨는 “대학생의 경우 사탕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나이면 용돈 받을 때이고 변변찮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 힘들 때인데, 부담스러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다”라며 “그러나 현재 저처럼 고정적 수입이 있다면 간식거리보다는 여행을 간다던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사주는 게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남녀의 상반된 의견이 두드러진 기념일인 화이트데이는 타 이색설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이목을 집중케 했다. 화이트데이는 ‘각종 데이 중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날’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같은 결과는 화이트데이에 대한 남성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갈수록 화이트데이가 사탕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되는 추세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통계결과 실제 백화점 매출로도 이어져 밸런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의 매출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상술에 현혹 금물

일부 남성들은 화이트데이를 일컬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쓸데없는 날’이라고 부른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을 받고 화이트데이에는 선물을 주는 식이라는 것. 특히 정성을 들인 수제 초콜릿이라도 받는 날에는 정성에 걸맞은 고가의 선물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배가 된다고 전한다. 시간이 갈수록 빗나간 상술에 현혹되는 사람들.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애용되던 초콜릿, 사탕이 유통업계의 노골적인 상술과 일부 사람들의 허영심에 의해 액세서리나 지갑 등 고가의 선물로 진화하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