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진단> '방패막이' 금융권 사외이사 대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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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찬성" 일당 500만원짜리 좀비 용병들

[일요시사=경제1팀]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책임은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1년에 12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게 전부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알아서 연장해 준다. 모두 사외이사 얘기다. 특히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연임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있다.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34명. 이들 중 28명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 재선임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9명 중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유임할 수 없는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제외한 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이경재·배재욱·김영진·이종천·고승의·이영남·조재목 이사가 이에 속한다 조 이사는 올 들어 5년의 임기를 채우게 돼 내년이면 임기를 꽉 채운다. 함 교수의 자리에는 김용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이 신규 선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중 9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8명을 재선임했다. 지난 2011년 선임된 유재근 이사가 일본 내 사업 때문에 사외이사 활동이 어려워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재선임된 사외이사에는 권태은·김기영·김석원·남궁훈·윤계섭·이정일·히라카와 하루키·필립 아기니에 이사가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4명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희택·방민준 이사는 5년 임기가 끝나 이 자리에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변호사와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용만·이두희·이헌·박존지환 이사는 재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유병택·김경섭·이구택 이사만 바뀌고 나머지 2명은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사 '외인부대' 대부분 유임
"연임 못하면 바보" 95%이상 자리보전

물러나는 사외이사 자리는 정광선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 오찬석 LG하우시스 사외이사, 박문규 전 에이제이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며 허노중·최경규 이사는 재선임 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는 모두 이달 내로 예정되어 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22일, 하나금융지주가 26일 또는 27일, 신한금융지주는 28일 2012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 봐도 비디오'다. 주주총회는 사외이사들의 연임잔치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 28명 중 5년 임기를 다 채워 교체가 불가피한 6명을 제외한 22명이 연임을 한다면 95%가 넘는 인사가 자리를 지킨 셈이 된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매년 20% 안팎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강제'는 아닌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지침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차기 금융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침이 나오지 않아 교체 폭이 좁다"며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인사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임기가 만료된 사람만 교체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외(사추위)에서 사외이사의 힘은 막강하다. 사추위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현직 사외이사가 현직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모범규준에 있는 사외이사 임기연장 제도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서 금융지주를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력 살펴보니
정·관계 인사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용만 이사의 경우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이 이사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는 이헌 이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재선임된 윤계섭 이사(서울대 명예교수)도 MB 측 인사다. 윤 이사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KB금융지주에서는 MB 측 인사인 조재목 이사(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가 재선임됐다. 2009년 처음 선임된 조 이사는 선임 당시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선임 된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 초기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연임을 노리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가 예정대로 끝날 경우 향후 금융지주사 회장에 따라 갈등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시커녕 꼭두각시 전락
총 97건 중 반대 '제로'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년 이내이며 1년씩 연장이 가능하고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5년이라는 긴 유통기한이 있는 '철밥통'을 끌어안고 '그들만의 잔치'를 반복하는 셈이다.

철밥통이 유통기한만 긴 것은 아니다. 밥통에서 지어지는 '밥' 즉,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평균연봉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5000만원 내외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마비까지 합하면 최대 1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1년에 12번 내외의 이사회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의 하루 일당이 5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임금은 299만5000원이다.


사외이사 연봉은 KB금융지주가 7650만원(2011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지주가 5790만원(2012년 기준), 신한금융지주가 5300만원(2012년 기준), 우리금융지주가 3300만원(2012년 기준)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감시 업무보다
충실한 '거수기'

거액의 연봉 뿐만아니라 사외이사는 임원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해외 연수나 세미나, 출장비 지원 등 부가수입이 짭짤하다. 과거에는 유상증자 때 소액주주들이 포기해 생기는 실권주를 사외이사에게 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사외이사는 본연의 '감시' 업무보다 '거수기'역할에 충실했다. 이사회 출석률이 50% 미만인 사외이사도 부지기수며 사외이사로서의 역할보다는 이력서 채우기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 9개월간(2012년 1∼9월) 40번의 이사회에서 97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KB금융지주는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불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을 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12번의 이사회에서 27개 안건을 처리한 우리금융지주와 8번의 이사회에서 30개의 안건을 처리한 하나금융지주도 반대표는 없었다. 10번의 이사회에서 20개의 안건을 처리한 KB금융지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만의 거액 연봉 잔치'
KB 7650만원 하나 5790만원 
신한 5300만원 우리 3300만원

경영진에 찬성표만 던지고 있는 사외이사들.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 뭘까.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98년 사외이사를 처음 도입, 의무화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주로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이런 현상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외이사진을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의 가장 큰 역할을 '방패막이'라고 분석한다. 4대 금융지주사에 재선임 혹은 신규선임으로 추천된 인사들 면면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직 관료나 현직 로펌 고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러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그 이유로 든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업무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정관계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보험용' 내지는 '로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배재욱 변호사는 대통령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공보담당관 경력이 있으며 고승의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을, 신규선임된 김영과 고문은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역임했다.

금융 전문성 결여
독립성도 확보해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재선임된 이용만 현 이사회 의장이 재무부장관, 은행감독원장으로 재직했고 이헌 대표는 홍익법무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신규선임된 박영수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선임된 반장식 원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재정운용실장을 역임했고 김경림 고문은 현직 법무법인 지평지성 상임고문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행정안전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최경규 교수를 재선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기업의 로비 활동을 위한 창고로만 쓰이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 과반 찬성을 선임요건으로 한다든지, 기존 사추위와 별도로 소액주주 대표들로 구성되는 사추위를 두는 등 독립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달 각 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약 150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국세청·공정위 수장들 영입

대기업들이 전직 검찰, 국세청 고위 인사를 잇달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경제검찰'로 위상이 높아진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또한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송 전 총장은 사법고시 13회 출신으로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했다.

삼성전기는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전 청장은 사법고시 24회 출신으로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을 역임했다.

GS는 22일 주총을 통해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실 사정비서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오 전 청장은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정책홍보관리관·조사국 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대표적 국세청 관료다.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재선임 명단에 올렸다. 롯데케미칼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서현수 세무법인 우경 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CJ제일제당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회게법인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KT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추천했다. 송 고문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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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