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저주의 마창대교 스토리

화려한 조명 속 난간에 떠도는 영혼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08년 7월부터 개통된 경남 창원시의 마창대교. 이 웅장하고 화려한 다리는 경남의 명물이자 시민들의 교통체증을 절감하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남해안의 연결고리인 마창대교에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는데, 바로 ‘자살대교’다. 준공식을 마친 해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마창대교에서 자살 혹은 자살소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자살을 부르는 저주의 마창대교. 과연 언제쯤 이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1997년 마산과 진해를 연결하는 우회도로 설계를 마친 후, 2004년 4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 50개월 동안의 기나긴 공사기간과 민간자본 1840여억원의 투자로 완공된 마창대교. 이는 남해안을 가르는 대표적 다리이자, 국내 최대의 고도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연 400여억원의 물류비를 절감케 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4계절 화려한 조명연출 또한 이 다리의 볼거리다.

자살대교
오명 왜?

이처럼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마창대교에도 결정적인 흠이 있었는데 마창대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 이른바 ‘자살대교’다. 마창대교는 개통된 해 한 20대 청년이 연인과의 이별을 비관해 투신자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매년 5명 남짓의 시민들이 자살 혹은 자살소동을 벌이는 등 자살사건이 연중행사처럼 잇따르고 있어 ‘자살 명소’라는 웃지 못 할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의 시초는 개통 한 달 만에 발생한 20대 청년의 자살사건이었다. 2008년 8월15일 오후 1시50분께 이 남성은 마창대교 중간지점에서 64m 아래 바다로 투신자살했다. 그는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 살인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용의자였다.

남성은 전날 오전 8시35분쯤 진해시의 한 주택에서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데 앙심을 품고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여자친구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를 살해하고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튿날 그는 창원시 대원동에서 영업용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택시기사에게 “차를 세우지 않으면 차문을 열고 뛰어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택시는 마침 마산부근에서 창원방향 마창대교를 지나던 차였다. 겁에 질린 택시기사는 곧바로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남성은 중앙분리대를 넘어 맞은 편 다리 난간으로 달려가 1분가량 망설이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후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남성을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20대 살인용의자 개통된 해 죄의식 안고 투신자살
아내와 사별한 남편 아들 밀치고 자신도 뛰어내려


비록 첫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형사처벌 대신 자살로 죗값을 치르려 했던 용의자이긴 했지만 개통 한 달만의 자살사건은 마산시와 창원시의 입장으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후 다음달에는 한 30대 남성이 렌터카를 교각에 세워놓고 투신했으며 다음해엔 5명, 그 다음해엔 7명이 투신자살해 2년새 16명이 자살시도,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명예스러운 전례를 갖고 있다.

2010년 8월18일 새벽 3시22분께 마창대교에서 60대 남성 최모씨가 70m 아래 바다에 투신한 것을 마창대교 관리공단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공단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해경은 대교 주변에 경비정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며 이들은 최씨가 투신한 지 약 30분 후 그를 인양했지만 이내 숨졌다.
신고를 한 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날 새벽 교량 갓길에 스타렉스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운전자가 보이지 않아 투신자살한 것으로 판단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최씨는 투신 2시간 전에 아내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고 집을 나간 뒤, 홧김에 바다에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 비관해
부자동반자살도

역시 같은 해 다음 달인 9월12일 40대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마창대교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이 보도돼 당시 전국은 침통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이 사건은 마창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아 국민 뇌리 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사건당일 오전 9시48분경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40대 남성과 그의 아들이 마창대교 한 가운데 난간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 CCTV 확인 결과 남성은 교각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워 놓고 아들을 먼저 뛰어 내리게 하고 아버지도 곧바로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CCTV에 녹화된 장면을 보면 아들은 뛰어 내리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다리 난간을 잡으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다가 뒤에서 밀치는 아버지의 힘에 의해 바다 속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였으며, 아들을 밀친 아버지도 곧 뛰어 내려 계획된 자살임이 드러났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남성이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측했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유서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았으며 그 누구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 

처지 비관 30대 취객 속옷 입고 자살 소동
개통후 2년 동안 14명 스스로 목숨 내던져

지난해 위암으로 아내를 잃고, 어머니 명의로 된 진해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온 그는 대리운전을 하며 한 달 급여 7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대리운전을 하기 전에 그는 개인 사업을 했지만, 위암을 앓고 있던 아내 병원비로 인해 점점 가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가 사망한 뒤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받아온 유족연금 22만원을 합쳐도 한 달 수입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았고, 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한부모가정 양육비’로 지급되는 5만원과 아들의 학교 급식비 감면혜택을 받았으나 생계유지엔 턱없이 부족했다. 

생활고를 이유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자동반자살사건’은 당시 각박한 사회풍토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서민의 고충이 가장 잘 반영된 대표적 사건이었다.



전국이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빠져나오기도 전, 약 열흘 후에 마창대교에서 자살소동이 벌어졌다. 밤 10시40분쯤 만취한 30대 남성 조모씨가 대교 위에서 속옷만 입고 바람막이 난간 위에 올라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가까이 오면 뛰어 내리겠다”며 2시간가량 소동을 벌였다. 조씨는 처와 이혼문제로 자주 다투는 등 가정불화 때문에 술을 마신 뒤,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의 자살소동이 쉽게 무마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의 친누나와 직장동료 등을 불러 설득작업을 벌여 2시간 만에 조씨를 구조했다. 조씨의 경우 다행히 소동에서 마무리 됐지만 앞서 발생한 부자동반자살의 연장전이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가 깊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마창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에는 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8,9월에 투신자살이 잦았다는 점이다. 소동으로 일단락된 후에도 마창대교의 8월의 저주는 어김없이 계속됐다.

처지비관
자살소동 잇따라

2011년 8월23일 오전 9시14분께 50대 민모씨가 마창대교에서 70m 아래 바다로 투신해 숨졌다. 택시를 몰던 민씨는 갑자기 차를 교각에 세웠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다 속에 몸을 던졌다. 이를 목격한 마창대교 관제탑 관계자는 “이날 오전 주탑 2교각 5번 사이 사량교에 택시가 세워진 후 운전자가 대교 아래로 뛰어내려 순찰팀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대교 순찰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투신한 뒤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민씨가 개인택시기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으며 유서 및 통화기록 등 정황자료가 충분치 않아 정확한 자살 경위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8월에도 자살소동이 일었다. 4일 오전 3시쯤 마창대교 난간에서 한 30대 회사원이 투신자살소동을 벌였다. 이 남성은 평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고 “견디기 너무 힘들다”며 1시간 반가량 다리 난간에 걸터앉은 위험한 자세로 소동을 벌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119 구조대의 지속된 설득 끝에 난간에서 내려왔다.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2월에는 마산합포구 영월동 모 사찰 소속의 한 70대 스님이 자살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스님은 19일 0시48분경 1톤 트럭으로 마창대교 중간지점으로 이동 후, 차량을 세워 놓고 투신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님은 트럭을 몰다 차량을 노견에 주차해 놓고 다리 밑으로 투신했다. 경찰은 스님이 평소 사찰 운영 관계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찰 및 유족들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에 나섰다.

자살 방관하는
마창대교?

그렇다면 마창대교에서 자살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창대교의 최대 단점으로 타 대교와 상대적으로 낮은 난간높이를 꼽았다. 실제로 마창대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외형과는 달리 안전시설은 터무니 없이 허술하다. 마창대교는 난간 높이가 어른의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아 자살과 같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보행자 거리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차량을 정차하는 경우도 빈번할 뿐 아니라 보행자가 다리 위를 다녀도 이를 막는 직원이 딱히 없는 데다, 다리에 설치된 CCTV는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 광안대교의 경우 41대나 되는 CCTV가 다리에 설치돼 보행자가 접근하면 곧바로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차를 교각에 정차할 경우에도 곧바로 순찰팀이 출동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 정차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자살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개통 후 매년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방안이 구축되지 않아 항간에서는 “도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자살을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마창대교의 허리까지 오는 다리 난간을 1m가량 더 높이면, 순찰팀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심리적인 압박을 통해 충동적인 자살을 막을 수 있지만, 말만 나왔을 뿐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자살대교 오명을 떠안았던 지난 2010년 한 경남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내 한강다리에서는 연간 수십명이 투신하는데도 쉬쉬하는데, 언론이 유독 마창대교와 관련 자살 사건만 크게 다루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드러내면서도 “마창대교가 자살대교로 불리지 않도록 언론과 도민이 적극 협조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연간 100억 가까이 되는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마창대교는 향후 30년간 1조원에 달하는 혈세가 부과될 전망이라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마창대교가 경남의 명물이자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이라는 도의 바람과는 달리 ‘돈 먹는 자살대교’로 전락되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호남엔 목포대교

벌써 8번째 투신자살

지난해 6월 말 개통된 목포대교 역시 마창대교 못지않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목포대교는 개통한 지 불과 70일도 채 안 돼 전남도민 6명이 잇따라 투신자살했다. 목포대교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당국이 순찰을 강화하고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등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

목포대교에서는 지난해 7월4일 곽모(34·목포시), 15일 최모(40·광주시), 8월3일 김모(34·무안군), 14일 정모(33·광주시), 30일 채모(36·목포시), 9월6일 신모(30·목포시)씨 등 6명이 투신자살했다.

올해 2월에는 한 10대 소녀가 목포대교에서 신변 비관으로 몸을 던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강모양은 2월22일 오후 3시께 목포시 죽교동 목포대교 중간 지점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 이를 순찰중이던 해경 경비정이 발견했지만 강양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강양의 자살로 목포대교에서는 개통 1년도 채 되지 않아 8번째 희생자가 나오며 마창대교에 이어 포스트 자살대교로 불리고 있다.

목포시는 자살방지를 위해 투신 사건이 집중되는 매일 오후 9시부터 오전 2시까지 해병전우회, 자율방범대 등 5개 민간단체가 2인 1조로 차량 순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량 관리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도 17억원을 들여 보행자 접근을 실시간 감시하는 첨단 CCTV와 센서를 교량 양 끝 2곳과 중앙 4곳 등 총 6곳에 설치했다.

또 목포대교에서 CCTV가 읽은 상황을 목포대교 유지관리사무소와 목포경찰서·목포해양경찰서·목포시 상황실이 공유하며, 상황 발생 때는 기관 간 핫라인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한다. 목포대교에 투신 의심자가 나타날 경우 자동 경보음에 이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경찰과 해경 등이 동시에 신속하게 출동해 투신을 저지한다.

구자명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CCTV 설치로 목포대교에 대한 24시간 체계적 감시가 가능해져 투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목포대교는 죽교동 북항과 고하도(신외항)를 연결하는 3.1km의 해상교량으로 지난해 6월29일 개통돼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등 도민들을 위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서남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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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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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