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저주의 마창대교 스토리

화려한 조명 속 난간에 떠도는 영혼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08년 7월부터 개통된 경남 창원시의 마창대교. 이 웅장하고 화려한 다리는 경남의 명물이자 시민들의 교통체증을 절감하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남해안의 연결고리인 마창대교에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는데, 바로 ‘자살대교’다. 준공식을 마친 해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마창대교에서 자살 혹은 자살소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자살을 부르는 저주의 마창대교. 과연 언제쯤 이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1997년 마산과 진해를 연결하는 우회도로 설계를 마친 후, 2004년 4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 50개월 동안의 기나긴 공사기간과 민간자본 1840여억원의 투자로 완공된 마창대교. 이는 남해안을 가르는 대표적 다리이자, 국내 최대의 고도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연 400여억원의 물류비를 절감케 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4계절 화려한 조명연출 또한 이 다리의 볼거리다.

자살대교
오명 왜?

이처럼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마창대교에도 결정적인 흠이 있었는데 마창대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 이른바 ‘자살대교’다. 마창대교는 개통된 해 한 20대 청년이 연인과의 이별을 비관해 투신자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매년 5명 남짓의 시민들이 자살 혹은 자살소동을 벌이는 등 자살사건이 연중행사처럼 잇따르고 있어 ‘자살 명소’라는 웃지 못 할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의 시초는 개통 한 달 만에 발생한 20대 청년의 자살사건이었다. 2008년 8월15일 오후 1시50분께 이 남성은 마창대교 중간지점에서 64m 아래 바다로 투신자살했다. 그는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 살인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용의자였다.

남성은 전날 오전 8시35분쯤 진해시의 한 주택에서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데 앙심을 품고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여자친구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를 살해하고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튿날 그는 창원시 대원동에서 영업용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택시기사에게 “차를 세우지 않으면 차문을 열고 뛰어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택시는 마침 마산부근에서 창원방향 마창대교를 지나던 차였다. 겁에 질린 택시기사는 곧바로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남성은 중앙분리대를 넘어 맞은 편 다리 난간으로 달려가 1분가량 망설이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후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남성을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20대 살인용의자 개통된 해 죄의식 안고 투신자살
아내와 사별한 남편 아들 밀치고 자신도 뛰어내려


비록 첫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형사처벌 대신 자살로 죗값을 치르려 했던 용의자이긴 했지만 개통 한 달만의 자살사건은 마산시와 창원시의 입장으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후 다음달에는 한 30대 남성이 렌터카를 교각에 세워놓고 투신했으며 다음해엔 5명, 그 다음해엔 7명이 투신자살해 2년새 16명이 자살시도,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명예스러운 전례를 갖고 있다.

2010년 8월18일 새벽 3시22분께 마창대교에서 60대 남성 최모씨가 70m 아래 바다에 투신한 것을 마창대교 관리공단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공단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해경은 대교 주변에 경비정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며 이들은 최씨가 투신한 지 약 30분 후 그를 인양했지만 이내 숨졌다.
신고를 한 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날 새벽 교량 갓길에 스타렉스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운전자가 보이지 않아 투신자살한 것으로 판단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최씨는 투신 2시간 전에 아내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고 집을 나간 뒤, 홧김에 바다에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 비관해
부자동반자살도

역시 같은 해 다음 달인 9월12일 40대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마창대교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이 보도돼 당시 전국은 침통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이 사건은 마창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아 국민 뇌리 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사건당일 오전 9시48분경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40대 남성과 그의 아들이 마창대교 한 가운데 난간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 CCTV 확인 결과 남성은 교각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워 놓고 아들을 먼저 뛰어 내리게 하고 아버지도 곧바로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CCTV에 녹화된 장면을 보면 아들은 뛰어 내리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다리 난간을 잡으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다가 뒤에서 밀치는 아버지의 힘에 의해 바다 속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였으며, 아들을 밀친 아버지도 곧 뛰어 내려 계획된 자살임이 드러났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남성이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측했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유서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았으며 그 누구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 

처지 비관 30대 취객 속옷 입고 자살 소동
개통후 2년 동안 14명 스스로 목숨 내던져

지난해 위암으로 아내를 잃고, 어머니 명의로 된 진해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온 그는 대리운전을 하며 한 달 급여 7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대리운전을 하기 전에 그는 개인 사업을 했지만, 위암을 앓고 있던 아내 병원비로 인해 점점 가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가 사망한 뒤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받아온 유족연금 22만원을 합쳐도 한 달 수입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았고, 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한부모가정 양육비’로 지급되는 5만원과 아들의 학교 급식비 감면혜택을 받았으나 생계유지엔 턱없이 부족했다. 

생활고를 이유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자동반자살사건’은 당시 각박한 사회풍토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서민의 고충이 가장 잘 반영된 대표적 사건이었다.



전국이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빠져나오기도 전, 약 열흘 후에 마창대교에서 자살소동이 벌어졌다. 밤 10시40분쯤 만취한 30대 남성 조모씨가 대교 위에서 속옷만 입고 바람막이 난간 위에 올라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가까이 오면 뛰어 내리겠다”며 2시간가량 소동을 벌였다. 조씨는 처와 이혼문제로 자주 다투는 등 가정불화 때문에 술을 마신 뒤,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의 자살소동이 쉽게 무마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의 친누나와 직장동료 등을 불러 설득작업을 벌여 2시간 만에 조씨를 구조했다. 조씨의 경우 다행히 소동에서 마무리 됐지만 앞서 발생한 부자동반자살의 연장전이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가 깊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마창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에는 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8,9월에 투신자살이 잦았다는 점이다. 소동으로 일단락된 후에도 마창대교의 8월의 저주는 어김없이 계속됐다.

처지비관
자살소동 잇따라

2011년 8월23일 오전 9시14분께 50대 민모씨가 마창대교에서 70m 아래 바다로 투신해 숨졌다. 택시를 몰던 민씨는 갑자기 차를 교각에 세웠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다 속에 몸을 던졌다. 이를 목격한 마창대교 관제탑 관계자는 “이날 오전 주탑 2교각 5번 사이 사량교에 택시가 세워진 후 운전자가 대교 아래로 뛰어내려 순찰팀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대교 순찰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투신한 뒤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민씨가 개인택시기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으며 유서 및 통화기록 등 정황자료가 충분치 않아 정확한 자살 경위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8월에도 자살소동이 일었다. 4일 오전 3시쯤 마창대교 난간에서 한 30대 회사원이 투신자살소동을 벌였다. 이 남성은 평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고 “견디기 너무 힘들다”며 1시간 반가량 다리 난간에 걸터앉은 위험한 자세로 소동을 벌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119 구조대의 지속된 설득 끝에 난간에서 내려왔다.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2월에는 마산합포구 영월동 모 사찰 소속의 한 70대 스님이 자살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스님은 19일 0시48분경 1톤 트럭으로 마창대교 중간지점으로 이동 후, 차량을 세워 놓고 투신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님은 트럭을 몰다 차량을 노견에 주차해 놓고 다리 밑으로 투신했다. 경찰은 스님이 평소 사찰 운영 관계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찰 및 유족들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에 나섰다.

자살 방관하는
마창대교?

그렇다면 마창대교에서 자살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창대교의 최대 단점으로 타 대교와 상대적으로 낮은 난간높이를 꼽았다. 실제로 마창대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외형과는 달리 안전시설은 터무니 없이 허술하다. 마창대교는 난간 높이가 어른의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아 자살과 같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보행자 거리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차량을 정차하는 경우도 빈번할 뿐 아니라 보행자가 다리 위를 다녀도 이를 막는 직원이 딱히 없는 데다, 다리에 설치된 CCTV는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 광안대교의 경우 41대나 되는 CCTV가 다리에 설치돼 보행자가 접근하면 곧바로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차를 교각에 정차할 경우에도 곧바로 순찰팀이 출동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 정차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자살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개통 후 매년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방안이 구축되지 않아 항간에서는 “도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자살을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마창대교의 허리까지 오는 다리 난간을 1m가량 더 높이면, 순찰팀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심리적인 압박을 통해 충동적인 자살을 막을 수 있지만, 말만 나왔을 뿐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자살대교 오명을 떠안았던 지난 2010년 한 경남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내 한강다리에서는 연간 수십명이 투신하는데도 쉬쉬하는데, 언론이 유독 마창대교와 관련 자살 사건만 크게 다루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드러내면서도 “마창대교가 자살대교로 불리지 않도록 언론과 도민이 적극 협조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연간 100억 가까이 되는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마창대교는 향후 30년간 1조원에 달하는 혈세가 부과될 전망이라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마창대교가 경남의 명물이자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이라는 도의 바람과는 달리 ‘돈 먹는 자살대교’로 전락되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호남엔 목포대교

벌써 8번째 투신자살

지난해 6월 말 개통된 목포대교 역시 마창대교 못지않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목포대교는 개통한 지 불과 70일도 채 안 돼 전남도민 6명이 잇따라 투신자살했다. 목포대교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당국이 순찰을 강화하고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등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

목포대교에서는 지난해 7월4일 곽모(34·목포시), 15일 최모(40·광주시), 8월3일 김모(34·무안군), 14일 정모(33·광주시), 30일 채모(36·목포시), 9월6일 신모(30·목포시)씨 등 6명이 투신자살했다.

올해 2월에는 한 10대 소녀가 목포대교에서 신변 비관으로 몸을 던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강모양은 2월22일 오후 3시께 목포시 죽교동 목포대교 중간 지점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 이를 순찰중이던 해경 경비정이 발견했지만 강양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강양의 자살로 목포대교에서는 개통 1년도 채 되지 않아 8번째 희생자가 나오며 마창대교에 이어 포스트 자살대교로 불리고 있다.

목포시는 자살방지를 위해 투신 사건이 집중되는 매일 오후 9시부터 오전 2시까지 해병전우회, 자율방범대 등 5개 민간단체가 2인 1조로 차량 순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량 관리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도 17억원을 들여 보행자 접근을 실시간 감시하는 첨단 CCTV와 센서를 교량 양 끝 2곳과 중앙 4곳 등 총 6곳에 설치했다.

또 목포대교에서 CCTV가 읽은 상황을 목포대교 유지관리사무소와 목포경찰서·목포해양경찰서·목포시 상황실이 공유하며, 상황 발생 때는 기관 간 핫라인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한다. 목포대교에 투신 의심자가 나타날 경우 자동 경보음에 이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경찰과 해경 등이 동시에 신속하게 출동해 투신을 저지한다.

구자명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CCTV 설치로 목포대교에 대한 24시간 체계적 감시가 가능해져 투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목포대교는 죽교동 북항과 고하도(신외항)를 연결하는 3.1km의 해상교량으로 지난해 6월29일 개통돼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등 도민들을 위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서남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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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