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④김우중의 대우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07 16: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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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돈 숨길 금고도 많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1967년 3월 섬유수출업체인 한성실업 무역부장 시절 31세의 청년 김우중은 자본금 5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충무로의 열평 남짓한 사무실에 트리코트 수출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대우실업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셔츠와 내의류 원단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로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설립 1년만인 68년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였다.

'대우제국'꿈 날린
'킴기스칸'무리수

70년대 들어서서 대우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아래 급속히 사세를 확장했다. 김우중은 '킴기스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칭기스칸이 동유럽, 중동, 송나라, 고려 등 기병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휩쓸었던 것처럼 김우중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등 가리는 곳 없이 발을 뻗었다.  

73년 영진토건(대우개발), 74년 대우전자, 76년 한국기계를 인수했고 78년에는 옥포조선소(대우조선),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를 각각 넘겨받았다. 83년에는 대우전자와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묶어 대우전자로 키웠으며 같은 해 동양증권과 삼보증권을 사들여 대우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대우실업이 ㈜대우로 바뀌면서 그룹회장제가 도입, 그룹 외형이 갖춰졌다.


90년대 들어 김우중 회장은 해외시장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93년 세계경영의 경영이념을 선포함과 동시에 루마니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 동구권과 구소련 지역에 진출하는 등 확대경영 전략을 폈다.

98년 말 대우는 계열사 41개, 국내 종업원 10만5000명, 해외사업장 외국인 종업원 21만9000명, 해외법인 396개사의 공룡재벌로 성장했고 자산기준으로 삼성, LG를 제치고 현대에 이어 재계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외화내빈'이요 '속 빈 강정'이었다. 110여억달러에 달하는 대우그룹의 해외투자는 '부메랑'이 돼서 날아왔고 이를 떠받치기에는 내부구조가 취약했다. 이럼에도 김 회장은 세계경영을 포기하지 않았고 국·내외 사업장들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금을 계속 늘려갔다. 99년에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이후 모든 기업들이 몸을 웅크리던 상황에서 김 회장의 선택은 그룹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갔다.

98년 12월8일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10개사로 감축하는 구조조정 세부계획을 발표하고 99년 1월21일 수영만 부지 매각 등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 4월19일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매각, 김 회장 보유주식 매각대금 3000억원 출연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잇따라 발표, 위기 탈출을 모색했다.

정통 대우맨들 경영 일선서 활발한 활동
김 전 회장, 베트남서 '김우중 2세' 키운다

하지만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GM과의 협상,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간 협상이 모두 실패하면서 대우는 벼랑 끝에 몰렸다.

결국 6월 말 대우 사장단 전원의 사표제출에 이어 7월19일 대우그룹은 10조1000억원에 이르는 김 회장의 전 재산 담보라는 극약처방을 제시했다. 이어 채권단이 대우에 신규자금 4조원 지원을 결의, 김 회장은 퇴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99년 8월26일 이미 25곳으로 줄어든 전체 계열사 가운데 ㈜대우, 대우통신,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전자, 대우전자부품, 쌍용자동차, 대우캐피탈, 경남기업, 오리온 전기,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등 12개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하에 워크아웃을 맞이하게 됐고 대우증권 등 나머지 13개 계열사는 독자적 회생의 운명에 처하게 됐다.

2000년 11월 최종 부도처리 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자동차는 우여곡절 끝에 GM이 인수, 2002년 10월17일 ‘GM대우차’로 새롭게 태어났지만 GM대우는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계속하다 2011년 1월 쉐보레 브랜드로의 흡수 통합을 선언, 한국GM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2000년 4월 대우 계열에서 정식으로 분리된 쌍용자동차는 2005년 상하이자동차 그룹에 인수됐다가 판매 부진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9년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 사태로 노사, 노조간 갈등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2010년 말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됐다.

㈜대우는 대우존속법인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등 3개사로 재탄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에 인수, 드물게 ‘대우’로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난 이후 2010년 한국산업은행으로 인수됐다. 경남기업은 충남지역 건설사인 대우건설에 인수됐다가 2004년 대아건설을 합병했다.

이리 저리 팔린
대우 계열사들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 계열로 편입, 두산인프라코어로 재탄생했으며 대우조선공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수주 실적 1위에 올랐지만 현재까지도 새 주인을 찾는 중이다.

대우중공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정공, 한진중공업과 함께 통합법인 한국철도차량을 설립했다. 이후 한국철도차량의 지분이 2001년 현대자동차에 전량 매각되면서 지금의 현대로템이 설립됐다.

대우전자는 지속적으로 규모를 줄이다가 2002년 말 주력사업부문이 대우모터공업으로 양도됐고 이 회사는 2003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출범했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5년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 가격과 매각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줄줄이 무산되다가 지난 2월 8년 만에 동부그룹 품에 안겼다.

대우그룹 해체 전 채권단에 인수된 대우증권은 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가 2009년 한국산업은행 민영화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KDB금융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다이너스카드클럽 코리아는 2001년 8월 현대자동차에 매각되어 현대카드로 탈바꿈했으며 대우캐피탈은 아주그룹으로 편입되어 아주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10조원대의 불법 대출과 재산 은닉 혐의를 받던 김 전 회장은 99년 10월18일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준공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 뒤 해외에서 낭인 생활을 했다. 독일과 베트남, 프랑스 등지에서 지내던 김 전 회장은 2000년 이후 대우차 노조가 체포결사대를 조직하고 수배에 나서자 모로코와 수단 등지로 계속 숨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이 나도는
김 전 회장 재기론

2001년 3월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김 전 회장은 2002년 한국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됐지만 1987년 가족들과 함께 취득한 프랑스 국적을 이용,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5년8개월간의 해외 잠행 생활을 마치고 2005년 귀국한 김 전 회장은 바로 철창 신세를 졌다. 이후 심장질환 등 건강 악화로 한 달여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2007년 12월3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특별사면으로 사면 복원됐던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구명 로비의혹 수사 과정에서 추징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 재산을 숨긴 혐의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돼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대우그룹 해체는 국가 경제를 흔들었다. 정부는 대우그룹을 살리려고 약 3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41조원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30조원의 혈세 대부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그대로 남아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털터리'지만 김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업계에서 김 전 회장의 재기론이 끊임없이 나도는 이유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사면 이후 2009년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빈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같은 해 10월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창립총회에서는 육성이 담긴 영상편지를 대우 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가장은 빈털터리…가족 재산은 증가
허공으로 사라진 국민 혈세 30조원


2010년과 2011년, 대우그룹 창립 기념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면서 매일 골프를 즐기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전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실질적인 운영과 자금을 지원하는 해외 청년 취업프로그램 'YBM(Global Young Businessman for Vietnam)'을 이끌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직계 가족들은 기업의 대주주이거나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는 아트선재센터의 관장을 맡고 있으며 차남인 선엽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도니스CC의 대주주를 맡고 있다. 2005년 아도니스CC 대표이사에 취임한 선엽씨는 2010년 이경재 이사를 대표이사로 올린 뒤 등기 임원에서 빠졌다. 장남 선재씨는 1990년 미국유학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 전 회장의 외동딸 선정씨는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을 지냈고, 지금은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특히 선정씨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안사람으로서 이수화학 지분 3.8%와 이수페타시스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선정씨의 주식보유액 가치는 241억원에 이른다.

매년 빠짐없이 창립 기념식을 열고 있는 옛 '대우맨'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우렁차다.

여전히 막강한
총수일가 영향력

대표적 인물이 장병주 전 ㈜대우 무역부문 사장이다. 대우그룹 사태의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다 지난 2007년 12월 사면 복권된 장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을 맡아 세계경영의 재평가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1976년 대우그룹에 입사한 뒤 지난 30여 년 동안 '대우외길'을 걸어왔던 이성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은 최근 대우일렉이 동부에 인수된 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3월 선임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1980년 대우그룹 입사 후 대우밥만 먹은 정통 대우맨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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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