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국산차 vs 수입차 전격 비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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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겉멋보다 실속 보고 고르세요!

[일요시사=경제1팀] 수입차의 국내 공세가 더 거세지고 있다. 도로에는 부쩍 수입차가 늘었다. 소비자들은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품질·가격·서비스 등 전 분야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카푸어' 'AS의 어려움' '차량가격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폐해도 점점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상용차 제외)에서 13만858대가 팔렸다. 이는 2011년의 10만5037대에 비해 24.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수입차 업체 중 판매 1위를 기록한 BMW는 물론, 전통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벤츠,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폭스바겐, 아우디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0대 중 1대 수입차
명성만 믿고 탔다가는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가 수입차라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가 수년 내에 점유율 15%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과거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가량을 점하고 있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자동차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수입차의 파상공세 덕에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입차 업체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품질과 가격,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하지만 이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소위 '카푸어'(자동차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입업체와 판매업체로 2원화 된 구조로 인해 차량 가격의 전반적 상승과 구입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 ▲수입원가 및 옵션 가격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정비측면에서 지나치게 고가의 수리 및 부품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AS의 어려움 ▲법인이 수입차를 리스할 경우 차량비용을 사업비로 인정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어 발생하는 탈세 문제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 10% 달성에는 수입차 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할부금융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렴하게는 1000만원대의 선납금과 월 50만원 이내의 할부금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MW 320d의 경우, 우선 1500만원 정도를 납부하면 차를 인수할 수 있으며 매달 32만원을 36개월 동안 갚아나가는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 급성장…이점 있지만 폐해도 증가
'빛 좋은' 할부 프로그램 잠재적 '빚쟁이'양성

그러나 문제는 3년 후 차량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유예원금 30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누구나 고급 수입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구매 후 수천만원에 이르는 유예 원금 상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5000만원 정도의 아우디 A4를 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사면 선납금 1500만원, 유예원금 3300만원에 36개월 할부금 월 35만원 정도가 든다. 이를 합하면 약 6000만원. 실제 가격보다 1000만원이나 더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부채에 시달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입차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 약 70%가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최근 3년간 수입차 구입으로 인해 밀린 유예 원금이 전체적으로는 1조원에 이른다는 추측도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수입차 구매자들이 잠재적인 '빚쟁이'가 된 셈이다.

2중 유통구조로 인한 가격 인플레이션과 책임회피도 큰 문제다.

BMW코리아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BMW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거치는 한국법인이다. BMW코리아는 독일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판매를 맡고 있지는 않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별도의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을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한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통구조의 2원화로 비용이 2배로 들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입따로 판매따로
소비자가 '봉'?

판매 후에도 2중 유통구조의 허점은 드러난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입한 후 차량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사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법인에 문제를 제기하면 판매 이후의 문제는 딜러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수입차 딜러들의 특성상 영업사원들이 타 업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딜러 측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결국 이로 인한 문제점도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6000만원대에 팔리는 수입차의 수입원가는 얼마일까? 정답은 관계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 수 없다'이다.

수입차의 수입원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업계에서는 판매가격의 약 60∼70% 수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수입차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BMW 520d의 배기량은 2000cc, 판매가격은 6260만원. 국산차 중 동급 차량인 현대차 쏘나타의 판매가는 2785만원이다. 3475만원 차이가 난다.

국내외 안전평가
국산차 승승장구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최근에 발표한 '글로벌 TOP 100 브랜드'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BMW는 2위, 현대차는 7위다. 브랜드 가치 차이로 인한 가격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의 진실은 뭘까? 바로 '옵션'의 차이다. 수입차는 국내에서 대부분 '풀 옵션' 차량 1개 트림만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가지에 달하는 옵션을 모두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옵션에 대한 비용까지 지불해야만 한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 10여 가지 안팎의 옵션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수입차는 이와 같이 소비자의 취향에 옵션만을 선택할 경우 구매 후 6개월 가량이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한 수입차 업체들이 옵션 판매가격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딜러 측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산차와는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기본적인 성능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안전'이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치러진 안전성 평가를 보면 실제 결과는 사람들의 생각과 같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한 '신차안전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신차 11종(국산차 8종, 수입차 3종) 중 최우수 차량은 현대차 산타페, 우수차량은 한국GM 말리부가 선정됐다.

폭스바겐 CC, BMW 320d, 토요타 캠리 등 수입차 3종은 '충돌분야 평가'에서 일부 2등급 판정을 받아 대부분 1등급 판정을 받은 국산차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차량이 후방충돌하는 경우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수입차 3차종 모두 경차급인 기아차 레이보다는 낮은 등급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벤츠 C클래스와 렉서스 IS250, IS350, ES350, 아우디 A4 등 5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들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2중 유통구조…인플레이션과 책임 회피
수입원가·옵션 판매가 ‘며느리도 몰라’

반면 국내 브랜드는 양호등급을 받은 기아차 K5, 보통등급을 받은 현대차 쏘나타 등 상대적으로 수입차들보다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세계 주요국가 중 한국의 안정성 평가가 가장 까다롭고 항목도 많은 편"이라며 "가장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국산차가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국가의 안전성 평가에서 고급 수입차보다 높이 평가받을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수입차 문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애프터서비스(AS)문제다. 수입차는 수입사와 판매사가 다르고 정비 역시 수입사가 직접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차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리하는 데에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주말에는 정비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차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먼 곳까지 이동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자비를 들여 다른 교통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수입차의 수에 비해 턱업이 모자라는 정비망 때문에 정비센터 1곳이 감당해야 할 물량이 상당히 높다.

한국소비자원이 정비센터 1곳당 처리해야 할 차량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츠가 3672대, BMW 3306대, 폭스바겐 2677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수입차 중에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게 크고 작은 잔고장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단순한 부품 교환의 경우에도 외국에서부터 부품을 공수해 와야 하기 때문에 국산차의 수리기간보다 훨씬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AS보증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고가의 부품비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 부품비의 경우 국산차 대비 2.5∼8.8배 가량 높고, 인건비 역시 약 2.5배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시간당 인건비에 따르면 벤츠가 6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BMW가 6만원, 아우디·폭스바겐이 5만5000원, 렉서스 5만원, 혼다 4만4000원, 토요타 4만2000원 등 국산차 인건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입차는 인건비 산정에 있어서 보험 및 정비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수리비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몇 번 고장 나면
국산차 1대 값

FTA로 인한 관세인하, 다양한 할부금융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남들과는 다른' 고가의 수입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적은 자금을 들여 수입차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수입차를 선택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수년 길게는 10여 년을 타야하고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자동차의 선택은 구매 전 단계부터 향후 유지와 중고차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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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