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태> 살인 부른 층간소음 분쟁 실태

이웃사촌 옛말…아이들 시끄럽다고 칼부림

[일요시사=사회팀] 정초부터 칼부림이 일어 전국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명절을 맞이해 노부모를 뵈러 왔던 30대 형제는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을 부른 원인은 바로 층간소음에 있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발소리, 음악소리 등 사소한 소음 때문에 멱살잡이부터 살인충동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집중분석했다.



한해를 여는 명절 설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남성 김모(45)씨가 윗집의 층간소음을 이유로 항의하러 올라간 뒤, 인테리어사업을 운영 중인 30대의 김모 형제와 긴 시간 동안 언쟁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재차 올라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사소한 말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사건 당일 피의자 김씨는 내연녀의 동생이 거주하는 중랑구의 모 아파트 6층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아 내연녀 가족과 아늑한 시간을 즐기던 중, 그는 내연녀 박모(49)씨가 “시끄럽다”며 7층에 인터폰을 걸어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따라 올라가 항의했다. 이 층간소음이 피바람을 몰고 온 사건의 발단이 됐다. 윗집은 노부모만 살고 있었지만 명절을 맞아 두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방문해 사건 당일에는 평소보다 북적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 간 사소한 말다툼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파트 밖 화단에서 남자들끼리 재차 시비가 벌어지며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평소 차에 보관해온 흉기를 갖고 혼자 다시 7층으로 올라가 피해자 형제를 아파트 밖 화단으로 불러냈다. 아파트 밖 화단에서 만난 양측은 2차 전쟁이 불붙어 욕설을 주고받으며 거칠게 싸우기 시작했다. 흥분이 극에 다른 김씨는 이들 중 형(33)을 흉기로 가슴 등 5군데 찌르고, 도망가는 동생(31)을 쫓아가 3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 형제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나 이내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김씨 형제 가족은 갑작스런 봉변으로 한순간에 가정이 파탄났다. 게다가 형은 슬하에 세 살배기 딸이 있었고, 동생 또한 결혼한 지 불과 2달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었기 때문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설날 부모 찾은 형제…예기치 못한 날벼락
아래윗집 깊어진 갈등 폭행·살해 사건으로

반면 범인 김씨의 입장은 달랐다. 범행 후 그의 행동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고 침착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집으로 올라가 옷가지를 챙겨 내연녀 박씨의 차를 타고 신림동으로 이동, 지인에게 전화해 강서구청 인근 술집에서 만나 술을 마셨으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강남역, 장지동, 쌍문동 등 서울 시내와 의정부와 부천 등을 오갔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잠자리의 주된 장소는 찜질방이었고 이동은 지하철과 경전철, 광역·간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경찰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과거 대리운전기사로 일했던 주점에 전화를 걸어 밀린 임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한 김씨의 전화번호 발신지를 추적해 지난 13일, 닷새 만에 수원 KT영통지사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 돈을 빌린 이후 고소전을 벌이는 등 사이가 좋지 않은 사채업자를 위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흉기를 구입, 차에 보관하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하며 범행일체를 시인했다.

김씨는 20여 년 전 저지른 상해와 도박 등 3건의 전과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운영하던 자동차 타이어 수리 사업이 외환위기 때 망한 후 가정형편 문제로 이혼까지 당한 그는 의류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현재 부인과는 서류상으로 재결합한 상태지만 7년 전부터 왕래가 전혀 없었다. 내연녀 박씨는 “김씨는 평소 폭력성도 없고 술조차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갈등에
방화·폭행 빈번

사실 층간소음살인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대구시 수성구 모 맨션에서 배모(47)씨 집에서 배씨가 위층에 사는 이모(37)씨를 식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배씨는 3년 전부터 평소 이씨 집에서 소음과 냄새가 난다며 수시로 현관문을 발로차고 욕설을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으며 자신의 항의 사실을 따지러 온 이씨와 말다툼 끝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에 2층에 거주하는 이모(64)씨가 위층에 사는 한모(48)씨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한씨를 숨지게 하는 층간소음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혼자 사는 이씨는 6개월 전부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한씨와 자주 다퉜으며, 이날 한씨와 화해하기 위해 술을 마시던 중 다시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해 5월, 서울 은평구 모 빌라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이모(31)씨가 2층에 사는 소모(46·여)씨 집에 찾아가 “평소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주방에 있던 흉기로 소씨의 배 등을 세 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해 층간소음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바닥두께와 관련, 건설공법에 어긋날 시 적합한 처벌법이 마련·시행되지 않아 층간소음은 이웃 간 갈등으로 치부되다 올해 층간소음살인과 방화 사건이 잇따르면서 다시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살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폭행 및 협박,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주는 행위 등은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 사건이 바로 설 명절 당일에 일어난 방화사건이다.   

설이던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주택 1층에 사는 박모(49)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2층 홍모(67)씨 집에 들어가 휘발유가 든 맥주병을 거실에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당시 집에는 설을 맞아 부모를 찾은 홍씨의 자녀와 두 살배기 손녀 등이 있었다. 다행이 불은 17분여 만에 꺼졌지만 홍씨 부부는 중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고 자녀 3명도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박씨와 홍씨는 4년 전부터 층간소음문제 뿐 아니라 수도문제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 집에서 샌 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으로 보상금까지 받은 박씨는 범행 1주일 전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해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려 왔고, 사건 당일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감정이 격해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래층 소음에 위층이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지난 10일 인천시 계양구 모 아파트 2층에 사는 오모(36)씨 등 3명은 소음에 못 이겨 김모(55)씨가 살고 있는 아랫집 1층에 내려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안 나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김씨가 문을 열자 오씨 등은 층간소음에 항의하며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에 김씨도 방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고, 양측의 싸움이 짙어지자 현관 안전장치가 파손되기도 했다.

김씨는 “문을 부수고 한꺼번에 세 사람이 덮쳤다. 평소에 위층의 소음 때문에 헤드폰하고 귀마개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윗집의 오씨 측은 “계속 저희 집에 찾아와서 항의 소음을 내더라. 매번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못 자니까 마침 놀러 온 손님들 중 1명이 항의하러 내려간 것이다”라며 “전 세입자도 아랫집 사람과 층간소음 때문에 항의도 했고 멱살잡이도 해서 결국 1년을 다 못 채우고 이사를 나왔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고문 같은 소음에
깨알 같은 복수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원형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감정이 격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인충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며 “층간소음살인은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심적 고통과 불편을 안기는 층간소음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은 아이의 뛰는 소리나 어른의 발소리가 73.1%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되레 망치질 소리(3.7%)와 가구 끄는 소리(2.3%)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피아노 등 악기 소리(5.6%), 애완견이 짖는 소리(10.4%)는 적잖은 비율을 차지해 비애완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잠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 분쟁 빈도가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비교적 적고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문의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민원이 무려 8천여 건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연기 뿜기 등 아랫집 복수법 활개
정부 대책 마련 “먼저 대화로 풀어야”

층간소음문제로 지속적인 항의를 했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자 아예 이웃에 대한 복수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이나 야동을 틀어놓으세요. 효과 좋습니다”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 했습니다” “윗윗집과 친하게 지내세요” 등 ‘층간소음 보복법’ 사례들을 이미지까지 첨부하면서 친절히 설명했다. 이 밖에 긴 막대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부터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트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모터를 달고 전원만 켜면 지속적으로 충격음을 윗집에 전달하는 기계를 집안 천장에 만들어 인증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화장실 환기통에 담배연기를 뿜어 윗집에 보복하거나 샤워하면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등 깨알 같은 복수법도 소개됐다.

층간소음갈등이 비단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고 폭행, 협박, 나아가 살인까지 불러오면서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다세대 공동주택이 많은 서울시는 구체적·실용적인 층간소음개선안을 구축했다.

국토해양부는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 법제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벽식(내부 벽이 기둥 역할)과 기둥식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은 지금처럼 각각 210㎜와 150㎜로 유지하되, 소음발생이 심한 무량판식 바닥(보가 없는 바닥)을 현행 180㎜에서 210㎜로 두껍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바닥충격음을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소음인 경량충격음은 58㏈,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중량충격음은 50㏈을 충족하도록 규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350만원으로 정해진 금전배상 대신 올해까지는 소음원인에 대한 조정을 주로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압적 항의보다
대화가 해결책

층간소음갈등해결을 도맡는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위층의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동 가능한 가구의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거나 가족 구성원이 슬리퍼를 신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직접 찾아가 강압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어야 비로소 갈등이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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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