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태> 살인 부른 층간소음 분쟁 실태

이웃사촌 옛말…아이들 시끄럽다고 칼부림

[일요시사=사회팀] 정초부터 칼부림이 일어 전국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명절을 맞이해 노부모를 뵈러 왔던 30대 형제는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처럼 끔찍한 살인을 부른 원인은 바로 층간소음에 있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발소리, 음악소리 등 사소한 소음 때문에 멱살잡이부터 살인충동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집중분석했다.



한해를 여는 명절 설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남성 김모(45)씨가 윗집의 층간소음을 이유로 항의하러 올라간 뒤, 인테리어사업을 운영 중인 30대의 김모 형제와 긴 시간 동안 언쟁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재차 올라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사소한 말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사건 당일 피의자 김씨는 내연녀의 동생이 거주하는 중랑구의 모 아파트 6층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아 내연녀 가족과 아늑한 시간을 즐기던 중, 그는 내연녀 박모(49)씨가 “시끄럽다”며 7층에 인터폰을 걸어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따라 올라가 항의했다. 이 층간소음이 피바람을 몰고 온 사건의 발단이 됐다. 윗집은 노부모만 살고 있었지만 명절을 맞아 두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방문해 사건 당일에는 평소보다 북적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 간 사소한 말다툼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파트 밖 화단에서 남자들끼리 재차 시비가 벌어지며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평소 차에 보관해온 흉기를 갖고 혼자 다시 7층으로 올라가 피해자 형제를 아파트 밖 화단으로 불러냈다. 아파트 밖 화단에서 만난 양측은 2차 전쟁이 불붙어 욕설을 주고받으며 거칠게 싸우기 시작했다. 흥분이 극에 다른 김씨는 이들 중 형(33)을 흉기로 가슴 등 5군데 찌르고, 도망가는 동생(31)을 쫓아가 3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 형제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나 이내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김씨 형제 가족은 갑작스런 봉변으로 한순간에 가정이 파탄났다. 게다가 형은 슬하에 세 살배기 딸이 있었고, 동생 또한 결혼한 지 불과 2달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었기 때문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설날 부모 찾은 형제…예기치 못한 날벼락
아래윗집 깊어진 갈등 폭행·살해 사건으로

반면 범인 김씨의 입장은 달랐다. 범행 후 그의 행동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고 침착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집으로 올라가 옷가지를 챙겨 내연녀 박씨의 차를 타고 신림동으로 이동, 지인에게 전화해 강서구청 인근 술집에서 만나 술을 마셨으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강남역, 장지동, 쌍문동 등 서울 시내와 의정부와 부천 등을 오갔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잠자리의 주된 장소는 찜질방이었고 이동은 지하철과 경전철, 광역·간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경찰은 도피자금이 떨어져 과거 대리운전기사로 일했던 주점에 전화를 걸어 밀린 임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한 김씨의 전화번호 발신지를 추적해 지난 13일, 닷새 만에 수원 KT영통지사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 돈을 빌린 이후 고소전을 벌이는 등 사이가 좋지 않은 사채업자를 위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흉기를 구입, 차에 보관하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하며 범행일체를 시인했다.

김씨는 20여 년 전 저지른 상해와 도박 등 3건의 전과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운영하던 자동차 타이어 수리 사업이 외환위기 때 망한 후 가정형편 문제로 이혼까지 당한 그는 의류노점상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현재 부인과는 서류상으로 재결합한 상태지만 7년 전부터 왕래가 전혀 없었다. 내연녀 박씨는 “김씨는 평소 폭력성도 없고 술조차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갈등에
방화·폭행 빈번

사실 층간소음살인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대구시 수성구 모 맨션에서 배모(47)씨 집에서 배씨가 위층에 사는 이모(37)씨를 식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배씨는 3년 전부터 평소 이씨 집에서 소음과 냄새가 난다며 수시로 현관문을 발로차고 욕설을 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으며 자신의 항의 사실을 따지러 온 이씨와 말다툼 끝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에 2층에 거주하는 이모(64)씨가 위층에 사는 한모(48)씨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한씨를 숨지게 하는 층간소음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혼자 사는 이씨는 6개월 전부터 층간소음문제로 이웃 한씨와 자주 다퉜으며, 이날 한씨와 화해하기 위해 술을 마시던 중 다시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해 5월, 서울 은평구 모 빌라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이모(31)씨가 2층에 사는 소모(46·여)씨 집에 찾아가 “평소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주방에 있던 흉기로 소씨의 배 등을 세 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해 층간소음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바닥두께와 관련, 건설공법에 어긋날 시 적합한 처벌법이 마련·시행되지 않아 층간소음은 이웃 간 갈등으로 치부되다 올해 층간소음살인과 방화 사건이 잇따르면서 다시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살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폭행 및 협박,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주는 행위 등은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 사건이 바로 설 명절 당일에 일어난 방화사건이다.   


설이던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주택 1층에 사는 박모(49)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2층 홍모(67)씨 집에 들어가 휘발유가 든 맥주병을 거실에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당시 집에는 설을 맞아 부모를 찾은 홍씨의 자녀와 두 살배기 손녀 등이 있었다. 다행이 불은 17분여 만에 꺼졌지만 홍씨 부부는 중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고 자녀 3명도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박씨와 홍씨는 4년 전부터 층간소음문제 뿐 아니라 수도문제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 집에서 샌 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으로 보상금까지 받은 박씨는 범행 1주일 전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해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려 왔고, 사건 당일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감정이 격해져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래층 소음에 위층이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지난 10일 인천시 계양구 모 아파트 2층에 사는 오모(36)씨 등 3명은 소음에 못 이겨 김모(55)씨가 살고 있는 아랫집 1층에 내려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안 나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김씨가 문을 열자 오씨 등은 층간소음에 항의하며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에 김씨도 방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고, 양측의 싸움이 짙어지자 현관 안전장치가 파손되기도 했다.

김씨는 “문을 부수고 한꺼번에 세 사람이 덮쳤다. 평소에 위층의 소음 때문에 헤드폰하고 귀마개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윗집의 오씨 측은 “계속 저희 집에 찾아와서 항의 소음을 내더라. 매번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못 자니까 마침 놀러 온 손님들 중 1명이 항의하러 내려간 것이다”라며 “전 세입자도 아랫집 사람과 층간소음 때문에 항의도 했고 멱살잡이도 해서 결국 1년을 다 못 채우고 이사를 나왔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고문 같은 소음에
깨알 같은 복수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원형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감정이 격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인충동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며 “층간소음살인은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심적 고통과 불편을 안기는 층간소음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은 아이의 뛰는 소리나 어른의 발소리가 73.1%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되레 망치질 소리(3.7%)와 가구 끄는 소리(2.3%)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피아노 등 악기 소리(5.6%), 애완견이 짖는 소리(10.4%)는 적잖은 비율을 차지해 비애완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잠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 분쟁 빈도가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비교적 적고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문의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민원이 무려 8천여 건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연기 뿜기 등 아랫집 복수법 활개
정부 대책 마련 “먼저 대화로 풀어야”

층간소음문제로 지속적인 항의를 했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자 아예 이웃에 대한 복수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이나 야동을 틀어놓으세요. 효과 좋습니다”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 했습니다” “윗윗집과 친하게 지내세요” 등 ‘층간소음 보복법’ 사례들을 이미지까지 첨부하면서 친절히 설명했다. 이 밖에 긴 막대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부터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트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모터를 달고 전원만 켜면 지속적으로 충격음을 윗집에 전달하는 기계를 집안 천장에 만들어 인증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화장실 환기통에 담배연기를 뿜어 윗집에 보복하거나 샤워하면서 크게 노래를 부르는 등 깨알 같은 복수법도 소개됐다.

층간소음갈등이 비단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고 폭행, 협박, 나아가 살인까지 불러오면서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다세대 공동주택이 많은 서울시는 구체적·실용적인 층간소음개선안을 구축했다.

국토해양부는 층간소음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 법제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벽식(내부 벽이 기둥 역할)과 기둥식 아파트 바닥 두께 기준은 지금처럼 각각 210㎜와 150㎜로 유지하되, 소음발생이 심한 무량판식 바닥(보가 없는 바닥)을 현행 180㎜에서 210㎜로 두껍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바닥충격음을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소음인 경량충격음은 58㏈,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중량충격음은 50㏈을 충족하도록 규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350만원으로 정해진 금전배상 대신 올해까지는 소음원인에 대한 조정을 주로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압적 항의보다
대화가 해결책


층간소음갈등해결을 도맡는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위층의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동 가능한 가구의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거나 가족 구성원이 슬리퍼를 신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직접 찾아가 강압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어야 비로소 갈등이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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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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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