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시체 동거’ 초엽기 사건 백태

사람 썩은 내 진동…가보니 송장에 구더기 ‘득실득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11년, 모친으로부터 ‘전국 1등’ ‘S대 입학’을 강요받아온 고3 남학생이 엄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안방에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 밝혀져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당시 언론이 집중 조명한 부분은 존속살인보다 8개월 간 시신방치였다. 최근 이 같은 살해 후 시신방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있다. ‘시신과의 동거’, 시신방치. 그 섬뜩하고 잔인한 사건들을 나열했다.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시 모 아파트 자택에서 부부싸움을 벌이다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3개월간 방치한 40대 김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건설회사에서 도색 관련 일을 해온 김씨는 지난해 7월 허리를 다쳐 실직한 뒤 실직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퉈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에도 그는 아내와 함께 자택 내 작은 방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대화를 오가던 중, “벌어오는 돈도 없으면서 매일 술만 퍼마시냐”는 아내의 핀잔에 분을 참지 못하고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시신 옆에서
먹고 자고

그러나 범행 후 그의 행동은 소름 돋을 정도로 차분하고 냉정했다. 김씨는 새파란 주검이 된 아내시신 위에 이불만 살짝 덮어둔 채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거나, 후에 시신을 유기한 작은 방을 수시로 드나들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생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뻔뻔함과 치밀함은 더해갔다. 김씨는 아내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날 것을 우려해 한파가 불어 닥친 날씨임에도 불구, 난방을 전혀 하지 않고 창문도 열어둔 채 생활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다.

그러나 그의 꼼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설 인사차 김씨의 집에 방문한 처남이 매형의 이상행동에 의심을 품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모든 전말이 밝혀졌다. 처남은 김씨에게 누나의 행방을 물었으나 단지 “시장에 갔다”는 짧은 대답만 전해 들었고, 이후 매형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황급히 사라진 점을 수상히 여겨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불안한 심경으로 집 주변을 배회하다 신고 후 3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죽을 용기도 없고, 자수할 용기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신을 내버려두게 됐다”고 진술했다.     

시신방치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살해 후 시신방치는 지난해 1년 동안만 최소 3건 이상으로 추산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부싸움 목 졸라 살해…냄새 우려해 난방 절제
기초수급비 갈취하려 숨진 동료 사체 그냥 방치

지난달 말, 인천 계양구에서 함께 살던 동료가 숨지자 시신을 방치하고 기초수급비를 챙겨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사장 인부로 일해 온 조모(48)씨는 5년 전 건설 현장에서 만나 함께 지내온 동료 김모(64)씨가 지난해 10월21일 지병으로 숨지자 사망사실을 숨기고 시신을 3달 간 방치했다. 조씨는 동료 김씨의 사망 이후 사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김씨의 계좌에 입금된 기초생활수급비 87만원을 몰래 가로채 원만한 생활을 유지해왔다.

그렇게 3달간 죄의식 없이 죽은 동료의 주머니를 탐한 조씨의 범행은 심한 악취가 진동한다는 이웃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긴 시간동안 원인 모를 악취에 시달려온 조씨의 이웃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곤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조씨의 자택을 수색하면서 심하게 부패한 김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식도암과 폐암 등으로 사망했다”고 털어놓으며 “살길이 막막해서 나도 함께 죽으려고 했기 때문에 김씨의 사망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경찰은 그간 시신부패를 최대한 막고자 혹한의 날씨에도 난방을 거의 구동하지 않았던 조씨의 행동을 미뤄, 기초생활 보조비를 챙기기 위해 김씨의 사망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조씨는 여전히 의도적 시신방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를 사체 은닉과 사문서 위조 등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1만원 때문에
시체와 동침도

앞서 언급한 사건과 동일하게 가깝게 지내던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방치한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반지하 방에서 정모(45)씨를 살해하고 5일간 방치한 지모(4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씨는 수년 동안 부인과 자녀 없이 혼자 살며 외롭게 일을 해오다 같은 해 5월, 인력사무소에서 우연히 만난 정씨와 뜻 모를 공감대를 느껴 가깝게 지냈고 둘은 곧 절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일을 마친 후 주로 지씨의 지하방에서 술을 기울였고, 사건 당일 역시 둘은 오후 7시부터 술을 마셨다. 취한 두 사람이 벌인 가벼운 말다툼이 생각보다 쉽게 무마되지 않고 몸싸움으로 번지자 결국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 정씨는 술을 마시다 “차비가 없으니 만원만 빌려달라”고 말했고, 지씨는 이를 거부하다가 말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소한 말다툼은 서로 뒤엉켜 싸우는 수준에 이르렀고, 정씨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지씨는 정씨가 숨진 뒤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자신의 방에 눕혀 5일간 방치했다. 이후 그는 동료 시신 옆에서 잠을 자며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는 등 엽기적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지씨는 시신방치 혐의로 검거되기 전, 정씨 살해 이후에 자수하려 경찰서를 두 차례 찾았다가 매번 자수하지 못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씨는 시간이 점차 흐르자 죄의식을 느껴 사건 발생 5일 후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제 발로 경찰서에 찾아가 자백했지만, 자신이 한 것은 아니라는 등 횡설수설을 반복하다 가족의 기나긴 설득 끝에 범행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이러한 시신방치 사건은 최근 2∼3년 동안 빈번히 발생해 국민의 불안을 상기시켰다. 시신을 콘크리트를 바른 벽면에 암매장하거나 냉장고에 시신 유기 및 보관, 병든 부모를 방치해 살해한 뒤 장롱 속에 숨긴 사건 등 섬뜩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같은 해 11월, 경기도 내 단란주점 전 업주 송모(70)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주점 다용도실에 암매장한 혐의로 박모(44)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신흥동 모 주점에서 전 업주 송씨와 주점 매매 잔금 1700만원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 송씨가 자신의 동거녀에게 욕설을 하자 격분해 송씨의 가슴을 발로 차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담아 주점 다용도실에 숨겨놓고 영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시신은 부패하는 법. 범행 직후 약 1주일 뒤, 박씨는 주점 종업원들로부터 “다용도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고 인터넷을 검색해 시신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비닐가방을 구입했다. 이후 박씨는 다급하게 시신을 옮겨 담고 이를 다시 나무상자에 담아 못질을 해 봉합했다. 못질 봉합을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박씨는 실리콘으로 재차 나무상자의 이음매 부분을 둘러친 뒤 “방수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방수 설비공을 불러 주점 무대 옆 벽면에 나무상자를 세워놓고 벽돌과 콘크리트로 덮어버렸다. 이는 완전범죄를 꾀한 박씨의 증거인멸 과정이었다.

박씨는 2달 동안 시신이 암매장된 주점에서 아무 일 없듯이 영업을 계속하다가 실종신고를 받고 전 업주의 행적을 추적해 온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에서 방수 설비공 업체 번호가 찍힌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끈질기게 추궁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에 경찰은 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냉장고 장롱 등
방치 장소 다양

이에 앞서 9월26일에는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에 놓인 냉장고 안에서 숨진 지 2달가량 지난 김모(46)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 경찰은 말다툼 끝에 동거녀를 살해한 뒤 자신의 집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피해자와 동거 중이던 김모(44)씨를 긴급 체포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2012년 4월, 식당에서 만나 알게 된 뒤 4개월 정도 함께 지낸 동거녀 김씨와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 평소 노래방 도우미인 김씨와 외박 문제로 자주 다투던 피의자 김씨는 이날 술에 취해 동거녀와 말다툼 끝에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과 둔기 등을 이용해 동거녀의 머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김씨는 동거녀의 시신을 흰색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담아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 냉장고에 유기하고 냉장고 문을 공업용 실리콘으로 봉인한 뒤 달아났다. 김씨는 13살 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범행 당시 아들을 PC방으로 보내 일체 범행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는 인근 찜질방을 전전하며 몇 차례에 걸쳐 집에 들렀고, 냉장고 상태를 확인한 후 손수 환기까지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범행은 집주인 이모(58)씨가 오전 10시경에 김씨의 집을 방문해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졌다. 이씨는 몇 달치 월세와 전기료 등을 밀린 김씨에게 20일까지 집을 비우도록 했으나 연락두절이었고, 그에 대한 괘씸한 심정이 극으로 치닫자 냉장고 등 집기류를 집 밖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냉장고에서 유독 악취가 심하게 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가 토막 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날 오후 9시께 안산시 사동의 한 주택가에서 만취한 상태로 아들과 함께 있는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내연녀 살해 후 실리콘으로 봉합해 냉장고 유기
술주정 아버지 죽이고 김장비닐로 덮어 장롱에

친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9개월간 장롱에 방치한 패륜적 시신방치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2월 의정부지법은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63)를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김장용 비닐 53겹으로 감싼 뒤 장롱에 숨긴 혐의로 기소된 이모(31)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이유로 친아버지를 살해한 뒤 시신을 19개월 동안 집안 장롱에 유기 및 방치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010년 2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자신의 집에서 평소 술을 먹고 주정을 부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건강이 쇠약해진 아버지를 수차례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평소에도 아버지가 술주정을 부리면 폭행을 일삼아왔으며, 사건 당일 아버지가 숨지자 김장용 비닐봉투 50여 겹을 덮어씌운 뒤 테이프로 밀봉해 작은방 장롱에 숨겼다. 이씨는 장롱 속에 아버지 시신이 있음에도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해왔고, 함께 거주하는 누나(32)에게는 아버지가 숨져 화장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누나는 동생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추석부터 아버지 이씨가 보이지 않는 점과 온 집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점을 수상히 여긴 친척이 경찰에 신고해 범행 19개월 만에 아들 이씨가 검거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년전부터 아버지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돼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아버지 사망 사실을 누나 등에게 알리지 않고 시신을 비닐로 감싼 뒤 19개월이나 장롱에 숨긴 행위는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패륜적인 범죄로 중형이 마땅하다”고 설명하며 중형판결을 내렸다.

완전범죄 노린
싸이코패스들

생활고에 시달려 동료의 기초수급비를 챙기기 위해, 감정조절에 실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에 두려움이 앞선 나머지 시신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 등 시신방치에 대한 원인은 다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살해 후 시신을 그대로 방치하며 아무 죄의식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싸이코패스적 성향의 일환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시신방치범들은 시신을 가까이 두고 자신의 죄를 덮으려 애썼지만, 시신의 부패와 악취로 인해 영원히 묻혀 질 줄 알았던 범행이 되레 탄로 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 돼버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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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