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설' 이석채 KT 회장 히든카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2: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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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 낙하산 키워 '박풍' 막는 문풍지로?

[일요시사=경제1팀] '노무현-남중수, 이명박-이석채, 박근혜-?'
이른바'‘대통령-KT회장' 공식이다. KT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박근혜발 인사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가장 바빠진 이는 이석채 회장이다. '이석채의 사람들'로 굳히기에 나섰다.

 

11년 전인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면서 민영화된 KT는 '무늬만' 바뀌었다. 조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사장직을 맡을 때부터 'MB정부'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다.
2008년 10월 KTF비자금 사태로 남중수 KT 사장과 차기 KT 사장으로 거론되던 조용주 KTF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새 사장을 물색했다.

끝없이 떨어진
MB표 낙하산

당시 후임 사장직에 응모한 인사는 이 회장과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윤종용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정규석 전 LG전자·데이콤 사장, 윤창번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단장 등 10여 명. 추가 공모에 지원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40여 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경쟁했다.

이들 중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보는 이 회장과 양 전 장관, 윤 전 단장 등 3명. 하지만 'KT정관'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 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정관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쟁사인 SK C&C와 LG전자 사외이사를, 양 전 장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윤 전 단장은 대한전선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 있었다.


11월25일 KT 사추위는 이례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진행했다. 9일 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새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노조와 야당, 시민단체들은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 개정 이유의 대상자인 점도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KT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도 돌았다.

이듬해 1월 KT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본사 조직을 줄이면서 현장 영업조직을 늘리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서종렬 전 SK텔레콤 상무를 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자회사 임원들을 KT 본사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석채 사람들' 전진배치…친정체제 강화
김은혜 오세현 임수경 등 측근들 요직에

지난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 팀장을 맡았던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은 KTF 자회사로 모바일광고 사업을 하고 있는 엠하우스 사장으로 영입했다.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중도하차한 이춘호 당시 인하대 교수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향응 수수문제로 중도 사퇴한 허증수 당시 경북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진입했다.

당시 KT는 "신임 사장의 '올 뉴 KT'(All New KT, KT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하자) 전략에 따라 조직을 소비자·현장 중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장의 무리한 물갈이에 'All Kill KT'쪽에 가깝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회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2009년 3월 KT-KTF 합병을 계기로 '사장' 직함을 탈피하고 '회장'에 오른 직후 더 심해졌다.

'대외부문장'(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옛 정통부 정보통신정책홍보실장 출신의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영입했고 조용택 전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을 역시 신설된 '대외전략실장'(부사장)에 앉혔다.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 한국오라클 사장 출신의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 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의 김일영 그룹전략팀장(부사장), 신한은행 출신의 양현미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전무), LG생활건강 출신의 송영희 홈고객 전략본부장(전무) 등도 이 회장이 영입했다.

내부비리 폭로 직원
보복성 해고 논란

반면 기존 임직원들은 내몰렸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여 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서유열 사장과 표현명 사장을 각각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면에 배치했다. 서 사장은 이 회장의 오른팔이자 KT내부의 범 영포라인 핵심 실세로 통한다. 서 사장은 2010년 7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직접 영국 BT에서 영입한 김일영 부사장에게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겼다.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개정했다.

KT 측은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개정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2010년 12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룹 '콘텐츠 전략 부문' 전무로 내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KT 안팎에선 김 전무의 내정을 두고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통신이나 기업 경영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통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T에서 내부 승진으로 전무 자리에 오르려면 입사부터 3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KT 직원이 보복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무 영입 2개월 뒤 KT는 오세현 전 IBM상무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오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IT 전문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에 참여했던지라 낙하산 논란은 비껴가지 못했다.

30년 걸리는 전무를
누구는 1년 만에

2011년 9월에는 대외부문장 부문 조직이 폐지됐다. 신설한 지 2년만이었다. 이와 함께 대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석 부회장도 퇴사했다.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서였다. KT 부회장 직책이 경력 관리용이자 총선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당시부터 높았음에도 이 회장은 끝내 인사를 강행했다. 부회장은 회장에 이은 서열 2위 자리이지만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책임은 작고 직함과 보수만 높은 '경력 관리용' 자리다.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KT호의 키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확정,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이 회장은 정권 말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대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는 낙하산으로 지목된 인사들과 '이석채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정통 KT출신들이 내몰렸다.

GMC전략실 실장을 맡아왔던 김 전무는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옮겨 갔다. 오 전무는 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해 부사장으로 재직해 오던 김홍진씨는 글로벌&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에 올랐다.  

2009년 국세청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다가 지난해 2월 KT로 옮겨 온 임수경 전무는 G&E 부문 운영총괄과 시스템 사업본부 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입사 1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파격인사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운영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는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이 부임했다. 신설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KT미디어 허브 토대 대표이사에는 김주성 미디어콘텐츠 부문 부문장이. 위성사업 전문 자회사 KT샛 초대 대표이사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 센터장이 각각 선임됐다.

KT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신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부동산, 콘텐츠, 위성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KT 안팎에서는 이석채의 사람들 자리 만들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인수위 주변서 차기수장 하마평
박근혜발 인사폭풍에 '버티기 플랜'의심


이 회장은 대표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후 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 PCS 사업자 선정과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 하와이로 도미하는 등 10여 년에 걸친 반 '망명' 생활을 하다 2009년 KT 사장직을 맡으면서 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경복고 선배이기도 하다.

문제는 KT가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 11년째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이 회장에게는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악재다.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공익제보자를 보복해고 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KT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지사 앞에서 'KT의 공익제보자(이해관 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보복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 보복해고 하는 KT 이석채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했다.

윤창번·윤종록·홍순직
차세대 수장 후보 거론

이를 뒷받침 하듯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KT 사장에 내정됐던 2008년에도 사장 후보로 주목됐던 윤창번 전 단장, 윤종록 전 KT 부사장, 홍순직 전주 비전대 총장 등이 KT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KT관계자는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있었던 승진 인사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던 것이지 측근배치나 친정체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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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