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설' 이석채 KT 회장 히든카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2: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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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 낙하산 키워 '박풍' 막는 문풍지로?

[일요시사=경제1팀] '노무현-남중수, 이명박-이석채, 박근혜-?'
이른바'‘대통령-KT회장' 공식이다. KT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박근혜발 인사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가장 바빠진 이는 이석채 회장이다. '이석채의 사람들'로 굳히기에 나섰다.

 

11년 전인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면서 민영화된 KT는 '무늬만' 바뀌었다. 조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사장직을 맡을 때부터 'MB정부'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다.
2008년 10월 KTF비자금 사태로 남중수 KT 사장과 차기 KT 사장으로 거론되던 조용주 KTF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새 사장을 물색했다.

끝없이 떨어진
MB표 낙하산

당시 후임 사장직에 응모한 인사는 이 회장과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윤종용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정규석 전 LG전자·데이콤 사장, 윤창번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단장 등 10여 명. 추가 공모에 지원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40여 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경쟁했다.

이들 중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보는 이 회장과 양 전 장관, 윤 전 단장 등 3명. 하지만 'KT정관'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 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정관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쟁사인 SK C&C와 LG전자 사외이사를, 양 전 장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윤 전 단장은 대한전선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 있었다.

11월25일 KT 사추위는 이례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진행했다. 9일 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새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노조와 야당, 시민단체들은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 개정 이유의 대상자인 점도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KT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도 돌았다.

이듬해 1월 KT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본사 조직을 줄이면서 현장 영업조직을 늘리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서종렬 전 SK텔레콤 상무를 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자회사 임원들을 KT 본사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석채 사람들' 전진배치…친정체제 강화
김은혜 오세현 임수경 등 측근들 요직에

지난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 팀장을 맡았던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은 KTF 자회사로 모바일광고 사업을 하고 있는 엠하우스 사장으로 영입했다.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중도하차한 이춘호 당시 인하대 교수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향응 수수문제로 중도 사퇴한 허증수 당시 경북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진입했다.

당시 KT는 "신임 사장의 '올 뉴 KT'(All New KT, KT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하자) 전략에 따라 조직을 소비자·현장 중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장의 무리한 물갈이에 'All Kill KT'쪽에 가깝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회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2009년 3월 KT-KTF 합병을 계기로 '사장' 직함을 탈피하고 '회장'에 오른 직후 더 심해졌다.

'대외부문장'(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옛 정통부 정보통신정책홍보실장 출신의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영입했고 조용택 전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을 역시 신설된 '대외전략실장'(부사장)에 앉혔다.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 한국오라클 사장 출신의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 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의 김일영 그룹전략팀장(부사장), 신한은행 출신의 양현미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전무), LG생활건강 출신의 송영희 홈고객 전략본부장(전무) 등도 이 회장이 영입했다.

내부비리 폭로 직원
보복성 해고 논란

반면 기존 임직원들은 내몰렸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여 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서유열 사장과 표현명 사장을 각각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면에 배치했다. 서 사장은 이 회장의 오른팔이자 KT내부의 범 영포라인 핵심 실세로 통한다. 서 사장은 2010년 7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직접 영국 BT에서 영입한 김일영 부사장에게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겼다.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개정했다.

KT 측은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개정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2010년 12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룹 '콘텐츠 전략 부문' 전무로 내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KT 안팎에선 김 전무의 내정을 두고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통신이나 기업 경영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통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T에서 내부 승진으로 전무 자리에 오르려면 입사부터 3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KT 직원이 보복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무 영입 2개월 뒤 KT는 오세현 전 IBM상무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오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IT 전문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에 참여했던지라 낙하산 논란은 비껴가지 못했다.

30년 걸리는 전무를
누구는 1년 만에

2011년 9월에는 대외부문장 부문 조직이 폐지됐다. 신설한 지 2년만이었다. 이와 함께 대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석 부회장도 퇴사했다.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서였다. KT 부회장 직책이 경력 관리용이자 총선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당시부터 높았음에도 이 회장은 끝내 인사를 강행했다. 부회장은 회장에 이은 서열 2위 자리이지만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책임은 작고 직함과 보수만 높은 '경력 관리용' 자리다.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KT호의 키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확정,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이 회장은 정권 말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대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는 낙하산으로 지목된 인사들과 '이석채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정통 KT출신들이 내몰렸다.

GMC전략실 실장을 맡아왔던 김 전무는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옮겨 갔다. 오 전무는 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해 부사장으로 재직해 오던 김홍진씨는 글로벌&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에 올랐다.  

2009년 국세청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다가 지난해 2월 KT로 옮겨 온 임수경 전무는 G&E 부문 운영총괄과 시스템 사업본부 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입사 1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파격인사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운영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는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이 부임했다. 신설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KT미디어 허브 토대 대표이사에는 김주성 미디어콘텐츠 부문 부문장이. 위성사업 전문 자회사 KT샛 초대 대표이사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 센터장이 각각 선임됐다.

KT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신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부동산, 콘텐츠, 위성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KT 안팎에서는 이석채의 사람들 자리 만들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인수위 주변서 차기수장 하마평
박근혜발 인사폭풍에 '버티기 플랜'의심

이 회장은 대표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후 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 PCS 사업자 선정과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 하와이로 도미하는 등 10여 년에 걸친 반 '망명' 생활을 하다 2009년 KT 사장직을 맡으면서 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경복고 선배이기도 하다.

문제는 KT가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 11년째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이 회장에게는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악재다.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공익제보자를 보복해고 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KT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지사 앞에서 'KT의 공익제보자(이해관 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보복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 보복해고 하는 KT 이석채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했다.

윤창번·윤종록·홍순직
차세대 수장 후보 거론

이를 뒷받침 하듯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KT 사장에 내정됐던 2008년에도 사장 후보로 주목됐던 윤창번 전 단장, 윤종록 전 KT 부사장, 홍순직 전주 비전대 총장 등이 KT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KT관계자는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있었던 승진 인사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던 것이지 측근배치나 친정체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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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