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설' 이석채 KT 회장 히든카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2: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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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 낙하산 키워 '박풍' 막는 문풍지로?

[일요시사=경제1팀] '노무현-남중수, 이명박-이석채, 박근혜-?'
이른바'‘대통령-KT회장' 공식이다. KT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박근혜발 인사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가장 바빠진 이는 이석채 회장이다. '이석채의 사람들'로 굳히기에 나섰다.

 

11년 전인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면서 민영화된 KT는 '무늬만' 바뀌었다. 조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사장직을 맡을 때부터 'MB정부'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다.
2008년 10월 KTF비자금 사태로 남중수 KT 사장과 차기 KT 사장으로 거론되던 조용주 KTF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새 사장을 물색했다.

끝없이 떨어진
MB표 낙하산

당시 후임 사장직에 응모한 인사는 이 회장과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윤종용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정규석 전 LG전자·데이콤 사장, 윤창번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단장 등 10여 명. 추가 공모에 지원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40여 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경쟁했다.

이들 중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보는 이 회장과 양 전 장관, 윤 전 단장 등 3명. 하지만 'KT정관'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 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정관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쟁사인 SK C&C와 LG전자 사외이사를, 양 전 장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윤 전 단장은 대한전선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 있었다.


11월25일 KT 사추위는 이례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진행했다. 9일 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새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노조와 야당, 시민단체들은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 개정 이유의 대상자인 점도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KT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도 돌았다.

이듬해 1월 KT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본사 조직을 줄이면서 현장 영업조직을 늘리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서종렬 전 SK텔레콤 상무를 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자회사 임원들을 KT 본사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석채 사람들' 전진배치…친정체제 강화
김은혜 오세현 임수경 등 측근들 요직에

지난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 팀장을 맡았던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은 KTF 자회사로 모바일광고 사업을 하고 있는 엠하우스 사장으로 영입했다.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중도하차한 이춘호 당시 인하대 교수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향응 수수문제로 중도 사퇴한 허증수 당시 경북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진입했다.

당시 KT는 "신임 사장의 '올 뉴 KT'(All New KT, KT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하자) 전략에 따라 조직을 소비자·현장 중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장의 무리한 물갈이에 'All Kill KT'쪽에 가깝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회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2009년 3월 KT-KTF 합병을 계기로 '사장' 직함을 탈피하고 '회장'에 오른 직후 더 심해졌다.

'대외부문장'(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옛 정통부 정보통신정책홍보실장 출신의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영입했고 조용택 전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을 역시 신설된 '대외전략실장'(부사장)에 앉혔다.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 한국오라클 사장 출신의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 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의 김일영 그룹전략팀장(부사장), 신한은행 출신의 양현미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전무), LG생활건강 출신의 송영희 홈고객 전략본부장(전무) 등도 이 회장이 영입했다.

내부비리 폭로 직원
보복성 해고 논란

반면 기존 임직원들은 내몰렸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여 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서유열 사장과 표현명 사장을 각각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면에 배치했다. 서 사장은 이 회장의 오른팔이자 KT내부의 범 영포라인 핵심 실세로 통한다. 서 사장은 2010년 7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직접 영국 BT에서 영입한 김일영 부사장에게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겼다.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개정했다.

KT 측은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개정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2010년 12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룹 '콘텐츠 전략 부문' 전무로 내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KT 안팎에선 김 전무의 내정을 두고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통신이나 기업 경영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통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T에서 내부 승진으로 전무 자리에 오르려면 입사부터 3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KT 직원이 보복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무 영입 2개월 뒤 KT는 오세현 전 IBM상무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오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IT 전문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에 참여했던지라 낙하산 논란은 비껴가지 못했다.

30년 걸리는 전무를
누구는 1년 만에

2011년 9월에는 대외부문장 부문 조직이 폐지됐다. 신설한 지 2년만이었다. 이와 함께 대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석 부회장도 퇴사했다.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서였다. KT 부회장 직책이 경력 관리용이자 총선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당시부터 높았음에도 이 회장은 끝내 인사를 강행했다. 부회장은 회장에 이은 서열 2위 자리이지만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책임은 작고 직함과 보수만 높은 '경력 관리용' 자리다.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KT호의 키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확정,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이 회장은 정권 말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대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는 낙하산으로 지목된 인사들과 '이석채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정통 KT출신들이 내몰렸다.

GMC전략실 실장을 맡아왔던 김 전무는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옮겨 갔다. 오 전무는 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해 부사장으로 재직해 오던 김홍진씨는 글로벌&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에 올랐다.  

2009년 국세청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다가 지난해 2월 KT로 옮겨 온 임수경 전무는 G&E 부문 운영총괄과 시스템 사업본부 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입사 1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파격인사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운영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는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이 부임했다. 신설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KT미디어 허브 토대 대표이사에는 김주성 미디어콘텐츠 부문 부문장이. 위성사업 전문 자회사 KT샛 초대 대표이사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 센터장이 각각 선임됐다.

KT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신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부동산, 콘텐츠, 위성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KT 안팎에서는 이석채의 사람들 자리 만들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인수위 주변서 차기수장 하마평
박근혜발 인사폭풍에 '버티기 플랜'의심


이 회장은 대표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후 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 PCS 사업자 선정과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 하와이로 도미하는 등 10여 년에 걸친 반 '망명' 생활을 하다 2009년 KT 사장직을 맡으면서 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경복고 선배이기도 하다.

문제는 KT가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 11년째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이 회장에게는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악재다.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공익제보자를 보복해고 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KT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지사 앞에서 'KT의 공익제보자(이해관 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보복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 보복해고 하는 KT 이석채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했다.

윤창번·윤종록·홍순직
차세대 수장 후보 거론

이를 뒷받침 하듯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KT 사장에 내정됐던 2008년에도 사장 후보로 주목됐던 윤창번 전 단장, 윤종록 전 KT 부사장, 홍순직 전주 비전대 총장 등이 KT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KT관계자는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있었던 승진 인사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던 것이지 측근배치나 친정체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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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