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한사태'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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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오는 '양파비리' 갈데까지 간 '막장회장'

[일요시사=경제1팀] 깠다. 또 깠다. 전 사장과 전 은행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다 깐 줄 알았다. 그런데 깔게 더 남았다. 이번엔 전 회장이다. '신한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 길이 먼 '한동우-서진원' '투톱체제'가 발목을 잡혔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 일명 '신한사태'는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직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특히 이날은 신한금융 창립 9주년 기념식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 사장·전 행장
집행유예 선고

당시 신한은행 측은 "최근 은행에 신 전 사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신한은행은 또 신 전 사장이 신한금융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될 고문료 중 15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사태의 시작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부터로 보고 있다. 2009년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그 발원지로 신 전 사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1인자 라 전 회장이 3인자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손잡고 2인자 신 전 사장을 내치려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 고소 후 곧바로 해임을 위한 사외이사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전 행장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방문하며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만나 신 전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신 전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참석 등 협조를 당부했다.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신 전 사장은 사태 일주일 만에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사외이사,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친회를 열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 중 일부가 신 전 사장을 검찰조사 결과발표 이전에 해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모든 문제를 이사회 결정에 따르기로 협의했다.

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의혹 일파만파
발목 잡힌 '한동우-서진원' 투톱 체제

9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안이 10대1의 표결로 통과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라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꽤 빠르게 찾아왔다. 10월7일 금융감독원이 라 전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전격 통보한 것. 이에 앞서 한국정치평론가와 한국시민단체네크워크 등 5개 시민단체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무혐의 내사 종결됐던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실명제법위반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라 전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 도중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10월11일 다시 기업설명회 참석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라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유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라 전 회장은 결국 10월25일 해외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고 10월30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에 참석,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겉으로는 자진사퇴. 알고 보면 불명에 퇴진이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 발생 100여일이 지난 후 사장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 상대 횡령·배임 혐의 고소를 취하했다.

스리슬쩍 넘어간
라 전 회장 비리혐의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했다고 보고 각각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문료 15억여원 가운데 이 명예회장에게 지급된 금액은 7억1100만원, 나머지 8억여원 가운데 2억6000여만원은 이 행장이 사용했고 3억7500만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이날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2년여 후인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됐으나 일부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의 혐의 중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의 은행자금 15억여원 중 2008년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부문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 등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다시 살아난 불씨
차명계좌 23개

이 전 행장의 경우 재판부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신 전 사장과 함께 2008년 은행자금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금융계를 들어다 놨다 했던 신한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한은행은 한동우 신한금융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안정화와 내부 결속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회장과 신 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사 중 최고인 약 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에서도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신한사태로 흔들렸던 일본 오사카 쪽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 빅3 중 유일하게 무혐의를 받아 멀찍이에서 재판과정을 구경하던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들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발목을 잡힌 모양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전 회장에게 라 전 회장이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히고 2008년 12월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라 전 회장 측은 "50억원은 1991년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 이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주주 4명과 모아서 준 격려금 30억원을 4명의 주주에게 동의를 얻어 장기간 차명예금으로 관리해오다 이자가 계속 붙었고, 이 가운데 50억원을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던 박 전 회장의 권유에 따라 경남 김해의 골프장 가야컨트리클럽 운영업체인 가야개발 지분 투자 목적으로 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두 차례 수사 끝에 2009년 6월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당국 역시 라 전 회장이 실명제 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계좌 운용만 문제 삼아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게다가 라 전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다른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일부 언론이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 23개를 통해 은행 돈을 빌려 쓰는가 하면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금융당국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자료 재검토, 끊이지 않는 의혹
관계당국 비리 감싸기 의혹도 '재수사 촉구'

이 매체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인 김모씨와 그의 친인척 9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누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는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 당시 적발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2009년 5월 박모 당시 신한금융 업무지원팀장이 작성한 '총괄표'라는 문건에는 라 전 회장이 단지 실명제 위반뿐 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인 자금거래를 한 기록까지 들어있다.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이 수시로 이동했고 신한금융지주 주식 수만주씩을 사고판 흔적도 있다.

뿐만아니라 차명계좌로 받은 은행 대출금을 라 전 회장과 아들 계좌에 입금하고 나중에 다른 차명계좌에서 인출해 이를 갚은 기록도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전달된 돈은 46억원에 이른다.


경제개혁연대는 "각종 의혹에도 사정 당국의 라 전 회장 봐주기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에 대해 국세청이 이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 통보를 했지만 사정 당국이 소홀히 취급했다"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남은 부분을 추가 조사하고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과거 금융당국이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징계했지만 발견된 추가 차명계좌의 법령 위반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차명계좌로 신한금융 주식을 보유한 것도 라 전 회장의 주식보유신고서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문건을 확인하고, 당시 검사자료와 검사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신한 사태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신한 사태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슬쩍 넘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산3억원' 미스터리다.

베일에 싸인
남산 3억 실체

이 돈은 2008년 초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서울 남산자유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자에게 전달한 3억원에 관련된 돈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신 전 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2억6000여만원이 남산3억원에 해당하는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 '남산3억원'이 핵심 안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신 전 사장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신 전 사장은 1심 선고 후 "자금조달을 지시한 라 전 회장은 빠져나갔는데 자금 관리에만 관여한 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혐의는 과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했던 사안이 다시 부각됐을 뿐이다"며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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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