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대담> 박병석 국회부의장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09:47:38
  • 댓글 0개

“원칙 있는 야당 역할을 충실히 할 것, 지원과 견제 확실히”

[일요시사=정치팀]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민주통합당 소속의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대전 서구 갑에 당선되면서 헌정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내리 3번을 같은 지역에서 당선된 박 부의장은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선에 패배한 민주통합당과 차기정부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박 부의장이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당심을 추스르고, 차기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 ‘상생의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일요시사>가 민족의 명절 설날을 맞아 정국의 연결고리가 될 그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한결같았다. 인터뷰 내내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은 것도 그렇고, 질문 하나하나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도 그랬다. 인터뷰에 앞서 부의장실 문 앞까지 마중 나왔던 것처럼, 인터뷰를 마치고도 그는 친히 취재기자를 배웅했다.

어디에서도 입법부 2인자로서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으로 소탈한 인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익히 들은 바대로 박 부의장의 ‘빈틈없고 강단 있는’ 모습 또한 분명히 엿볼 수 있었다. 괜히 국회부의장이 아닌 이유다.

다음은 박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입니까?

▲ 우선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권이 제일목표로 챙겨야 합니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중산층들은 서민으로, 서민들은 새로운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경제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져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없이 어떠한 것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민족의 소망인 남북관계 개선도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5년간 크게 후퇴했습니다. 남북문제는 단순히 우리 정부와 북한의 관계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문제에서 중요한 변수로 봐야 합니다. 남북문제 해결 없이 그 어떤 국제 문제도 우리의 뜻대로 돌파할 수 없습니다.

- 민주통합당에서 가장 유력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이셨습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권유가 여러 곳에서 강력하게 있었지만 일관되게 사양했습니다. 그 권유가 하도 많아 4∼5일 동안 아예 전화를 안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국회부의장직을 맡고 있고 또 저보다 더 잘할 분들도 있다고 생각해서 일관되게 사양한 것입니다.


- 대선에 패배한 야당 소속 국회부의장으로서 차기 정부와 민주통합당 간 국정운영에 가교역할을 하셔야 하는데.

▲ 19대 국회 초반은 대통령선거라는 큰 정치적 이슈가 정국을 주도해 국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현실화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대선 정국에 휩쓸려 제 역할에 소홀했다고 봅니다. 이제 대선도 끝났으니 국회정치를 정상화하고 국민적 열망을 실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51.6% 대 48%로 양분된 국민을 어떻게 통합하게 하느냐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 지난 대선의 화두는 정치쇄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직후 열린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의원들은 조금도 특권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국회의원의 권한과 관련, 여론의 지적이 옳다고 봅니다. ‘연금법’은 여야가 ‘헌정회 노후지원금’을 없애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습니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법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원들 스스로 과도한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탈계파 모임에서 건의한 ‘영리목적 겸직 내려놓기’ 등도 뜻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기권표를 던지셨는데, 이 같은 행태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는지요?

▲ 어떤 이유에서든지 예산안이 해를 넘겨 통과됐다는 것은 국회가 크게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국회부의장으로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습니다.

- 특히 국민은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불만이 높습니다. 대선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국회의원 연금법’으로 통칭되는데 정확하게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여야가 없애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습니다. 아예 폐지하거나 국민들이 동의할 수준으로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 없이 어떠한 것도 의미가 없다”
“남북관계 MB정권에서 5년간 후퇴해. 국제문제 중요 변수”

- 국회가 통과시킨 ‘택시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여론은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데요, 택시법 통과만큼은 국회가 잘못 판단한 것 아닌지요?

▲ 택시법의 해법은 ‘국민여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옳은 선택’이라는 국민 여론이 60%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거부권 행사를 ‘국회를 무시했다’라고 비난하는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은 국민 편의를 위해 택시법이 마련되었던 것 아닙니까? 먼저 정부가 준비 중인 택시발전지원특별법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택시법은 국민 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는지, 택시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합당한 것인지가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택시 운전은 대표적인 3D업종이 된지 오래입니다. 정부가 해법을 내놓지 못해서 국회가 대안을 내놓은 단계인 것입니다.

- ‘택시법’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 택시 관련 두 가지 정책 중 하나는 택시종사자들에게 지급되는 부가세 경감비율이 당초 50%로 되어 있던 것을 90%로 확대시켜 직접적인 처우개선에 쓰이도록 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택시감차 보상비를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95년 이후 택시 승객수는 23% 감소하고, 택시 대수는 24%나 증가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택시수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다가 올해 겨우 5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저는 택시회사의 부가세 감면 분을 법인이 아닌 국세청이 택시기사들에게 직접 주는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011년(18대), 2012년(19대) 연속해서 발의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제때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비대위 체제의 민주당에 대한 진단과 전망은.

▲ 민주통합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반성하고 혁신하면서 당을 정비해 민생의 대변자로 다시 나서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민주당만의 위기가 아니라 건강한 국가 운영의 한 축이 위기인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비대위 활동의 핵심은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단의 문제이지요. 민주당은 선거에 질 때마다 혁신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혁신하지 못했습니다. 논쟁은 치열하게 하되 빨리 끝내야 한다고 봅니다.

- 대전 삼성초등학교 어린이회장, 대전중학교 학생회 부회장, 대전고등학교 학생회장까지 타고난 리더십으로 지도자의 면모가 다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 초등학교 시절 꿈이 대통령이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학생회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꿈을 대통령으로 두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누가 저에게 능력이 없다면 수용하겠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미래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 중앙일보에서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이력을 가지고 계시는데, 기자생활 당시 특별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 중앙일보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홍콩특파원과 경제부국장까지 지냈습니다. 홍콩특파원 시절인 89년 중국의 민주화운동인 ‘천안문사태’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 특파원들이 북경을 떠날 때 저는 반대로 북경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죽음과 마주하는 긴박한 시간을 보냈고 ‘조자양(趙紫陽,짜오쯔양) 총서기 체포 구금’이라는 세계적 특종을 해 ‘한국기자상’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언론인 출신으로 어떠한 장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 제 생활신조는 최선을 다하는 것과 책임감을 갖는 것입니다. 지금도 대형트럭이 지나가는 진동이 있으면 당시 천안문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군중을 짓밟던 탱크의 진동이 트라우마처럼 다가오지만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당시 저의 선택에 지금도 감사하며 삽니다. 언론인은 역사의 기록자이고, 정치인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 정치인으로서 민심을 잘 읽어야 하는데 민심의 변화를 최전선에서 항상 느꼈던 직업인 언론인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51.6%와 48%로 양분된 국민 통합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

“이동흡 · 김용준 지명인사 기대했던 것과 거리 있어 아쉽다”

- 충청지역에서 당적 변화 없이 내리 4선을 하셨습니다. 이 같은 이력의 배경과 특별한 철학이 있으신지요?

▲ 지역구인 대전 시민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한결같다’는 말씀입니다. 4년 전 국회의원 선거(18대)와 작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의 구호도 ‘한결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공직자의 길은 참으로 고된 길입니다. 국회의원은 희생과 봉사의 직책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회부의장으로서 국민의 평가는 언제나 준엄하며 모든 언행은 역사에 기록된다는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항상 ‘공직자는 어항 속의 물고기’라는 생각으로 공직을 수행하고 있지요.


- 국회부의장직 도전 당시 경쟁자들보다 선수(選數), 지역구 의원수 등에서 불리하셨는데도 부의장직을 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항상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합리적이고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이 당내 경선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원칙을 중시하고 품격 있는 국회를 지향했던 것도 주요한 요인일 수 있습니다.

- 현 정부와 차기 정부에서 국회의 중요한 역할은 각각 무엇이며, 국회부의장으로서 각오를 한 말씀 해주십시오.

▲ 국회는 새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지원할 것은 확실히 지원하고, 견제할 것은 분명히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원칙 있는 야당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당이 행정부 거수기 역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정치의 중심이 국회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부의장으로서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 새 정치 구현을 위해 노력 하겠습니다. 신뢰받고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전망을 하신다면.

▲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 정부의 과제는 공약실천의 우선순위를 잘 결정하는 일과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개선시키는 것, 박근혜 당선인이 밝혔듯이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새 정부는 대통합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소통의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김용준 총리후보자 지명에서 보여준 인사는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있어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과 국회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또 국회를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 열심히만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세상, 설사 인생에 한 번 실패했다 하더라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세상의 그늘진 곳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고, 소외된 아픔이 치유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민 모두의 가정이 희망과 보람으로 채워지는 알찬 계사년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올해 떠오른 태양은 작년보다 훨씬 밝고 따뜻한 태양이기를 기원합니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고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박병석 국회부의장 프로필>

▲성균관대학교 법률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 수료
중앙일보 경제2부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
제16·17·18·19대 국회의원(대전 서구 갑)
열린우리당 신행정수도건설위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