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기상천외 성인용품 대공개

살살 빨아먹는 ‘설탕속옷’ 슬슬 녹여주는 ‘황금딜도’

[일요시사=사회팀] 홍대, 명동 등 서울시내 번화가에서 눈에 띄는 상점을 볼 수 있다. 바로 성인용품점. 국내에서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음지에서만 성행하는 은밀한 장소라고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에서 음란상점으로 미화된 성인용품점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자 팬시 성인용품점이 들어서는 한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생 성인용품점이 하나둘씩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색 성인용품점을 집중 취재했다.

선진국가인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비교적 많은 성인용품점들이 건물 1층에 버젓이 들어서 있다. 반면 성문화에 개방돼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외진 골목이나 오래된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고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국내의 성의식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만족도나 위생 상태를 위해 콘돔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예전보다 많이 제작·판매 되고 있고 쇼핑몰도 배로 많아졌다.

성인용품도
이제 팬시화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성인용품점이 있었다. 홍대와 명동 등 번화가에 위치한 ‘콘도000’. 상점에 들어서기 전 콘돔을 연상케 하거나 남성의 성기모양을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로 미화해 입구유리를 대문짝만하게 가득 메웠다. 이곳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성인용품점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에 쉽게 현혹되는 여성고객을 노린 듯 팬시성인용품점으로 둔갑시켜 거부감을 덜게 했다. 이 때문인지 기자가 직접 방문했던 때가 꽤 이른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여대생들이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 다양한 종류로 구비돼있는 것은 단연 콘돔이었다. 작은 우유 곽 모형 속에 딸기, 포도, 레몬, 메론 등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미니 우유 곽 콘돔,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별·모양별 콘돔에 막대를 붙여 모르는 사람은 막대사탕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롤리팝(막대사탕) 콘돔이 전시돼 있었다. 아래 칸에는 성인용 머그컵과 야릇한 사진포장의 설탕속옷, 페로몬 향수 등이 나열돼 있었다.

롤리팝·우유곽 모양 각양각색 콘돔
24시간 몰…자위기구 심야배달 가능

성인용 머그컵은 물을 부으면 옷이 녹아 속살이 다 보이는 구조였다. 여성의 빨간 입술이 클로즈업된 상자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속옷’이라는 명목인 설탕으로 제작된 속옷이 담겨 있었고, 바로 옆 칸에도 알알이 묶인 사탕브라·팬티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이 외에도 립스틱 모양의 콘돔, 겉이 도금돼있는 황금 콘돔 등이 약 3000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었다.

맨 아래 칸에는 남성 성기모양을 쿠션화한 ‘페니스공’과 집 천장에 걸어둘 수 있는 커다란 페니스 풍선이 진열됐다. 종류별 콘돔을 포장해 놓은 콘돔포장세트도 1만원 대에 판매 중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벽에는 기능성이거나 브랜드가 있는 콘돔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는데, 그중 ‘사정지연콘돔’과 ‘원터치 콘돔’이 눈에 띄었다. 사정지연콘돔은 콘돔 끝에 국소마취제가 묻어있어 관계 시 사정시간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본 남성들은 “확실히 사정이 지연되는 효과는 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긴 했지만 성기를 마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성감이 떨어져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은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원터치 콘돔은 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으로, 한손으로 테이프만 당기면 바로 성기에 씌울 수 있어 편리함을 부각시켰고 사정 부분에 공기가 빠져 있어 일일이 공기를 빼야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더불어 재질이 질겨 손톱 등에도 잘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원터치 콘돔은 사용한 사례자는 “정말 편리하다. 품질도 나름 괜찮다.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야겠다. 특히 와이프가 만족스러워 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르가즘 볼펜
패니스 줄자

중간 진열단상에는 몸에 바르는 초콜릿 유리병과 여성 가슴모양의 저금통, 다양한 입욕제와 러브젤이 진열됐는데, 희귀했던 상품은 ‘버진 어게인’이었다. 버진 어게인은 여성용 크림으로, 질이 수축돼 질압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돼있었다. 남성과 여성 둘 다 첫경험의 짜릿한 경험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를 사용한 주부 이모씨는 “좀 부끄럽지만 남편이 엄청 좋아하더라. 요즘 고민이 많았는데 단 한 번에 해결됐다. 다만 가격대비 양이 좀 적은 것이 단점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버진 어게인은 6만원 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예찬덕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성관계를 혹은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위한 성인용품도 있었던 반면 단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도 있었다. 오르가슴 볼펜과 패니스 줄자, 체위카드가 그것이다. 오르가슴 볼펜은 펜을 꾹 눌러쓰면 펜 위쪽 부분에서 여성 신음소리가 들리는 팬시제품이고, 페니스 줄자는 남성 성기 길이를 재는 용도의 줄자였다.

체위카드는 남녀가 원카드 게임방법으로 카드게임을 하다가 마지막에 남는 카드의 그림대로 체위를 시도해보는 재미용도의 팬시카드다. 이 외에도 말랑말랑한 고무소재의 여성가슴 볼, 여성 엉덩이 모형의 안티 스트레스 볼 등이 아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클럽파티나 기념일에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용도의 큼지막한 콘돔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깨부터 발끝까지 망사로 된 야시시한 여성용 속옷과 간호사, 경찰 등 코스프레 속옷, 은수갑과 가죽수갑 등을 판매해 더욱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적나라한 홍보에 나섰다.

            

뒷골목 성인용품점 번화가에 떡하니 자리
팬시점·레스토랑형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친구와 같이 매장을 방문한 여대생 김모(22)씨는 “내부 인테리어나 상품들이 예뻐서 처음에는 팬시점인줄 착각했다. 알고 봤더니 성인용품점이었다. 친구랑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민망할 뻔 했다”며 “성인용품도 팬시용품처럼 디자인이나 색깔에 초점을 맞추니 접하기 쉽고 거부감이 덜해서 좋다. 콘돔 종류도 많고 기호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남자친구랑 한 번 더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팬시용품으로 착각이 들 만큼 앙증맞고 귀여웠던 성인용품점도 있었지만, 기존의 성인용품점처럼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 아래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강남의 모 성인용품점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성인용품점이라고 명시돼있지 않으면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무문, 아기자기한 문패까지 여성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바로 옆에는 성인PC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아저씨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성인용품점은 앞서 방문했던 팬시성인용품점과는 달리 온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진열된 여성·남성용 자위기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실제 신체구조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남성 페니스와 여설 질 입구, 엉덩이, 가슴 등이 나열됐다. 주로 40∼50대 남성은 고무로 제작된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을 구매한 후 실제로 자위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성인용품점 주인은 “페니스 크기가 작은 남성들은 고무로 만들어진 페니스를 끼우고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돌기가 나와 있는 콘돔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휴대폰 고리용
애널용품도

남성들을 위한 자위기구는 수없이 많았다. 대부분 가슴과 질, 엉덩이였지만 실제 사람의 살과 비슷한 촉감을 자랑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여성의 질 모형에 남성의 성기를 삽입하면 신음소리가 덤으로 나는 상품도 진열됐다. 아이스 컵으로 된 여성 질 상품도 있었는데, 뚜껑을 열면 남성의 성기를 컵 속에 넣어 자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구강섹스를 위한 상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남성용 자위기구는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실사화한 고무모형이었다. 고무 안에 구멍이 뚫려 언제든지 남성의 성기가 고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됨은 물론 신음소리나 오럴기능까지 추가됐다.

반면 여성의 자위기구는 달랐다. ‘바이브레이터’라고 해서 진동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모형과 길이가 남성의 성기와 같았다.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의 것보다 배는 많았다. 주인에 따르면 여성 고객들이 성인용품점을 더 많이,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고, 간혹 20대 여성들도 친구나 남자친구랑 같이 방문해 자위기구나 애널용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특히 단골손님은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새로 나온 것 없냐며 구경하다 하나씩 구매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여성용 자위기구의 사용법과 종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낮에도 여대생 북적
성의식 과거보다 개선

여성용 자위기구는 진동의 강도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졌는데, 진동의 강도가 셀수록 여성들이 만족감을 최고로 느낀다고 한다. 크기도 아주 얇고 작은 것부터 굵고 긴 것까지 다양했다. 일본에서 수입해왔다는 진동과 회전, 구슬기능을 합쳐놓은 자위기구는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인기상품인 진동세기 60에 달하는 자위기구는 20∼30대 주부나 싱글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약간 나이가 있는 여성은 일반적인 자위기구보단 금으로 도금된 황금자위기구를 선호한다고도 한다. 일반 바이브레이터 옆에 실제 남성의 성기와 똑같이 생긴 고무 페니스도 있었는데, 아래 부분에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갈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서 사용하는 용도인 듯 보였다.

여성의 항문을 자극하는 ‘애널용품’도 다양했다. 애널용품은 대부분 얇고 길었다. 진동이 가미된 제품도 있는 반면 긴 장난감 같은 단순한 모양도 있었다. 그중 휴대폰 고리와 라이터가 눈에 띄었는데, 성인용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성인용품인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은 제품이었다. 라이터 모형은 옆 부분에 버튼만 누르면 길고 얇은 진동기가 나오는 구조였고, 휴대폰 고리는 끝부분은 둥글지만 작은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 되는 작은 장난감 모형이었다. 물론 휴대폰 고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수십 가지 종류의 러브젤과 콘돔, 입욕제, 자위기구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전 매장처럼 여성용 섹시속옷과 가터벨트, 스타킹, 수갑, 바니(토끼) 코스프레 의상이 왼쪽 벽 구석에 걸려 있었다. 여성용 상품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남성보다는 여성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주인은 “과거에는 남성고객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 여성의 성의식이 개방되면서 기호에 맞는 자위기구를 사용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성인용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들이 성인용품을 통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성범죄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성인용품 중독은
성생활에 악영향

성인용품점은 온라인에서 더 인기다. 대부분의 온라인 성인용품몰은 24시간 대기상태로 심야시간 대에도 언제든지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오프라인 성인용품점 방문을 꺼려하는 남녀고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다. 실제로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남녀 중 80% 이상이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기구에 중독되면 실제 남녀 간 성관계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 섹스칼럼니스트는 “관계 상대가 있음에도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자위기구를 통해 더 짜릿함을 느낀다면 이 또한 존재가치에 대한 상실감에 빠뜨리게 한다”며 “한번 성인용품에 빠지게 되면 그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때에 가끔 이용하는 것이 성생활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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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