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기상천외 성인용품 대공개

살살 빨아먹는 ‘설탕속옷’ 슬슬 녹여주는 ‘황금딜도’

[일요시사=사회팀] 홍대, 명동 등 서울시내 번화가에서 눈에 띄는 상점을 볼 수 있다. 바로 성인용품점. 국내에서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음지에서만 성행하는 은밀한 장소라고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에서 음란상점으로 미화된 성인용품점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자 팬시 성인용품점이 들어서는 한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생 성인용품점이 하나둘씩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색 성인용품점을 집중 취재했다.

선진국가인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비교적 많은 성인용품점들이 건물 1층에 버젓이 들어서 있다. 반면 성문화에 개방돼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외진 골목이나 오래된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고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국내의 성의식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만족도나 위생 상태를 위해 콘돔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예전보다 많이 제작·판매 되고 있고 쇼핑몰도 배로 많아졌다.

성인용품도
이제 팬시화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성인용품점이 있었다. 홍대와 명동 등 번화가에 위치한 ‘콘도000’. 상점에 들어서기 전 콘돔을 연상케 하거나 남성의 성기모양을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로 미화해 입구유리를 대문짝만하게 가득 메웠다. 이곳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성인용품점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에 쉽게 현혹되는 여성고객을 노린 듯 팬시성인용품점으로 둔갑시켜 거부감을 덜게 했다. 이 때문인지 기자가 직접 방문했던 때가 꽤 이른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여대생들이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 다양한 종류로 구비돼있는 것은 단연 콘돔이었다. 작은 우유 곽 모형 속에 딸기, 포도, 레몬, 메론 등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미니 우유 곽 콘돔,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별·모양별 콘돔에 막대를 붙여 모르는 사람은 막대사탕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롤리팝(막대사탕) 콘돔이 전시돼 있었다. 아래 칸에는 성인용 머그컵과 야릇한 사진포장의 설탕속옷, 페로몬 향수 등이 나열돼 있었다.

롤리팝·우유곽 모양 각양각색 콘돔
24시간 몰…자위기구 심야배달 가능


성인용 머그컵은 물을 부으면 옷이 녹아 속살이 다 보이는 구조였다. 여성의 빨간 입술이 클로즈업된 상자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속옷’이라는 명목인 설탕으로 제작된 속옷이 담겨 있었고, 바로 옆 칸에도 알알이 묶인 사탕브라·팬티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이 외에도 립스틱 모양의 콘돔, 겉이 도금돼있는 황금 콘돔 등이 약 3000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었다.

맨 아래 칸에는 남성 성기모양을 쿠션화한 ‘페니스공’과 집 천장에 걸어둘 수 있는 커다란 페니스 풍선이 진열됐다. 종류별 콘돔을 포장해 놓은 콘돔포장세트도 1만원 대에 판매 중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벽에는 기능성이거나 브랜드가 있는 콘돔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는데, 그중 ‘사정지연콘돔’과 ‘원터치 콘돔’이 눈에 띄었다. 사정지연콘돔은 콘돔 끝에 국소마취제가 묻어있어 관계 시 사정시간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본 남성들은 “확실히 사정이 지연되는 효과는 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긴 했지만 성기를 마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성감이 떨어져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은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원터치 콘돔은 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으로, 한손으로 테이프만 당기면 바로 성기에 씌울 수 있어 편리함을 부각시켰고 사정 부분에 공기가 빠져 있어 일일이 공기를 빼야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더불어 재질이 질겨 손톱 등에도 잘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원터치 콘돔은 사용한 사례자는 “정말 편리하다. 품질도 나름 괜찮다.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야겠다. 특히 와이프가 만족스러워 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르가즘 볼펜
패니스 줄자

중간 진열단상에는 몸에 바르는 초콜릿 유리병과 여성 가슴모양의 저금통, 다양한 입욕제와 러브젤이 진열됐는데, 희귀했던 상품은 ‘버진 어게인’이었다. 버진 어게인은 여성용 크림으로, 질이 수축돼 질압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돼있었다. 남성과 여성 둘 다 첫경험의 짜릿한 경험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를 사용한 주부 이모씨는 “좀 부끄럽지만 남편이 엄청 좋아하더라. 요즘 고민이 많았는데 단 한 번에 해결됐다. 다만 가격대비 양이 좀 적은 것이 단점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버진 어게인은 6만원 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예찬덕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성관계를 혹은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위한 성인용품도 있었던 반면 단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도 있었다. 오르가슴 볼펜과 패니스 줄자, 체위카드가 그것이다. 오르가슴 볼펜은 펜을 꾹 눌러쓰면 펜 위쪽 부분에서 여성 신음소리가 들리는 팬시제품이고, 페니스 줄자는 남성 성기 길이를 재는 용도의 줄자였다.


체위카드는 남녀가 원카드 게임방법으로 카드게임을 하다가 마지막에 남는 카드의 그림대로 체위를 시도해보는 재미용도의 팬시카드다. 이 외에도 말랑말랑한 고무소재의 여성가슴 볼, 여성 엉덩이 모형의 안티 스트레스 볼 등이 아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클럽파티나 기념일에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용도의 큼지막한 콘돔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깨부터 발끝까지 망사로 된 야시시한 여성용 속옷과 간호사, 경찰 등 코스프레 속옷, 은수갑과 가죽수갑 등을 판매해 더욱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적나라한 홍보에 나섰다.

            

뒷골목 성인용품점 번화가에 떡하니 자리
팬시점·레스토랑형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친구와 같이 매장을 방문한 여대생 김모(22)씨는 “내부 인테리어나 상품들이 예뻐서 처음에는 팬시점인줄 착각했다. 알고 봤더니 성인용품점이었다. 친구랑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민망할 뻔 했다”며 “성인용품도 팬시용품처럼 디자인이나 색깔에 초점을 맞추니 접하기 쉽고 거부감이 덜해서 좋다. 콘돔 종류도 많고 기호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남자친구랑 한 번 더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팬시용품으로 착각이 들 만큼 앙증맞고 귀여웠던 성인용품점도 있었지만, 기존의 성인용품점처럼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 아래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강남의 모 성인용품점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성인용품점이라고 명시돼있지 않으면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무문, 아기자기한 문패까지 여성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바로 옆에는 성인PC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아저씨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성인용품점은 앞서 방문했던 팬시성인용품점과는 달리 온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진열된 여성·남성용 자위기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실제 신체구조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남성 페니스와 여설 질 입구, 엉덩이, 가슴 등이 나열됐다. 주로 40∼50대 남성은 고무로 제작된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을 구매한 후 실제로 자위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성인용품점 주인은 “페니스 크기가 작은 남성들은 고무로 만들어진 페니스를 끼우고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돌기가 나와 있는 콘돔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휴대폰 고리용
애널용품도

남성들을 위한 자위기구는 수없이 많았다. 대부분 가슴과 질, 엉덩이였지만 실제 사람의 살과 비슷한 촉감을 자랑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여성의 질 모형에 남성의 성기를 삽입하면 신음소리가 덤으로 나는 상품도 진열됐다. 아이스 컵으로 된 여성 질 상품도 있었는데, 뚜껑을 열면 남성의 성기를 컵 속에 넣어 자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구강섹스를 위한 상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남성용 자위기구는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실사화한 고무모형이었다. 고무 안에 구멍이 뚫려 언제든지 남성의 성기가 고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됨은 물론 신음소리나 오럴기능까지 추가됐다.

반면 여성의 자위기구는 달랐다. ‘바이브레이터’라고 해서 진동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모형과 길이가 남성의 성기와 같았다.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의 것보다 배는 많았다. 주인에 따르면 여성 고객들이 성인용품점을 더 많이,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고, 간혹 20대 여성들도 친구나 남자친구랑 같이 방문해 자위기구나 애널용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특히 단골손님은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새로 나온 것 없냐며 구경하다 하나씩 구매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여성용 자위기구의 사용법과 종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낮에도 여대생 북적
성의식 과거보다 개선

여성용 자위기구는 진동의 강도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졌는데, 진동의 강도가 셀수록 여성들이 만족감을 최고로 느낀다고 한다. 크기도 아주 얇고 작은 것부터 굵고 긴 것까지 다양했다. 일본에서 수입해왔다는 진동과 회전, 구슬기능을 합쳐놓은 자위기구는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인기상품인 진동세기 60에 달하는 자위기구는 20∼30대 주부나 싱글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약간 나이가 있는 여성은 일반적인 자위기구보단 금으로 도금된 황금자위기구를 선호한다고도 한다. 일반 바이브레이터 옆에 실제 남성의 성기와 똑같이 생긴 고무 페니스도 있었는데, 아래 부분에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갈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서 사용하는 용도인 듯 보였다.


여성의 항문을 자극하는 ‘애널용품’도 다양했다. 애널용품은 대부분 얇고 길었다. 진동이 가미된 제품도 있는 반면 긴 장난감 같은 단순한 모양도 있었다. 그중 휴대폰 고리와 라이터가 눈에 띄었는데, 성인용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성인용품인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은 제품이었다. 라이터 모형은 옆 부분에 버튼만 누르면 길고 얇은 진동기가 나오는 구조였고, 휴대폰 고리는 끝부분은 둥글지만 작은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 되는 작은 장난감 모형이었다. 물론 휴대폰 고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수십 가지 종류의 러브젤과 콘돔, 입욕제, 자위기구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전 매장처럼 여성용 섹시속옷과 가터벨트, 스타킹, 수갑, 바니(토끼) 코스프레 의상이 왼쪽 벽 구석에 걸려 있었다. 여성용 상품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남성보다는 여성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주인은 “과거에는 남성고객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 여성의 성의식이 개방되면서 기호에 맞는 자위기구를 사용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성인용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들이 성인용품을 통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성범죄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성인용품 중독은
성생활에 악영향

성인용품점은 온라인에서 더 인기다. 대부분의 온라인 성인용품몰은 24시간 대기상태로 심야시간 대에도 언제든지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오프라인 성인용품점 방문을 꺼려하는 남녀고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다. 실제로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남녀 중 80% 이상이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기구에 중독되면 실제 남녀 간 성관계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 섹스칼럼니스트는 “관계 상대가 있음에도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자위기구를 통해 더 짜릿함을 느낀다면 이 또한 존재가치에 대한 상실감에 빠뜨리게 한다”며 “한번 성인용품에 빠지게 되면 그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때에 가끔 이용하는 것이 성생활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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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