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삼성 vs LG '40년 전쟁' 히스토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21 1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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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서 노는 두 공룡…안방선 아옹다옹

[일요시사=경제1팀] 싸웠고, 싸우고 있고, 싸울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는 '별들의 전쟁'이 끝날 줄을 모른다. 두 업체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각 분야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두 회사의 창업주가 '죽마고우'라고 불렸을 정도로 한 때는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을까.


"(1968년 봄 안양 골프장) 야외 테이블에서 아버지(이병철 회장)와 구(인회) 회장님, 내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전자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구 사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 산업을 하려고 하네.' (중략) 구 회장이 벌컥 화를 내면서 '남으니까 하려고 하지'라고 느닷없이 쏘아붙였다. 즉, 이익이 보이니까 사돈이 하는 사업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중략) 아버지는 구 회장이 화를 내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민망해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일로 두 분 사이는 아주 멀어졌다."


삼성 전자산업 진출
멀어진 사돈 지간

이병철 전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회고록 중 일부다. 이병철 창업주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에서 책상을 맞대고 공부하던 죽마고우였다. 또 동양방송(현 KBS2TV)도 공동으로 설립했고 이 창업주의 차녀 숙희씨와 구 창업주의 삼남 자학씨가 결혼해 사돈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1968년 삼성이 일본 산요와의 합작을 통해 삼성전자 설립을 준비하면서 양측은 급격히 틀어지게 됐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은 금성사(현 LG전자)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58년 금성사를 세우고 창립 1년 만에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만들어 박정희 정부의 도움(농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통해 국내 가전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LG로서는 삼성의 도전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1969년 삼성이 일본 산요와 합작투자 계약을 맺고 전자사업 인가 신청을 내자 LG전자는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과당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물량 전부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을 허가했다. '40년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전쟁 초기 이 둘이 처음 맞붙었던 품목은 TV였다. 1963년 LG전자는 TV 생산계획을 추진,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기술연수팀을 파견했다. 3년 만에 최초 국산 TV인 진공관식 19인치 'VD-191'을 선보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격이 쌀 27가마에 해당할 정도로 사치품이었지만 공개추첨으로 물량을 배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보다 7년 늦은 1973년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진공관식 흑백 TV를 개발한 데 이어 1974년에는 트랜지스터식 흑백 TV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5년 8월에는 '이코노TV'를 선보였다. 당시 TV는 전원을 킨 뒤 브라운관 예열 과정을 거쳐야 해 화면이 나오는데 20초 이상이 걸렸다. 그런데 이코노TV는 이를 5초 내로 단축했다. 전력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선발업체들을 제치고 국내 TV시장 1위로 올라섰다.

1980년 8월 컬러 TV 판매가 시작되면서 신규시장을 둘러싸고 혈전이 펼쳐졌다. 1974년부터 컬러 TV 개발에 나선 LG전자는 1977년 8월 19인치 컬러 TV를 생산하고 1979년 경북 구미에 컬러 브라운관 공장을 건설했다.

'누구 냉장고가 더 클까?' 초딩도 안하는 싸움
단순 비교광고 100억대 법정 소송으로 확대

삼성전자는 1981년 절전형 프리볼트 TV인 '이코노빅'을 내놓으면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삼성전자의 절전형 TV는 당시 전력난에 시달리던 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며 삼성전자는 국내 컬러 TV시장 1위에 오르게 된다.

TV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앞지르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것은 반도체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반도체에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1983년 삼성전자는 당시 미국과 일본만 보유하고 있던 64KD램 개발에 성공, 1984년 256KD램을 개발해 반도체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1992년에는 D램 반도체 세계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LG전자도 1979년 대한전선의 대한반도체를 사들여 금성반도체를 출범, 금성일렉트론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0년 1메가D램, 1991년 4메가D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비등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1997년 말 IMF 당시 국내 재계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빅딜정책으로 LG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뺏기게 된다. 당시 구 회장은 금성일렉트론의 빅딜 대상 선정을 막기 위해 청와대에 LG전자의 반도체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결국 반도체를 하지 못하자 "모든 것을 다 버렸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 부분은 바로 휴대폰 단말 사업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모토로라가 장악했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낸 건을 삼성전자였다. 1994년 "산악이 많은 국내지형에 맞는 휴대폰을 내놓겠다"며 '애니콜'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 것. 이에 질세라 LG전자 역시 "고층빌딩이 많은 도시지형에 맞는 휴대폰을 내 놓겠다"며 '화통'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화통'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7년 LG전자는 '귀족의 자손'이라는 의미의 '싸이언'을 브랜드로 내놓았고 애니콜과 양대산맥을 이뤘다. 당시 휴대폰 전쟁은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린 ‘텐밀리언 셀러폰’을 3개(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를 보유하고 있고 LG전자는 초콜릿폰이 텐밀리언 셀러폰이다.


반도체로 삼성 웃고
반도체로 LG 울고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새로운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글로벌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도 두 업체가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LG전자는 2001년 가장 얇은 7.8cm 40인치 PDP를, 2003년 11월에는 76인치 PDP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8월 40인치, 2002년 10월 46인치, 12월 54인치를 개발했고 2003년 11월 57인치 TV용 HD급 TFT-LCD 개발에 성공했다.

양사의 슬림 경쟁은 발광다이오드(LED) TV가 출시되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전자는 2009년 3월 LED TV 40·46·55인치 시리즈를 전 세계 동시 출시했다. 당시 삼성 LED TV 시장 점유율은 80%를 상회했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컬러 디캔딩' 기술을 적용, 화질을 강조한 42·47·55인치 제품을 선보였다.

소송·맞소송·특허전
법정 대전 개막

지난 2011년에는 3D TV 기술을 둘러싸고 자사의 방식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면서 비방 광고에 이어 원색적인 욕설까지 오가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양사의 싸움은 단순 라이벌 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양사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져 이젠 법정 대결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4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TV 관련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를 경찰에 고발하면서다. 이후 두 회사는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다 결국 법정으로 갔고 작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OLED 기술유출 관련 기록 21종과 세부 기술 18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총 5번의 소송을 주고 받았다.

이후 소송대상은 LCD기술로 확대됐고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완제품에 대한 판매금지신청은 특허공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소장에서 "삼성이 갤럭시노트10.1에 채택한 PLS(Plane to Line Switching) LCD 기술은 IPS 기술의 아류에 불과하다"며 "특허침해에 대한 악의성과 침해 규모, 정도 등에 비춰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시 1일에 최소 1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치고 나가면 LG 바로 따라 붙어
TV·냉장고·휴대폰 "한치 양보 없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삼성이 보유한 PLS라는 고유의 기술을 LG디스플레이가 'AH-IPS'라는 이름으로 LG 중소형 LCD 패널에 임의적으로 적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는 '누구 집 냉장고가 더 큰가'로 '초딩싸움'을 연상시키는 유치찬란한 촌극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22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삼성전자의 지펠 857리터 냉장고와 LG전자의 디오스 870리터 냉장고의 실제 용량을 직접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냉장고를 눕힌 후 서랍 및 격벽을 제거하고 물을 부었더니 13리터 더 작은 삼성전자의 냉장고에 오히려 더 많은 물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

LG전자는 삼성전자에 '해당광고 즉각 중지, 사과 의사 표시 및 관련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라는 광고를 추가 제시했다. 이번엔 900리터 냉장고 지펠 T9000과 910리터 냉장고 디오스 V9100이 타깃이었다. 물, 캔커피, 참치캔으로 용량을 측정했더니 삼성전자 냉장고에 물 8.3리터, 캔커피 68개, 참치캔 90개를 더 넣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LG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LG전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에게 해당 동영상 게재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LG전자의 삼성전자에 대한 대응은 이어졌다. 지난 14일 100억원대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

냉장고 용량은 늘리고
경쟁사 이미지는 깎고

LG전자는 소장에서 "삼성전자의 유튜브 광고로 기업 브랜드 가치가 최소 1% 이상 훼손됐고 허위광고에 대한 반박광고비로 5억1000만원이 드는 등 손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 100억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간 대응을 자제하던 삼성도 이날 소송을 계기로 "LG전자가 소송 제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당사의 기업이미지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가처분 결정 불복 절차를 진행하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삼성-LG CES대전>

"2015년 내가 1등"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싸움은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 사장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윤 사장과 조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란히 간담회를 갖고 올해의 시장 동향과 전략을 밝혔다.

조 사장은 "세탁기 1등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기술을 전면 확대해 2015년 생활가전 1위에 오르겠다" 밝혔다.

지난해 말 LG그룹 첫 고졸 출신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은 35년간 세탁기 개발에 매진해 온 전문가다. 조 사장은 "고객의 요구를 끊임 없이 반영해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세탁기 사업을 통해 1등 DNA를 새겼다"며 "이 과정에서의 경험을 냉장고, 오븐, 청소기 등으로 전파해 세계 1위 목표를 실현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마켓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도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로 창조적 혁신을 주도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냉장고 세계 1등 목표도 무난하게 달성했다"며 "작년 말 홈데포와 제휴하면서 미국 4대 가전 유통업체 무대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프리미엄 가전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전 사업은 선진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신흥시장에서 성장해 전체 2% 내외로 성장할 것"이라며 "소비자 중심에서 혁신과 성능으로 편리성을 높인 놀랄 만한 제품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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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