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4 14: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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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최초 재선 비결은 '진심이 담긴 약속'

[일요시사=정치팀] 강원도 홍천·횡성 지역구는 역대 단 한 번도 재선 국회의원을 허락하지 않았던 격전지다. 그런데 지난 4·11 총선에서 지역 최초의 재선의원이 탄생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 입성 후 지난 5년 간 매년 우수한 의정활동으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 황 의원. 지역 주민들의 두터운 신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황영철 의원은 홍천 초·중·고교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 해 비닐하우스를 세워 선거본부를 만들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황 의원은 홍천군의원에 당선되면서 만 25세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지방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이후 황 의원의 정치인생은 탄탄대로였다. 한나라당 도당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라는 중책도 맡았다. 농촌지역이라 중앙정치에서 늘 소외되고 있다는 자격지심을 가졌었던 지역주민들에게 황 의원은 자존심이자 자랑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중앙무대에서 소외 받는 농촌을 위해 일하겠다는 황 의원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에 초대 홍천군의원이 됐다. 당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 홍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국민을 위해, 지역을 위해 일하고 싶어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지역의 일꾼을 지역민이 직접 뽑게 됐는데 당시 제 지도교수님이 '지역의 일꾼에서 중앙 정치의 일꾼'으로 커가는 첫 모델이 되어보라고 권유하셨다. 교수님의 고견을 마음속 깊이 새겨 고향인 홍천으로 내려와 공터에 비닐하우스를 세워 선거본부를 만들고 지방선거에 출마, 전국 최연소인 만 25세 나이로 군의원에 당선됐다.


- 홍천군·횡성군은 당초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불려졌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무소속과 민주통합당 소속 군수가 당선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강원도는 지난 4·11 총선 전까지 야권성향이 두드러졌던 지역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야권 출신 지사가 잇따라 배출되었고, 총선이 시작할 당시에 9명의 지역 국회의원 중 당시 한나라당은 1석 정도로 매우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런 몇 해동안의 강원도 정세에 대한 교감이 우리 지역에도 있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그렇다면 야권 성향의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 지난 4·11총선 당시 선거가 시작되고도 우리 당이 위기에 있어 당 대변인으로 중앙에서 주로 활동했다. 지역구 특성상 주민들과 지속적인 스킨십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초반에는 상당히 열세였다. 하지만 더 큰 일꾼으로 지역발전을 이끌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끌어 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을 잘 알기 때문에 각오를 새롭게 하고 선거에 임했던 결과 좋은 결과가 있었다. 또한 선거 기간 중 박근혜 당시 선대위원장이 2차례나 방문해 힘을 실어 주었던 점도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는데 큰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선거 내내 무리한 공약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약속을 내세우며 TV 토론회 등을 통해 일관되게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간 것이 결국 통했다고 생각한다.

- 올해에도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정치입문 후 지난 5년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우수의원으로 선정돼 '국감의 사나이'로도 불린다. 그 비결은?
▲ 그동안 저는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지는 않았는지, 정책의 방향과 추진 과정상의 문제는 없는지,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하는 국정감사를 치렀다고 자부한다. 아울러 농업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혜택이 농업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돌아가 실질적으로 농민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항들에 대해 지적했으며, 사회적 약자로 국가 정책에서 늘 소외받았으며, 일부분 희생을 강요받았던 농업인을 위한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생각으로 국정감사에 임했다. 짧은 국정감사 기간과 한정된 인력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정쟁에 치우치지 않고 폭로성·음해성 국감을 피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대통령 특사 나간 해를 제외하고 매년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 올해는 새 정부가 시작하는 첫 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법안들, 이를테면 국민대통합을 위한 '부마항쟁특별법'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법안(일명 유신피해보상법)' 등을 여야 합의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로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취득세 감면 법안을 통해 주거 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 개인적으로 구상 중인 법률안은 무엇인가?
▲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법안으로 새해 첫날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있다. 이 법안을 통해 친환경 우리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외국 농산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교 식당 역시 이 법의 적용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학생에 대한 건강 역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 선거본부에서 시작한 정치 '탄탄대로'
국감의 사나이 "농촌 대변하기 위해 최선 다했을 뿐"

- 그동안 농림식품수산위를 고집하다 행안위로 상임위를 옮겼다. 임기 중 맞교대라는 유례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지역구가 농촌이기 때문에 농림위를 고집한다던 평소 주장과도 상반된다.
▲ 재선이 되고 상임위를 결정해야하는 시기가 왔을 때 저는 주저 없이 농림위를 택했다. 주변에서 다른 상임위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농민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행안위에서 당시 쟁점 법안이 야당의 투표시간 연장문제에 막혀 표류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위 표류법안 중에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일몰법안뿐만 아니라 세종시특별법과 청주청원통합법 등 반드시 여야합의로 논의되어야 하는 법안들이 있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중에는 농민들에 대한 감면혜택이 작년으로 종료되는 법규정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에서 저에게 행안위 간사와 법안심사소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겼고,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이면서 국민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상임위를 옮겼다.


- 이번 대선 과정에서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 임명되어 투표시간 연장 개정안 상정을 무산시켰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당리당략적인 결정이 아닌가?
▲ 우리 새누리당의 입장은 지난해 9월이나 지금이나 투표시간 연장을 비롯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투표권을 보다 잘 보장하기 위한 모든 방안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이며,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투표율 제고 및 비정규직을 비롯한 투표권 행사에 불이익을 받으시는 분들을 위한 방안에는 투표시간 연장뿐만 아니라 투표소를 늘리는 방안, 투표 인센티브 제도의 시행 등 여러 방안이 있다. 이미 선거가 시작되기 1년 전부터 여야 동수로 구성된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중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부재자 통합명부제를 2013년 1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야당에서 지난해 9월, 대선이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국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선거방식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논의와 타협을 거쳐 정해야 한다.

- 지난 총선에서 금품 살포 혐의로 피소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명한다면?
▲ 서울고법은 지난 8일 조일현 민주통합당 도당위원장 등이 지난 4·11총선 당시 저를 상대로 제기했던 기부행위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한데 이어 지난 9일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법 위반 관련 고발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불복, 민주당이 제기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4·11 총선 공소시효 완료일인 지난해 10월11일 직전 민주당이 제기한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정신청은 모두 기각되었고 모두 무혐의로 확정됐다. 사실 민주당의 저를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3명에 대한 고발은 정치적인 공세를 함으로써 대통령선거에서 이익을 보기 위한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행태이며, 제 지역구인 홍천 횡성을 위해 열심히 일할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 지역구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중견기업을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인구를 유입시켜 인구 20만 도시를 만들어내겠다. 대규모 농산물 유통센터를 세우고 중견기업을 많이 유치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용문-홍천 복선철도가 홍천읍을 지나가도록 하고, 국도 6호선 선형개량사업을 기반으로 4차선 확포장 사업 추진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으로 만들어 기업들의 물류비용을 확 줄이겠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좋은 기업을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

- 그동안 가장 보람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박근혜 당선인 농정 공약사항인 '농업인 재해법'을 제정하고 발의했다. 아직 상임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데, 이번 회기 내에 꼭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 농촌진흥청의 용역 결과보고서에서 2003년 농기계·농기구 사고율은 7.8%로 산업재해율의 10배이며, 특히 농가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농기계 의존율과 농약 의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재해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한 법안이며 특히 농업이 사회적·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산업으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보호해야 할 전략산업인 측면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난해 강원의 발전을 이끌어 낼 힘 있는 일꾼을 원하시는 여러분의 기대와 희망 속에 재선 의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의정활동 속에서도 돌이켜보면 항상 기대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계사년 새해에는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꿈이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 한없이 큰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 아울러 지역주민들께서 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 재선의원으로서 더 큰 일꾼이 되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고 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황영철 의원 프로필>

▲ 강원 홍천군의회 의원

▲ 제 4,5대 강원도의회 의원

▲ 한나라당 홍천·횡성당원협의회 위원장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 한나라당 강원도당 위원장


▲ 한나라당 대변인

▲ 제 18, 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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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