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주역 릴레이 인터뷰> 김광진 의원(민주통합당·비례대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16 09: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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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 말고 진정하게 민생 논하는 국회 됐으면…”

“국회의원이 일 못하게 하는 제도, 개선 필요성 느낀다”
“32조 예산을 하루 12분 질의, 그것도 민생과 동떨어져”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로 선출된 김광진 의원은 제19대 국회 ‘막내의원’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국회 안팎에서 제대로 ‘찍혔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단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정치혁신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 김 의원에게 국회는 과연 어떤 곳일까? <일요시사>가 그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았다.

제19대 국회가 시작된 지 이제 8개월에 접어든다. 민주당은 총선에 이어 대선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 때문에 초선의원들에게 민주당은 어쩌면 매우 인색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일원으로, 정치 초보자인 이들을 살갑게 맞이할 ‘여유 있는 사수’도 없었을 것이다.

김광진 의원도 이 같은 초행길이 낯설기는 매한가지. 좌충우돌 ‘막말파문’ 등으로 톡톡히 신고식을 치른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자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째깍거리는 시한폭탄 같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얼마 전 쇄신특위의 활동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의원 전후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정치쇄신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는가?

▲ 제가 보고 겪은 것으로 말하자면, 예산안 처리과정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이 국회의원이 하는 일 중 하나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제도가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가 국회의원이 일을 제대로 못 하도록 하는가?

▲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새정부를 어떻게 꾸릴지 준비하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번에 국회의원은 4월11일에 당선됐고 법적으로 임기는 5월30일부터 시작했다. 한 달반 동안 당선자 신분인데 아무런 일을 못한다. 학습하기 위해 제공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상임위원회를 갈지도 모르고, 완전한 공백기다.

- 당과 의원 모두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인가?

▲ 제가 국방위와 여성위에 배정된 것은 근 7월에 가깝다. 원구성 협상이 늦어져서…. 한 달반 동안 원내대표도 바로 뽑을 수 있고, 상임위도 정할 수 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았다.

- 상임위 배정 전에 개인적으로 준비나 학습을 하고 있었나? 

▲ 청년의원이라 교과위 배정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관련 공부를 했다. 하지만 교과위에서 떨어졌다. 대부분 의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부할 수 없다.

- 상임위 배정이 늦어져 생기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 상임위가 배정되고 개원을 하는 시점에 장관과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첫날부터 질의한다. 장관은 몇 십년간 준비했던 사람이다. 우리는 전날 상임위가 확정돼서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이다. 운영상의 제도가 국회의원을 무능하게 만든다. 국회의원에게도 인수위 성격의 학습기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 학습할 시간을 준다고 해서 국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겠는가?

▲ (현재의 제도는)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조차 그것을 박탈하고 있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다 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에 노력하는 분들은 많지만 학습을 할 수 있는 도구는 많지 않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어리니까’라고 말씀을 시작한다. 50~60 먹고 교수하다 와도 국회의원 초선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업무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그분들은 약하다. 눈이 어두워 책도 제대로 못 보시는 분이 어떻게 그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면 9명의 보좌진이 있는데, 경력이 없는 보좌진도 있다. 이들에 대한 재교육도 필요하다.

-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법안을 마련한다는 등의 계획이 있는가?

▲ 법안 마련은 불필요하고, 아직 토론단계는 아니다. 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하도록 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 김 의원께서 말씀하신 것과 정치쇄신 해결 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연계하신다면?

▲ ‘돈값’을 하는 국회의원이 돼야한다. 국방위의 제도적인 문제를 보면, 국방위는 예산이 큰 부처 중 하나다. 32조에 가까운 예산에 대한 국방위 결산심사가 딱 하루 열린다. 물론 예산소위나 소위 몇몇 분이 계시지만…. 열 명 남짓한 의원이 하루에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7분, 추가 5분, 12분의 시간은 온전히 제시간이 아니라 장관 답변 포함이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하게 32조 예산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 답변 포함해서 12분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법은 없는가?

▲ 어떤 의원은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말을 한다. 사안은 장병이 콩나물을 먹는 것부터 몇억짜리 비행기를 사는 것까지 다양하다. 국민이 보기에 몇억짜리 비행기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능력 있어 보인다. 콩나물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한다. 결국 실제 민생의 문제는 어떤 상임위든지 이슈화되지 못한다. 대신 큰 이슈들, 다시 말해 상임위에서 부각되는 뉴스거리들은 이 사람도 말하고 저 사람도 말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기사에 나와야 하니까.

-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 결산 부분은 최소 보름 이상해서, 국회의원들이 계속 일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 일반 국민일 때는 예산안을 이렇게 짧게 처리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해봤다. 하루 만에 예산을 해치우는 것을 보고는 좀…. 열심히 하려고 해도 그게 안 되는 시스템이다.

- 예산안 처리 과정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 국방위에서 청원심사 소위원회를 할 때 제일 먼저 올라왔던 게 제주 강정해군기지 청원안이었다. 요즘 구청 게시판만 봐도 ‘구청장에 바란다’고 쓰면, 7일 안에 답변을 줘야 한다. 그런데 청원심사 개원하고 올라온 청원안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국민이 묻는 것에 대해 가든 부든 입장을 표명해줘야 하는 건데, 그 제도는 꼭 개선해야한다.

- 제도 개선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가?

▲ 지금 초선의원 몇 분들과 ‘민초넷’이라는 곳에서 계속 토론하고 회의를 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우선 지금 국방위와 여성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세대 정치인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될 것이다. 저는 청년비례대표라는 혜택을 입고 국회의원이 됐다. 굉장히 급진적인 제도였다. 여기서 잘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 인재들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우려와 부담감이 있다. 열심히 해 좋은 평가를 받아 다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김광진 의원 프로필>
▲순천대 조경학과·경영학과 졸업
▲순천대학교대학원 사학석사 수료
▲순천 YMCA재정이사
▲시민통합당 전남도당 대변인
▲순천 청소년축제위원회 총무국장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학교폭력대책특별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국방위원회 위원(현)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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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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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