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총리 하마평' 떡시루 엎은 박준영 전남지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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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인데…‘나불나불’ 입이 방정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정부 첫 호남총리로 거론되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 민심을 건드리는 발언으로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한 머리 조아리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평소 정치적으로 언행이 신중하고 세련된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던 그에게 다른 속내라도 있었던 것일까. 지금의 상황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박 지사의 정치인생을 들여다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다음 관심사는 국무총리 인선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안주인이 되는 2월 25일 전까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끝내려면 늦어도 이달 말 안에는 인선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분석을 토대로 정치권 안팎에선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유력 총리로 물망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호남 출신’ 국무총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5부 요인 강창희 국회의장(충청), 양승태 대법원장(부산·경남),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대구·경북), 김능환 선관위원장(충청) 중 호남 출신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인사 등용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박 당선인이 ‘대통합’과 ‘책임 총리제 도입’ 방침을 세워 놓은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로 박준영(67·전남 영암) 전남지사가 물망에 오른다. 민주당 소속인 박 지사는 전남에서 3선 지사 고지를 밟았다는 점에서 기용 시 지역화합과 야당 포용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DJ맨’으로 국민정부 시절 국내언론비서관,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지내 국정 경험도 풍부하다.

1946년 전남 영암의 가난한 농촌집안에서 태어난 박 지사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가 극에 달했던 유신 체제에서 기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이내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었고, 박 지사는 살육의 현장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신문제작 거부에 앞장서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됐다.

당선인 총리 인선 본격화…호남인 박 지사 거론
언론인→청와대 대변인→전남지사…‘DJ 계승자’

이후 박 지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중앙일보> 외신부기자로 복직하고 뉴욕특파원을 거쳐 <중앙일보> 편집부국장까지 지내며 언론인의 길을 계속 걸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당선되면서 그의 인생은 두 번째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그는 언론계를 떠나 대학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새 정부 출범 직전인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행을 결심했다.


그가 맡은 첫 보직은 국내언론비서관(1급)이다. 이후 그는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입’이자 국민의 정부 ‘얼굴’로 역할을 했다.

그는 잊을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으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꼽는다. 남북간 화해의 장을 연 역사적 현장에 동행했고 그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 자부심이 크다. 특히 2000년 6월 15일, 훗날 ‘6·15 선언’으로 알려진 남북간 화해 합의문을 직접 발표했던 그 긴박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국민 정부 이후
정치인으로 대변신

국민의 정부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 대변신했다. ‘윤태식 로비의혹’ 사건에 얽혀 곤욕을 치른 뒤 2002년 1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들어왔다.

그해 4월, 박태영 전남지사의 자살로 우여곡절 끝에 6·5 보선에 출마해 열린우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은 열린 우리당과의 분당과 탄핵바람으로 2004년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이었다. 후보 난을 겪던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의해 전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그는 열린 우리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4배가량 뒤졌지만 상황을 대 역전 시키며 승리를 거둬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박주선 현 국회의원과 경선 구도가 펼쳐졌지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결국 단독후보로 결정돼 비교적 수월하게 재선에 성공했고, 주승용 국회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협공에 경선 초반에는 순탄치 않을 것처럼 보였던 3선 도전에도 민주당 깃발을 확보해 성공했다.

도청 이전, J프로젝트, F1대회, 기업유치 등 8년간 전남 도정을 이끌어 오던 그는 지난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자를 자임하며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제고할 기회를 쉽게 찾지 못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직접적인 사퇴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친노 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당 내에서 대립과 갈등 국면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데 왜 그러냐’는 질문이었다”며 “지역주의와 정치공학적 접근이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민주당 내 ‘비호남 후보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 경선 출마한 이후 아직까지도 민주당과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민심 폄하 발언에
정치인생 최대 위기


이런 갈등의 골 때문인지 그는 18대 대선에서 표출된 호남 민심에 대해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광주 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대선 후 호남 고립이 우려된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시도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무거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이면 전국하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대통령처럼 이 지역 출신으로 오랫동안 지지를 해 준 값어치 있는 분이라면 호남인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했어도 그럴만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서 몰표를 몰아준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 측면에서 좋은 투표행태는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친노세력에 대해 “참여정부는 실패했다.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들은 동정은 했지만 지지는 아니었다. 그것을 착각해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한 뒤, “지난 대선에는 참여정부에 종사한 사람들이 출마 안했으면 했는데 거슬러 올라갔다.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충동적 표심’ 발언에 호남 발칵
친노세력과 고질적 갈등 빚기도

민주당 패인에 대해서도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던 행태가 불안했으며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표를 안줬다. 국민들의 깊은 마음을 읽지 못했고 자성이 없었다”면서 “민주당은 좀 무거운 당이 돼야 한다.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힐난했다.


반면 그는 DJ 가신인 한광옥·한화갑 전 의원의 박근혜 지지에 대해선 “평소 존경했던 분들로 그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면서 “민주당내에서 그분들의 역할이 없고, (민주당) 패권주의 때문에 그분들이 그러한 선택을 내렸다”고 감쌌고,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이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결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잘 활용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박 당선인 중심의 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에 민주당과 호남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과 전남북·광주 3개 시도당은 합동논평을 통해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호남지역 사람들 역시 “전남도지사라는 분이 호남의 선택을 잘 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과 저의를 의심했다. 언론인 출신인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장을 예견하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한데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3선 도지사로 더 이상 도지사를 할 수 없는 그는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심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으로 더 이상
도지사는 못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첫 총리 물망에 오른 그가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치관을 밝혔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4대강사업 적극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민주당 당론과 배치되는 어깃장을 놓아 논란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하루만에 “이는 민주당 변화를 요구한 원론적 발언”이었다며, “(박근혜 정부 첫 총리 기용설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도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를 향한 비판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진사퇴 압박을 권유받는 등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시점에서 그가 어떤 ‘한 수’를 둘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박준영 지사는?

▲전남 영암(1946년)
▲인창고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전남지사(3선)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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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