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첫 '화학적 거세'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38:16
  • 댓글 0개

'발딱발딱' 짐승 본능 사라질까

[일요시사=사회팀] 법원이 인권침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던 '화학적 거세'를 결정한 첫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성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상은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기영)는 지난 3일, 10대 청소년을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표모(31)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10년, 전자발찌 부착 20년과 함께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3년과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잇달아 몹쓸짓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성범죄로 인한 누범기간에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점 ▲미성년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흥미를 위해 동영상을 촬영한 점 등을 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약물치료 명령에 대해서는 "표씨가 성욕 과잉이자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어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며 "약물치료가 표씨의 과다한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은 표씨의 범행은 지난 201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리스타인 표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즉석 만남' 채팅 앱을 깔고 7개월간 이 앱을 통해 만난 10대 중반의 여학생 5명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환상을 채우고 신고를 막기 위해 이들의 알몸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은 뒤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들을 협박, 다시 성폭행하기도 했다.


검거 당시 표씨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저장 용량 270GB 중 260GB가 음란물로 채워져 있었다.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도 음란물 투성이였다.

표씨는 자신이 미성년자 일 때도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15∼16세 때 성폭행과 강도상해 혐의로 소년부에 넘겨졌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01년에는 충남 금산의 한 주택에 침입해 A(19)씨를 칼로 위협해 강간했다. 이 사건으로 징역 단기 7년, 장기 10년을 선고받은 표씨는 2010년 가석방됐고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됐다.

출소 후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표씨는 전자발찌가 발각되자 커피점 바리스타로 자리를 옮겼다.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표씨의 성도착증은 중증이다. 한국형성범죄자위험성평가(KSORAS)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높게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표씨는 "성적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약물 치료를 자청했다. 하지만 "약물치료 대상으로 규정된 성도착 증세나 재범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선고는 표씨의 탈수 증세 등으로 1주일 연기된 바 있다. 선고 당일 머리를 짧게 깍은 채 수의를 입고 등장한 표씨는 선고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씨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면 형이 확정돼 출소 2개월 전부터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10대 청소년 5명 성폭행 "성욕 통제 불가능"
법원, 징역 15년·성충동 약물치료 3년 선고

표씨가 받게 될 화학적 거세, 즉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동의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전립선 암 치료제로 쓰이는 루프롤라이드, 고세렐린, 프킵토렐린 등으로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주사를 맞게 된다. 해당 약물들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해 성충동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1회 치료비용은 28만원, 1인당 1년에 50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한 사람이 최장 15년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7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현행 법률은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에게만 약물 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는 3월부터는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화학적 거세를 결정할 권한은 법원 외에도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갖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아동성폭력범인 박모(46)씨에게 화학적 거세를 명령했다. 지난해 7월 가출소한 박씨는 보호 관찰하에 8개월째 약물주사를 맞고 있다.

치료감호심의위는 치료감호나 보호감호 기간이 끝난 성범죄를 대상으로 최고 3년,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성범죄자에게 최고 15년 약물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현재 법원이 심사 중인 화학적 거세 명령 청구 사건은 모두 6건. 지난해 9∼12월 대전지검·서울북부지검·광주지검·부산지검 등이 잇따라 청구했다. 화학적 거세를 결정할 권한은 법원과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 등 두 곳이 갖고 있다.

법원의 화학적 거세 첫 판결 소식에 다수의 국민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이들에게 내리는 최후의 판결이라는 이유다.

찬반 논란 여전

온라인 리서치회사 두잇서베이가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두잇서베이' 사용자 4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화학적 거세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늘어나는 현실에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욕과잉 환자 3명에게 약물을 적용한 결과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윤리적 문제와 비용 문제만 극복한다면 성범죄 근절 차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화학적 거세 도입 단계부터 제기된 '이중처벌' '인권침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본인 동의가 없는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며 인권 측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1인당 연간 5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치료비용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성폭행 범죄자 치료에 쏟아 붓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 '방지'가 아닌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 과학적·객관적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있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화학적 거세 시행 과정>

①성욕을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근육과 피하지방에 주사하거나 경구용 알약 복용
②투여된 약물이 뇌하수체에 작용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생성 억제
③고환 내 남성호르몬 고갈, 성충동 제거

<시행 절차>

전문의 진단·감정⇒약물치료 명령 청구⇒면접·심리·생리적 평가⇒법원 치료명령 선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