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산업 4000억 특혜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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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집 놔두고 있는 집 챙겼다

[일요시사=경제1팀] 부도위기에 몰렸던 대성산업이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4000억원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은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오빠다. 정책금융공사의 주업무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다. 대성산업이 내놓은 담보도 불완전하다. 특혜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대성산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에 쓸 400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번 보증으로 부도 위기에 몰렸던 대성산업은 기사회생하게 됐지만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김성주 지분 소유

논란의 쟁점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주업무인 정책금융공사가 재계순위 40위 대성그룹의 계열사인 대성산업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에는 연감 자금 공급액의 5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쓴다는 내부기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여동생이고 지분도 0.38%(2만2840주)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은 가열됐다.

대성산업은 지난 2003년부터 시행사 푸르메주택개발과 함께 경기 용인경전철 구갈역 일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대출이 연장되지 않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지난 13일까지 신한은행 등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 4300억원을 갚아야 했지만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정책금융공사의 보증으로 대성산업은 산업은행에서 1000억원, 외환은행에서 1500억원, 농협에서 1000억원, 대구은행에서 500억원 등 총 4000억원을 대출받게 됐다. 정책금융공사는 이에 대해 지난 12일부터 내년 2월20일까지 보증을 서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300억원은 대성산업 자체자금으로 투입됐다.


정책금융공사는 '사전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4월부터 사후적으로 운용되는 구조조정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사전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가 현재까지 사전적 구조조정을 지원한 예는 지난 7월 모그룹 부실로 위기를 겪은 '삼미금속'과 9월 발전플랜트 업체인 '신텍' 단 두 번뿐이었다. 지원규모도 삼미금속이 요청한 650억원 중 455억원(70%), 신텍이 요청한 1000억원 중 400억원(40%)을 지원했다. 대성산업에게만 4300억 중 93%에 해당하는 4000억원을 지급보증해줬다.

논란이 커지자 정책금융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책금융공사는 중소·중견기업외에 신성장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자금공급을 요청해 오는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며 "대성산업은 석유가스유통, 자원개발, 복합화력발전 등 지속 가능한 성장촉진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정책금융공사의 지원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시민단체는 "대성산업에 지원된 자금은 신성장사업이 아닌 PF대출용이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 측도 "대성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실패로 부도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면서 "정책금융공사가 내세운 신성장동력 사업이 아파트와 역세권 개발사업이냐"고 공사 해명을 반박했다.

정책금융공사 PF상환 지급보증 두고 논란
재계 40위에 신성장동력 사업도 아닌데…

문제는 또 있다. 대성산업이 지금보증을 이해 내놓은 담보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대성산업은 용인 기흥역 일대 역세권 부지를 담보로 내놨다. 이 부지는 공동시행사인 푸르메주택개발 소유로 대성산업은 4순위 우선 수익자다. 이미 푸르메주택개발은 "대성산업과 협의중이었으나 중단된 상태"라며 "4순위 우선수익권에 정책금융공사가 질권을 설정하는 것은 불완전한 담보물 확보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성산업 특혜 지원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김성주 위원장이 김 회장의 여동생이고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김성주 위원장이 왜 갑자기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이제 풀리기 시작했다"며 "이 대출이 정책금융공사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정치권의 외압으로 이뤄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성산업은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지정한 신성장동력 산업에는 속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을 의식한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영일 문재인캠프 부대변인은 "정책금융공사는 차입금 상환과 열병합발전소 증설 등에 필요한 총 1조원 정도의 추가자금을 대성산업에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 돈이 김 위원장의 ‘성공수당’에 해당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선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정책금융공사가 해명자료를 냈고, 우리가 답할 사안도 아니다"며 "민주통합당의 의혹제기는 악의적인 허위주장"이라고 반발했다.

특혜 지원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업계는 대성산업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도 위기의 주범인 구갈역 일대 역세권 개발 사업 외에도 대성산업이 관여한 부동산 사업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이문동, 안양 호계 등에서 벌이는 분양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동생의 오빠 호위?

재무상황도 치명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성산업의 총 부채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3월 남곡이지구 1070억원, 5월 코아시그마 1800억원 등 곧 닥쳐올 채무보증만 2870억원이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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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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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