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사람이 먼저인 서민대통령’ 등의 슬로건으로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이색적인 설문조사가 실시돼 네티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제는 바로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싶은 연예인’이다. 국민이 뽑은 연예인 대통령.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과 대중매체에서 각기 이색적인 설문조사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예인 대통령 1위는 누구인가?’다. 대중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네티즌의 이목 역시 집중시킨 것이다. 비록 연예인이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큰 인물을 뽑는 설문이니만큼 성실함과 책임감이 돋보이는 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청렴하고 성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대선시즌에 맞춰 지난달 19일부터 일주일간 11번가 고객 3562명을 대상으로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싶은 연예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결과는 국민MC 유재석이 전체 비율의 48.3%,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율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대다수가 이미 예상했을 정도로 싱거웠던 결과지만 1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의 성실함은 대중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어 가난한 나라에 직접 방문해 봉사·기부하고 입양아를 데려다 키우는 등 책임감과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배우 차인표가 19.2%로 2위를, 완벽한 외모와 더불어 매너가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는 장동건(11.1%)이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고현정(5.0%)은 4위에 오르며 여성 연예인 후보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는 고현정이 지난 2010년 SBS 드라마 <대물>에서 첫 여성 대통령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아이디 mfloce***는 설문결과를 접한 후 “역시 사람 이미지가 중요하다. 유재석이라면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보다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성실한 모습을 몸소 보여줘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워낙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진흙탕 같은 정치바닥에는 한발자국도 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업주부인 강모(36)씨 역시 “제3의 새로운 인재로서 리더십, 포용력, 추진력, 도덕심을 모두 갖춘 유재석이 대통령에 부합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안철수처럼 청렴결백할 것 같은 인물도 정치에 입문하니 한순간에 사람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게 되더라. 연예인들도 때가 되면 정치를 하고 싶어 하던데 유재석은 제발 정치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란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워킹화(28.0%)가 1위에 올랐다. 워킹화에는 ‘열심히 발로 뛰며 서민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겼다. 선거유세를 펼칠 때는 성실히 발로 뛰며 정치 할 것 같았던 다수의 정치인들이 막상 선출이 되고나면 나몰라라 하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아 이에 격분한 국민이 선물로써 일침을 가한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양모(33)씨는 “대선 때만 서민인 척 가식 떠는 정치인들에 진저리가 났다. 결국에는 자기들 밥그릇 싸움 아닌가”라며 “정당정치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근면 성실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모든 정치인들에게는 워킹화가 제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재석 과반지지…차인표 장동건 고현정 순
발로 뛰는 서민 대통령에 워킹화 사주고파
이어 ‘깨끗한 정치를 해달라’는 바람에서 청소기(22.5%)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달라’는 의미에서 헤드폰(17.6%)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혹한기 같이 안 좋은 경제상황을 막는 대책 마련’에서 비롯된 선물, 점퍼(11.1%)는 4위를, 뒤이어 ‘국정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달라’는 의미인 내비게이션(10.5%)과 ‘정치 개혁에 대한 주린 배를 채워달라’는 뜻에서 쌀(8.0%)이 각각 5∼6위를 차지했다. ‘국민을 자식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달라’는 바람이 담긴 니트와 카디건은 전체 비율의 4.3%로 7위에 머물렀다.
차기 대통령이 이뤄주기를 바라는 사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민 물가 안정(46.1%)이 독보적 1위로 꼽혔다. 이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기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5년 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 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경기는 전보다 더 악화됐다. 당초 경제를 살리겠다고 못 박은 이 대통령은 지금 실패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오명만 떠안게 됐고, 이미 10여 년전 IMF를 겪은 바 있는 우리나라 국민은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원 이모(43)씨는 “먹고살기 힘들만큼 어려운 경기를 원만하게 해결해 주신다면 뭔 선물이라도 해다 바치고 싶은 심정”이라며 “요즘 대한민국에 남녀노소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다시 IMF 시절을 겪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부디 국정운영과 경기상황을 잘 해결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 청년실업 해소 및 일자리 창출(28.5%)과 전월세 대란과 같은 주거문제 해결(14%), 대학등록금 안정화(4.1%)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믿음 줄 수 있어야
이제 국민이 정치인보다 연예인에 더 신뢰를 갖는 세상이 됐다. 거짓과 추악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극한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유재석이라는 연예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간 이미지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는 방송과 실생활을 넘나들며 그가 몸소 보여준 성실함과 도덕성, 책임감이야말로 국가의 원수가 지녀야 할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