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4)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과욕은 헛물만 켜고 실패를 부른다
정 나눈 후에 비즈니스 논하라

“무엇보다 선배님께서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원금 4억원만 회수한다고 해도 성공이지요. 물론 이자 일부라도 건지면 더욱 감지덕지하고요. 과욕을 부리다보면 헛물만 켜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됩니다. 선배님이 내심으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공사 현장대지와 건축물에 대하여 가압류 등을 생각해 보면, 토지에 대하여는 가능하지만 건축물에 대하여는 준공검사가 나기 전까지는 곤란하죠. 건축물이 준공검사가 완료되면 비록 등기가 나기전이라 해도 채권자가 대위권을 행사하여 소송을 통해 강제로 채무자 명의로 등기를 내고, 동시에 가압류를 비롯해 판결, 공증 등 경매를 통한 배당을 받는 방안도 생각해 보겠지만 다른 채권자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모든 채권자들이 달라붙어 후일 배당을 신청한다면 선배님에게 돌아올 몫이 별로 없다는 거지요.”

급한 불부터 끄다

“그건 그렇지.”
말없이 경청하는 오 선배의 얼굴에 고뇌의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원금이라도 회수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터였다.
“선배님, 어쨌든 선배님이 건질 수 있는 방안은 무조건 이 현장을 대물변제로 양도받아 공사를 마저 끝내어 제대로 된 주택을 만들어야만 이번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아셔야 할 겁니다.”
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오 선배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렇다면 임 이사, 자네가 나대신 박 사장을 만나서 담판을 지으면 어떻겠나? 그 공사 현장을 양도받을 수 있도록 자네가 힘 좀 써주게. 난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말일세….”

나는 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워낙 사안이 사안인지라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할 판이었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오 선배와 함께 박 사장을 만났다. 조용한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그를 설득해 보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오 선배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박 사장과 둘이 남았을 때 내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박 사장님! 내가 개입하기는 좀 뭐하지만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듯이, 형님 같은 오 선배님 요청으로 만나자고 했습니다. 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하는 얘긴데 혹 불편하시다면 얘기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아닙니다. 서로 잘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찾는 건데 누가 말하면 어떻습니까. 저도 한두 살 먹은 사람이 아닙니다. 오 사장님 돈을 갚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
돈 때문에 답답해 있던 박 사장이 생각보다 진솔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 역시 ‘선정후상’이라고, 먼저 정을 나눈 후에 비즈니스를 나누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와 인간관계부터 터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대화를 해도 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박 사장님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나보다는 조금 아래인 것 같은데?”
“아, 예. 이사님보다 한참 아래지요.”


“그래요? 그럼 동생이라 불러도 되겠네. 어때요?”
“그러세요. 고향 선배님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많고 하니 형님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도 없지요. 그냥 말 놓으십시오.”
그가 싫어하는 표정 없이 순순히 응하고 있었다. 우리는 호형호제하기로 하고 편하게 말하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고향 얘기도 하고 마을 선후배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이름을 대며 근황을 묻기도 했다.
“그래, 박 사장. 지금 형편은 어떤가? 오 선배님에게 빌린 4억원외에 총 부채가 얼마나 되는가. 공업사가 부도나면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건가?”
내 말에 그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이 들어맞다

“아, 그저 오 사장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보지만 부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공장한다고 이리저리 빌린 돈이 한 15억원 정도가 되고,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와 공과금 등을 합하면 아마 16억 원 이상 부도가 날 것 같아요.”
그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부채로 더 이상 지탱하기가 어렵다고 낙담하고 있었다.
“박 사장!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업사 기계와 임대보증금은 있을 거 아닌가?”
“임대보증금은 밀린 임대료 공제하고 나면 몇 푼이나 남겠습니까? 또 기계라고 해봐야 자동차 수리하는 리프트 몇 대가 고작인데, 이미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조로 양도해준 바람에 공장 소유가 아닙니다.”

“그래, 모두 그것뿐인가?”
“예.”
“아니 내가 알기로는 길음동에 다가구주택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것이 있다던데 그건 누구 소유인가?”
나는 좀 더 직설적으로 공략을 했다.
“아, 그거요? 이사님이 가보셨어요?”
“아니 얘기를 들은 게 있어서….”
나는 혹 대화에 차질이 생길까봐 굳이 현장에 가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이제 더는 감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순순히 말을 꺼냈다.
“실은 저희 공장에 이 전무라는 사람이 지금 공사하고 있는 추 사장이라는 업자를 소개했습니다.”
“아, 그 약간 뚱뚱하고 젊은 친구 말인가?”

“예, 그래서 추 사장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좋은 경매 물건이 있다면서 현재 공사하는 그 땅 주인을 소개한 거지요. 그 땅을 매입해서 빌라를 지어 분양하면 수익이 좋다고 해서 전무 말만 믿고 경락 받은 자로부터 1억2000만원에 매입하여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 받은 겁니다.”
“그랬구먼.”
“대출금 일부는 땅값으로 지불하고 일부는 건물 짓는데 투입했는데, 그만 돈이 부족해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늘내일하고 있는 겁니다. 이사님께서 돈이 있으시면 그 빌라를 지어서 빚 청산하고, 남는 이익이 있으면 저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예측한 대로 박 사장이 어려운 실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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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