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재벌 2·3세 연말인사 키포인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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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키우기' 일단후퇴? 정면돌파?

[일요시사=경제1팀] 연말 오너 2·3세 인사를 놓고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경제민주화 압박에 연말 대선까지 겹치면서 주요 그룹의 오너 2·3세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쉽지 않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은 일단 자세를 낮춘 모양새다.

 

매년 있는 연말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특히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오너 2·3세들의 승진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07년 전무에 오른 후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자리에 오른 지는 2년. 승진 시기는 어느 정도 채워졌다.

삼성 사장단 인사
이재용 사장에 초점

대외 활동도 꾸준했다. 이 사장은 올해 삼성그룹을 대표해 중국의 왕치산 부총리와 리커창 부총리를 면담했다. 이와 함께 도요타와 BMW, 폭스바겐 등의 CEO를 두루 만났다.

사실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처음 점쳐졌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승진은 없다"며 후일을 기약했다. 올해 승진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다. 승진을 하지 않더라도 공동 대표 자리에 오르거나 핵심 요직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제일모직 향후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 승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올해 주가는 13.59% 올라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제일모직의 올해 주가 변동률은 마이너스 15%다.


지난 2010년 말 인사에서 한 번에 두 직급이 올랐던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번 승진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승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승진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 뛰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국·내외 주요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저돌적 체제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이 임기 3년을 채움에 따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경쟁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1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08년 각각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데 반해 현재 신세계만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 오너 2·3세 승진 여부 관심
SK·한화 회장 재판에 인사 불투명 

정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이사로 입사한 뒤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에 오른 뒤 2009년부터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2010년 승진 이후 인사 소식이 없는 한진그룹 3세들의 승진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전무는 승진 1순위다. 2010년 대한항공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조 전무는 지난 2004년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6년 자재부를 거쳐 2008년 8월부터 그룹의 주력사업인 여객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0년 초 전무로 승진했다.

조 전무는 그간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왔다. 2009년 파리 에어쇼 행사장에서는 조 회장 대신 대규모 구매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하고 2010년 대대적으로 개최했던 기업설명회 때는 총괄책임자로서 배석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정기임원 승진 인사에서 조 전무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을 정도였다. 올해 승진이 유력시 되는 이유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도 대한항공을 명품항공사의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 좋은 결과를 예상케 한다. 조현아 전무는 지난 10월 한식 기내식 시식회에 참석해 기내식 메뉴 선정과 서비스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는 모습으로 명품항공사를 지향하는 조 회장의 비전에 부응했다.


진에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막내 딸 조현민 상무의 승진도 예상된다. 특히 조 상무는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직접 총괄하는 것은 물론 경영 관련 포럼과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나서 3세 경영인의 보폭을 가장 빨리 넓혀가고 있다.

내년 구자열 회장이 사촌형인 구자홍 현 회장의 뒤를 이어 LS그룹 회장직을 수행키로 한 가운데 LS그룹은 12월 중순께 대대적인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LS전선 회장직. 지난 10년간 LS는 3형제 중 첫째 집안(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그룹 전체를, 두 번째 집안(고 구평회 E1명예회장)이 핵심계열사인 전선을 맡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식품업계 공주 3인방
경영 수업 중

LS그룹이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 돌아간 만큼 그룹 주력사인 LS전선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엽 LS산전 회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의 인사도 관심거리다. 효성그룹은 현재 조 회장과 아들들이 각각 주력사업인 무역·섬유, 중공업, 산업자재 부문장을 나눠 맡고 있다. 효성의 지분은 조 사장 7.26%, 조현문 부사장 7.18%, 조현상 부사장 7.90% 등으로 형제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조현상 부사장은 올 초 세 형제 중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승진 가능성은 낮지만 조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은 2007년 1월 승진 후 인사가 없어 유력한 승진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CJ에듀케이션즈에서 대리로 근무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경후씨도 CJ그룹의 경영승계에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CJ 지분 0.13%와 CJ E&M 지분 0.28%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경후씨는 현재 CJ에듀케이션즈에서 교육콘텐츠와 관련한 신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급 약진 예상…매일유업·교원 승계 속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회장 승진 초미 관심사 

지난 1월 정기인사를 한 SK그룹의 경우 이번에는 인사를 늦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이 대선 전후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승연 회장이 옥중에 있어 인사가 올스톱 된 상황이다.

중견그룹 오너 2·3세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 현정담 상무가 올 12월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일 학교 대학원 MBA를 마친 현 상무는 지난 2006년 동양매직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9년 1월 임원(상무보)으로 고속 승진하면서 남동생인 현승담 동양시멘트 상무보와 함께 그룹 내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동양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현 상무는 하반기 조직개편 과정에서 동양매직 마케팅실장에서 마케팅전략본부장으로 중용된 후 경영실적 개선 성과를 일궈냈다.

장기불황·대선·총수재판 핵심 변수

지난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차녀 상민씨도 승진이 예고되고 있다. 임 부본부장은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38.36%를 소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연말 인사에서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직함을 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녀 경선씨는 그룹 계열사에 정식으로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씨는 지난 1월 오리온이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 '마켓오'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을 때 직접 현장에 나타나 경영진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체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경영컨설팅 회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 경선씨는 오리온 지분을 0.53% 갖고 있다.

대리들의 약진도 예상된다.


학습지 '빨간펜'으로 잘 알려진 교원그룹은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외아들 장동하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는 올 초 그룹에 입사해 신규사업 발군과 비전 수립 등 핵심 업무를 맡아왔다. 또한 ㈜교원, 교원구몬, 교원L&C 등 계열사 업무에도 적극 관여해왔다.

동양그룹 회장 장녀
떠오른 유력 후계자

교원그룹은 올해 4월경 장 대리를 교원·교원구몬·교원L&C 등의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장 대리가 주주로 교원에 참여하게 됐고 2세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딸인 김윤지 대리는 김 회장의 막내 동생인 김정민씨가 대표로 있는 제로투세븐에서 마케팅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 제로투세븐은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내년 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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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