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5개월 성적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7: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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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했는데 역시…의욕만 앞선 혁신

[일요시사=경제1팀]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출근 저지까지 받았던 '신동규호'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취임한지 150일이 넘었지만 경영혁신은 아직 뒷전이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도 부실하다. 이 와중에도 제 식구 챙기기는 여전하다. 비리 직원에 월급까지 주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2차례 출근 저지를 받았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3일로 취임 150일을 맞았다. 신 회장은 취임 한 달만인 지난 7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8월에는 경영혁신체제를 가동하는 등 경영고삐를 죄면서 경영혁신과제에 집중했다. 취임 100일 관련 행사까지 하지 않을 정도였다.

내홍에 '비틀'

문제는 내실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농협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어섰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HN농협은행은 연평균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636억7300만원 규모이며 지난 4년간 내부직원의 횡령과 유용으로 인한 금융사고는 300여 건에 이르렀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무려 500억여원에 달했다.

시재금을 횡령해 6개월간 정직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는 매월 기본금의 90%인 166만원 휴직급여를 지급했으며 입영통지와 함께 병역휴직을 낸 직원은 군 제대까지 1000만원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수령했다.


김승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협 내부 직원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과 농어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근무기강을 바로 잡아 내부 직원의 불법해우이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교통사고 합의금도 지원했다. 출근 중 안전거리 미확보로 앞차를 추돌해 운전자가 다치는 접촉 사고를 낸 직원에게는 합의금 500만원을, 또 다른 교통사고를 낸 직원에게는 150만원의 합의금을 지원했다.

최근 5년간 임직원 자녀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1284억원에 달한다. 취학 전 자녀에게도 월 13만원씩 지원해 149억원을 썼다. 농협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면서 연말정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연 900만원까지는 일반 경비로, 초과 금액은 사내기금으로 지원하는 편법마저 동원했다. 농민 자녀를 위해 지급한 장학금은 최근 5년간 176억원에 불과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교통사고 가해자 직원의 합의금까지 지급한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휴직급여 지급과 상식 밖의 과잉복지는 농민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일은 신 회장 취임 전 발생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신 회장 취임 후인 지난 10월 국감에서였다. 경영혁신을 주창해왔던 신 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

부실경영 지적…과도한 임직원 챙기기 구설
부랴부랴 희망퇴직 대폭 늘려 '몸집 줄이기'

잘 나가는 대기업 부럽지 않은 직원복지를 해 온 농협은행의 자본건정성은 결코 대기업 수준이 아니다. 농협의 신경분리 후 탄생한 농협금융의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 총자산의 82.0%, 순이익의 84.9%(6월 말·연결기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산규모 약 198조의 핵심 계열사다. 현재 농협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23% 수준이다. 은행지주사 평균인 12.91%보다 1.7%포인트 낮다.

가계 대출 연체율은 2007년 0.61%에서 지난 2분기 1.1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75%에서 1.84%로 2.5배 가량 늘었다.

부동산 PF대출에 따른 부실 경영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협의 부동산 PF대출은 올해 8월 말 기준 4조1154억원으로 시중 5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연체금액은 5931억원으로 신한·국민은행의 2배, 우리은행의 3배, 하나은행의 25배에 이른다.

지난 2분기 국민·신한은행이 1조27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우리·하나은행도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다르게 농협은행은 7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순익 1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협'하면 떠오르는 상품도 없다. 지난 5일 농협금융은 신 회장이 취임 직후 "농협 하면 떠오르는 대표상품이 없다. 자회사별로 대표상품을 출시하라"는 주문에 따라 농협카드·NH농협캐피탈이 선두 격으로 포인트 특화카드인 'New Have 카드'와 리스 상품인 '나눔리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고 농협금융이 대표상품의 타깃층으로 잡은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농협금융은 희망퇴직 규모를 대폭 늘려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 6월27일 취임사에서 신 회장이 "농협금융을 '덩치만 큰 곰'이 아닌 '덩치도 크고 날렵하기까지 한 곰'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지난 21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임직원수를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82명인 임원수는 최대 10% 정도, '고액 연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비상임이사는 25명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익성 악화

희망퇴직 대상자의 규모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정년을 앞둔 직원들만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근속연수 제한을 낮췄다. 농협금융 측은 희망퇴직자를 예전보다 200∼300명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550명 이상의 직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경분리 이후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던 부서에 대한 조직 통폐합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등 본부 인력 상당수도 영업현장으로 내보낼 방침이며 재충전 휴가의 의무사용이나 상여금의 실질적인 축소 등 예산을 줄일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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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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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