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7 11: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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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새누리당도 민주정당이다"

[일요시사=정치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소위 주사파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하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접한 후엔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런 그를 '변절자'라며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하 의원의 변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은 거듭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과 차별화 되는 새누리당의 안보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무척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수재지만 정작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두 번이나 구속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위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였던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모습과 매 맞고 고문 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북한인권가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2005년부터는 열린북한방송을 운영하며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하고 북한 내부에 민주화의 씨앗을 싹 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
▲ 평소 북한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심각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정치권의 영입제의를 받았고 평소 느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입문하게 됐다.


- 학창시절에는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새누리당과는 이념적 차이가 있을 듯한데 새누리당을 택한 이유는?
▲ 현재 정치권은 민주화세력과 독재세력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새누리당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정당이다. 지금 시대의 주요과제는 일자리, 복지, 세계화 등이다. 이러한 여러 이슈 등에서 오히려 나는 새누리당과 이념적 동질성을 느꼈다.

- 오래된 일이지만 민주통합당의 임수경 의원이 하 의원을 '변절자'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임 의원의 논리는 '운동권은 다 민주당이어야 하는데 왜 새누리당 갔느냐'는 것이다. 이는 냉전논리다. 이미 민주화 된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각자 소신에 따라 어느 당이든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만 정당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초선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고민해야 되는 문제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관심있는 문제만 고민하면 됐다. 하지만 이젠 지역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상임위 활동과 관련된 여러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또 예전에는 한두 가지 이슈만 전문적으로 탐구하면 됐지만 지금은 좀 더 시야를 넓혀 광범위하게 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된다. 두 번째는 사적인 시간이 많이 줄었다. 주말에도 지역구를 방문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족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해져 미안하다.

-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을 느낀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현재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아무래도 수산업인들보다 농업인들의 수가 훨씬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인 위주의 활동만 펼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상임위 활동 중 수산발전기금이 내년에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적했고 내년에는 오히려 기금의 총액이 늘어나게 됐다.

이외에도 올 여름 해수욕장 해파리 사고가 많았다. 인천에서는 한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근본원인을 살펴보니 각 부처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대응이 늦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짚어내서 내년부터는 각 부처가 해파리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봄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여야의 합의로 통과시킨 것도 큰 보람을 느꼈다.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 정치는 안해, 현실 직시하고 대안 마련해야"
"북한인권법, 당장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 가져올 것"


- 과거 "독도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쟁지역"이란 주장을 해 논란을 겪었다. 이에 대해 해명을 한다면?
▲ 독도는 명백한 우리나라의 영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분쟁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독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 야권에서 북한인권법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없이 남북관계만 경색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
▲ 북한인권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북관련 민간단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북한인권문제가 한창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된다면 분명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또 대북관련 민간단체들은 지금도 많은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장려하고 더욱 활성화 시킨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인권법이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의 관심이 모두 대선에 쏠려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현재 선대위에서 대통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낡은 정치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지역구인 부산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고향이라 표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지역구 표심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 대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후보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 어떤 후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단점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고 이제는 박 후보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 시키는 전략이 중요한 것 같다. 박 후보의 장점은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는 점이다. 때론 너무 고집스런 태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인기 얻기에만 급급해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언급된 독도 문제가 가장 좋은 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인기를 얻고 별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큰 위기가 닥친다.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나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특히 최근 고조 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외교위기 등을 누가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투표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하태경 의원 프로필>

▲ 통일맞이 연구원
▲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 중소기업신문 기자
▲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열린북한 대표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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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