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1985> 정지영 감독 직격인터뷰

  • 박대웅 bdu@ilyosisa.co.kr
  • 등록 2012.11.14 11: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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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남영동1985> 보고 사과의 진정성 말하라"

[일요시사=온라인팀] 1985년 군부독재의 야만이 꿈틀거리던 그 때,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울려 퍼지는 고문의 신음소리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담은 영화 <남영동1985>의 정지영 감독. 그는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강렬한 첫인상과 달리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남자였다.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따뜻한 '정.지.영'을 추위도 잠시 숨을 고른 11월의 어느 화창한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박근혜 후보는 <남영동1985>를 보고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김지하 시인의 발언에는 맥락이 없다…이근안은 시대의 희생양이다."

'명불허전' 역시 정지영이다. 정지영 감독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사회 및 영화계 이야기에 대해 가감 없이 돌직구를 던졌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젊은이들이 망가져가는 민주주의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길 바란다"며 <남영동1985>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영화에서 '용서'에 대해 그렸는데 사과를 구하는 박근혜 후보의 대통합 행보가 진정성 있다고 보는가?

▲ 대선후보 3인에게 VIP시사회 참석 여부를 물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참석을,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가능한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번에는 안 될 거 같지만 언젠가 꼭 보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영화를 꼭 보고 소감을 말했으면 한다. 거기에서부터 진정성이 시작된다고 본다.


- 유신시대의 대표적 희생양인 김지하 시인이 최근 박근혜 후보 지지 뉘앙스를 풍겼는데.

▲ 맥락상 이해가 안 간다. 과거 '죽음의 잔치를 그만두라'며 분신과 투신하는 이들을 질책했다. 이는 '오버'(도가 지나쳤다)라고 생각한다. 투신과 분신으로 항거한 그분들의 죽음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그 의미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생명을 강조하는 듯 했지만 변화의 맥락이 읽히지 않는다. 솔직히 해석이 잘 안 된다.

-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시대의 희생양이자 영혼이 파괴된 사람이다. '세상이 바뀌면 자신을 고문하라'던 사람이 세상이 바뀌자 김근태 고문에게 용서를 빈다. 그리고 감옥 출소 후 자신을 '심문기술자' 혹은 '애국자'라며 미화했다. 파괴된 영혼이고 제 정신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변명이든 미화든 아니면 사과든 꼭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한다.

- 영화에서 국가에 의한 폭력을 비판했는데 촛불시위-용산참사-쌍용차사태 등 국가에 의한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1985년과 2012년 오늘을 비교했을 때 민주주의는 진보했다고 보는가?

▲ 나아진 것은 확실하다. 2012년에 1985년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수많은 고통과 상처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훼손되는 민주주의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지키겠지'라며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다. 1985년의 아픔을 공유하고 현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훼손되는 민주주의에 참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순치(馴致:길들여짐)되는 것 같다. 어느 시대이건 젊은이가 순치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고 위험하다.

- 대선후보 중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가? 혹시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이 있었는지?

▲ 현재 야권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입장이어서 명확하게 지지후보를 밝힌 순 없다. 단일화 이후라면 모를까. 그리고 문재인-안철수 양측 캠프에서 멘토 형식의 영입 제의가 있었다.


- 육사생도 사열, 호화결혼식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전히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 국민들이 너무 너그러운 것 같다.

- 스크린쿼터-거대자본에 의한 상영관 독점 등 영화계 전반에 난제가 산적한데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은?

▲ 가슴이 아프다. 영화 <도둑들>과 <광해>를 보면서 최다 관객이라는 기록경신을 위해 다른 영화를 희생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또 대종상영화제에서 대리수상을 한 김기덕 감독을 지지한다. 얼마나 안타깝고 안쓰러워했을지 알기에….

- 영화 <남영동1985>에 본인이 직접 점수를 매긴다면.

▲ 촬영에서부터 편집을 거쳐 영화가 걸리기까지 수백 번은 본다. 만족은 없다. 그래서 솔직히 내 영화가 싫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70점 미만이다.

- 끝으로 영화 <남영동1985>를 한 줄로 정리한다면?

▲ '영화는 내 운명, 그 곳에서 <남영동1985>를 만나다'로 정리하고 싶다.

 

박대웅 기자<bdu@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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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