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 단독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3: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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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의 5공 정권은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고 가 이근안과 고문기술자들을 동원해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10차례 갖은 고문과 구타를 가했다. 결국 김 전 고문은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 지난 2011년 12월30일 숨을 거뒀다. 이 끔찍한 과정을 함께 겪은 이가 또 있었다.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헌정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김 전 고문의 ‘바깥사람’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인 의원은 ‘별’이 진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밝히기 위해 고된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는 ‘고문 방지 및 고문피해자 보상·치유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취재기자는 세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법안을 발의한 인재근 의원과의 인터뷰를 작정(?)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문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인 의원의 ‘아프도록 귀한’ 말씀을 전해야겠단 일념이었다.

취재기자는 수차례 방문하고 전화하며 인터뷰를 성사시키기위해 공을 들였다. 그리고 지난 7일 드디어 어렵사리 인 의원과 대담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인 의원과의 일문일답.

- 영화 <남영동 1985> 상영으로 고 김근태 상임고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인재근 의원께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시는데.

▲ 영화 때문에 조금 바쁘다. 국정감사 끝나고 <남영동 1985>를 기준으로 일정이 짜일 정도다.


-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남영동 1985>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수많은 ‘제2의 김근태’ 가족의 심정도 그러할 것으로 안다. 그분들을 대변하는 한 말씀, 그리고 그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히 제가 그분들을 대변할 수 없다. 영화보다 현실은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편 김근태 의장은 그분들께 미안해했다. 자신은 살아남았고 정치·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진실규명과 치유가 지체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 최근 ‘고문 방지 및 고문피해자 보상·치유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법률 제정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달라.

▲ 당연히 있어야 할 법이 너무 늦게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수많은 고문이 자행되었고 심지어 수사상 관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위헤 소위 ‘고문법’을 제정하게 됐다.

- 법안 통과에 새누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 법안이 대선 이후에야 통과될 텐데 새누리당이 반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문은 가장 기초적인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감히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이라도 새누리당에서 상식에 반한 행동을 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난 그 정도로 새누리당이 터무니없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 법안 통과 후 실효성 또한 의문이다. 당시 고문을 가했거나 고문을 지휘했던 인사들이 아직 국회와 행정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과거 고문가해자나 지휘자들이 큰 난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실의 힘은 강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고문이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할 과거사다.

과거사에 대한 최근의 국민 법감정이나 사법부의 자세 등을 볼 때 저는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싶다.

물론 저항이 있다면 앞장서 단호히 맞설 것이다.

정치적 노림수?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
“고문,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범죄”

- <남영동 1985>와 ‘고문 관련 법’에 대해 대선을 앞둔 ‘정치적 노림수’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치적 노림수라는 말은 대선정국에 정치적으로 영향이 있다는 말이고, 누군가에게 불리하다는 말이다.

나는 고문영화와 법을 폄하하는 분들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도대체 고문과 같은 반인간적인 중대 범죄 때문에 불리한 사람이 대통령후보 중에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이 그런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는 개념 없는 나라라는 말인가.

오직 정치적 이념에 치우친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남영동 1985>와 고문법은 작년 겨울 남편 김근태 의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일들일 뿐이다.

- 고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도적 미비 등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 둘 다 중요한 문제다. 사회적 인식보다 제도적 미비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문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은폐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일반시민이 인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와 관련된 제도는 그렇지 않다. 우선 고문의 대부분이 과거 독재시대 국가폭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문이 반인권적·반헌법적 범죄이기 때문에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고문에 대해 방관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기다리기엔 고문의 개인적·사회적 폐해가 너무도 치명적이고 지독하기 때문이다.

- 이달 초 국회의원 최초로 미얀마 민주화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의원을 방문하셨다. 계기와 소감을 듣고 싶다.

▲ 초여름쯤이었다. 김근태 의장 1주기를 맞이해 11월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자고 논의하던 중, 행사의 취지상 평화와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구체적 인물인 수치 의원께서 참석해서 한 말씀 주시면 참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생각해보니 정말 괜찮아서 여름에 초대장을 보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수치 의원께서 국내외 일정이 너무 많아 참석하기 곤란하다고 하셨다. 그 대신 우선 나를 초대한다고 하셔서 국정감사 끝나고 다녀오게 되었다. 수치 의원은 45년생이신데 정정하고 고우셨다.

- 수치 의원은 어떤 말씀을 하셨나?


▲ 김근태 의장 1주기를 맞이해 영상 말씀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열정, 조국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민주화된 한국을 부러워하셨다. 그리고 몇 번이나 미얀마 민주주의의 갈 길이 멀다고 말씀하시며 방심하지 않는 굳은 결의를 보이셨다.

내년 1월 말쯤 한국을 방문하신다는데 실제로 한국을 보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

- 마지막으로 고문피해자와 가족, 국민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 고문피해자와 가족 여러분이 힘내시길 바란다. 너무 늦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서야 깨달음이 있어 이렇게 고문피해에 대해 열심히 나섰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고문에 대해서는 나 인재근이 확실히 해놓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리고 국민 여러분이 고문은 인간성에 대한 범죄라는 것, 그리고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인재근 의원 프로필>
▲민주화 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전)
▲이화여대 민주동우회 회장 (전)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전)
▲서울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상임의장
▲한반도재단 이사장(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이사(현)
▲사랑의 친구들 운영위원장(현)
▲도봉희망봉사단단장(현)
▲녹색환경운동 지도위원(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도봉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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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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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