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커넥션' 관전포인트 넷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4:00:33
  • 댓글 0개

살짝 열린 판도라 상자서 거물급 '우르르'

[일요시사=경제1팀] 멘붕이다. '비리백화점'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조희팔 사태에 검·경은 '이중수사'논란에 휩싸였고 검찰 간부 금품수수 의혹 때문에 사명이 거론된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다. 정치권은 혹시라도 튈지 모르는 '불똥'을 피해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조희팔 커넥션의 관전포인트 4가지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조희팔 사태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 8일. 현직 부장검사가 조씨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부터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조50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범인 조씨 일당의 은닉 자금을 찾는 과정에서 조씨의 핵심 측근이자 자금 관리책인 강모씨가 이 검사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로 돈을 입금한 거래내역을 찾아냈으며, 역시 이 계좌로 유진그룹 측에서도 6억원대 자금이 흘러들어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가로채기'
독자 수사 강행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는 조씨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김광준 검사.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가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찾는 CCTV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이 김 검사 외에도 현직 검사 2∼3명이 더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에 이은 또 다른 '○○○ 검사'로 비화할 조짐이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임검사 카드를 꺼낸 것. 검찰은 지난 9일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특임검사로 임명해 바로 수사팀을 편성하고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임검사는 지정된 사건에 대한 수사, 공소제기, 유지 등 직무와 권한이 있고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는 정식 수사절차가 아닌 내사단계에 있으므로 특임검사가 수사를 해도 충돌하지 않는다"며 "향후 경찰에서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수사개시 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할 경우에는 통상 절차에 따라 관할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수사를 검찰이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어 방해한다는 것이다.

경·검 이중수사 논란 "치열한 기싸움 전개"
유진 오너일가 수사선상…연루 기업들 초긴장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는데 검찰이 우리가 내사단계라고 하며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형사소송법상에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검찰은 차장급 특임검사 1명, 부장급 검사 1명, 검사 8명, 수사관 15명으로 수사팀을 편성해 하루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김 특임검사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검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도 최정예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13명을 투입, 휴일도 반납하고 수사를 계속했다. 특히 특임검사가 출근한 날인 10일 김 검사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김 검사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에 석연찮은 뭉칫돈을 보낸 5∼6명의 인사에게도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수사 의지와 함께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김기용 경찰청장도 경찰의 독자수사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청장은 지난 11일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가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2개 기관이 따로 수사를 하는 것은 인권 등의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검찰이 송치지휘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지 법적인 검토를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김 특임검사는 김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 유진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3일 오후 2시50분께 김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12시간25분여만인 14일 오전 3시15분께 귀가조치했다. 특임검사팀은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50분께 김 검사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16시간30분만인 15일 오전 2시26분께 귀가조치했다.

경찰은 14일 김 검사의 실명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김 검사 명의의 은행계좌 1개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신청했다.

유진그룹 오너형제
피의자 신분 조사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임검사의 수사 착수 이후 경찰이 수사 개시 보고를 했기에 그간의 경찰 수사는 내사에 불과하므로 이중 수사 상황은 검찰 책임이 아니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경찰은 해당 검사의 차명계좌 소유주를 입건한 지난 2일 수사는 이미 착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특임검사가 결국 수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검찰이 검사를 수사하고 경찰의 수사를 빼앗는 모양새는 '제식구 감싸기'와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이 송치지휘권을 발동해 '교통정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지휘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의 송치지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이중수사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검·경 이중수사 논란의 불씨를 지핀 김 검사는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걸까.


김 검사는 조씨의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 외에도 동료 검사 3명과 함께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도 사고 있다. 그는 2008년과 지난해 유진그룹의 주식을 매매해 2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검사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근무시절 맡았던 KT와 KTF(2009년 KT와 합병)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KT 임원 등과 해외여행에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다. 그 당시 KT는 사장이 구속 될 정도로 검찰 수사가 한창이었다.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검사는 2010년 대구지검 근무 당시 다른 검사가 수사 중인 개인 간의 고소 사건에 개입해 부당한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해 알고 지내던 김모씨가 공갈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뒤 김씨를 무혐의 처리한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고소인·피고소인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던 이 사건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최종 관할지가 변경됐다.

검·경 이중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김 검사 만이 아니다. 유진그룹 또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하이마트를 매각하고 전남 광양의 슬래그시멘트공장을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나선 유진그룹은 이번 사태로 '적신호'가 켜졌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1일 유진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한데 이어 하루 뒤인 12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특임검사팀은 유 회장 형제를 상대로 김 검사와의 관계, 금품 전달 경위와 규모,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유진기업이 100% 출자한 EM미디어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 2008년 5월 김 검사에게 6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도 경찰대로 김 검사가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2008년 즈음에 김 검사나 소속 검찰청이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내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사실조회 및 자료요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유 회장 본인이 하이마트 이면계약 의혹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기업이미지에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측은 자금이 김 검사에게 건네진 것은 맞지만 그룹 차원이 아닌 개인 사이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 대표가 평소 알고 지내던 김 검사가 전세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준 돈"이라며 "개인적인 돈 거래"라고 일축했다.

TK출신 실세
'좌불안석'

KT도 비상이다. 김 검사는 2008년 말 KT 계열사인 KTF 임원과 마카오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경비 수백만원은 동행한 KTF 임원이 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KT·KTF 납품 및 인사청탁 등과 관련된 수사를 하고 있었다. 김 검사는 특수 3부장이었다.

경찰은 김 검사가 특수 2부에서 진행하는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KTF측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해외여행에 든 돈은 수백만원 정도지만 수사 편의제공과 관련된 대가성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혹시 모르는 '불똥'을 피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이른바 '조희팔 리스트'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에는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 정권 실세 등 정관계 인사 수십명이 오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지자체 및 중앙부처 공무원 등과 함께 고위직 인사들도 여럿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씨는 사업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극을 벌여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 진원지인 TK(대구·경북) 지역 출신 권력 실세들은 조씨의 비호세력으로 자주 거론된다. 특히 현 정권 실세로 통한 A씨가 조씨와 가까운 사이였고 조씨가 수사망을 뚫고 밀항에 성공할 수 있는 배경에도 A씨의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을 잡은 검찰이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조씨의 신변을 확보할 경우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조희팔 리스트'에 전전긍긍 
중국서 진짜 죽었나?…사망 조작 의혹

그럼 죽었다던 조씨는 살아 있는 걸까. '죽어야 사는 남자' 조씨가 정말 살아 있다면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조작한 희대의 사기꾼이 된다.

경찰은 지난 5월 조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은 조씨의 사망확인증과 화장증서, 장례식 영상을 근거로 조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게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를 봤다는 사람이 나오고 검찰이 그의 소재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 조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18일 중국의 한 고급호텔 근처 식당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지인들과 함게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오후 8시부터 2시간 가량 음주를 하다 호텔방에 온 뒤 갑자기 급체 증상을 보이며 쓰러진 조씨는 중국 청도 위해시의 해방군 제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뒀다.

조씨의 응급진료기록부와 사망진단서에는 조씨가 구급차 안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조씨의 유족들은 중국 옌타이의 한 장의장에서 조씨를 화장한 뒤 사망 5일 뒤인 12월23일 유골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의 한 공원묘지에 안치했다.

경찰은 지난 5월8일 조씨의 유족과 내연녀 정모씨 등이 지난해 12월 발급 사유가 '부친 사망'으로 기재되어 있는 긴급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5월12일 정씨의 집과 조씨의 자금관리인 중 1명인 유모씨의 집 등 5곳을 압수수색해 조씨 응급진료기록증, 사망증명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조씨의 사망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조씨의 사망은 문서상의 기록일 뿐이다. 조씨라는 확증은 없다. 일반인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도 유전자 감식을 거쳐 본인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섣불리 사망을 확정해 발표하지 않는다. 문제는 조씨의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씨는 중국에서 한줌의 재가 됐고 화장을 한 유골은 유전자가 변형돼 본인 확인이 어렵다.

문서상 사망
정황상 생존

이와 맥락을 같이해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사망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조씨 측근들은 "조씨가 살아있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고, 피해자 단체는 "올해 들어서도 조희팔의 목격담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바실련 측은 ▲조씨가 심근경색을 일으켰을 때 호텔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점 ▲조씨의 장례식과 화장을 병원에서 109km 떨어진 곳에서 치렀다는 점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장례식 동영상을 촬영한 점 ▲조씨가 중국에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았던 점 등을 들며 사망 위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조희팔 사건 총정리>

사기부터 사망까지 의혹투성이
 
희대의 사기극은 2004년 10월 대구에 본사를 둔 BMC라는 의료 기구 임대사업에서 비롯됐다. 이 업체의 회장인 조희팔씨가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가요반주기 등을 사고 이를 빌려준 뒤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조씨는 "안마기 등 건강용품 판매 사업에 투자하면 연 48%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선전하면서 투자자 5만명을 모았고 경남·서울·인천 등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은 '리브' '리젠' 등 업체 이름을 수차례 바꿔가며 당국의 감시를 피했고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기존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수익금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수법이었다.

그러던 중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경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중국으로 밀항했다. 중국에서는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장한 뒤 중국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지난 5월 조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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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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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