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혼남성 70% 이상이 비자금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비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는데, 유흥비로 탕진하거나 자신의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지출했다. 여성들은 남편 몰래 모아둔 비자금의 대부분을 가족 비상시에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나 남녀 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비자금은 항상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다. 기업체나 정치권에서도 거대 비자금으로 인해 주요 인사들이 재산 몰수를 당하거나 쇠고랑을 차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 비자금은 정재계 뿐 아니라 부부간에도 은밀히 보관되고 있는데,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 몰래 뒷돈(?)을 챙기는 것으로 밝혀져 비자금 용도와 규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용돈 부족해서”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전국의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전 배우자와 결혼생활 중 챙긴 월 비자금 규모와 그 용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은 이혼을 하기 전에 월 30만원의 비자금을 전 배우자 몰래 챙겨 주로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여성은 월 20만원을 가족의 비상시에 대비해 적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의 월별 비자금 규모는 남성의 경우 응답자의 34.0%가 30만원으로 답했고, 여성은 36.0%가 20만원으로 답해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남성의 경우 20만원(24.0%), 70만원 이상(18.0%), 50만원(14.0%), 10만원 이하(10.0%) 등의 순이고, 여성은 20만원에 이어 10만원 이하(26.8%), 30만원(24.0%), 50만원(8.0%), 70만원 이상(5.2%) 등의 순대로 답했다.
통계 결과에서 알려주듯 비자금 규모 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들은 10만원 이하보다 70만원 이상의 거금이 더 높은 확률을 차지했는데, 이는 아내로부터 받는 용돈이 턱없이 부족함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은 액수가 높아질수록 낮은 확률을 가리키면서 비자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온리-유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남성들은 직장인이건 개인 사업가이건 간에 배우자 몰래 유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한 반면 “여성은 일반적으로 수입이 남성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비자금을 챙기기 때문에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기혼남녀들의 비자금 용도도 규모만큼 대중의 눈길을 끌었는데 남성은 비자금 마련과 지출과 관련 ‘개인적 유용’(46.8%)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비상시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가 응답자의 60.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남성은 ‘가족의 비상시 대비’(40.8%)가, 여성은 ‘목돈을 만들기 위해’(20.4%)와 ‘친정 지원용’(12.0%) 등이 뒤따랐다.
유모(32·남)씨는 “결혼과 동시에 집안 살림과 경제권을 아내에게 넘겼다. 용돈 받고 생활한지 어언 1년이 다 돼가지만 용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떨 땐 담배 살 여력도 안 된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언제부턴가 비자금의 필요성을 느꼈고, 용돈에서 조금씩 쪼개 아내 몰래 한창 모으는 중이다. 비자금은 경제권을 넘긴 남성에겐 필수다”고 강조했다.
이모(35·여)씨는 “남편 직업이 전문직이라서 수입이 일정치 않다. 많이 벌 땐 여유가 있지만 안 그런 달에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실정이라 남편 월급의 일부는 비자금으로 챙겨둔다”며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경조사까지 끼어있는 달에는 이러한 비자금이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남, 월 30만원…대부분 사적인 용도로
여, 월 20만원…비상시 생계 위해 마련
비에나래의 정수진 상담팀장은 “여성에 비해 대외지향성이 강한 남성들은 친구나 동료 등과의 외부활동에 소요되는 자금이 많다”며 “반면 가족 중심적 사고가 강한 여성들은 배우자 몰래 자금을 조성해 결국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문조사결과를 해석했다.
특히 남성들은 비자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는데, 한 인터넷사이트가 남성의 비자금 마련 및 사용 패턴을 종류별로 나열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인터넷사이트 자유게시판 내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아내 몰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50.1%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자금이 없으면 비참해진다’는 의견도 18%의 확률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밖에 20.8%의 응답자는 비자금이 없다고 답변하고 나머지는 ‘이 조사 자체가 의미 없는 것으로 오히려 여성들이 남편의 비자금 유무에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또한 비자금이 있는 남성들을 유형별로 나눴는데, 도박하고 술 마시는데 함부로 쓰는 ‘탕진형’, 정기 저축하고 그 돈으로 책을 사거나 아내에게 선물을 사주는 ‘햇빛형’, 아내의 주머니를 뒤져 10만∼20만원씩 훔치는 ‘도둑형’, 월급은 아내에게 바치고 보너스를 챙겨 사교활동에 매진하는 ‘교활형’ 등 4개 유형으로 분류해 흥미를 끌었다.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이전에는 수입을 몽땅 아내에게 바쳤었는데 마작을 하려고 200원만 달라고 아내에게 간청했으나 모욕만 당했다”며 “그 후로는 적은 돈만 아내에게 주고 큰돈은 몰래 챙기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 가운데 유일한 20대인 우모씨는 “월급의 80%만 약혼녀에게 주고 20%를 정기저축 해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지난 2월 비자금으로 약혼녀에게 명품가방을 사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결혼 2년차인 유부남 서모(31)씨는 "수입을 모조리 아내에게 바쳐 담배 살 돈도 없어 아내 호주머니를 뒤지다 들켰다"고 털어놓았고, "그 후부터 아내가 자기 지갑의 돈을 세고 또 셌으며 일단 돈이 현저히 적어진 것을 발견하면 ‘당신 또 돈 훔쳤냐’고 야단을 친다"고 토로했다.
“큰돈은 몰래 챙겨”
조선 왕실에서도 비자금은 암암리에 존재했다고 한다. 유부남인 가수 조성모도 최근 모 프로그램에 나와 “비자금 조성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비자금은 상호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돈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해 쓰는 가치 있는 숨은 돈은 비상금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