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귀 막은 한국수력원자력 배짱 스캔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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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을대로 곪은 원전 '이러다 펑 터질라'

[일요시사=경제팀]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 원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수원이 재발 방지와 쇄신을 약속하면서 버릇처럼 내뱉은 말이다. 직원 22명이 조직적 납품 비리를 저질러 구속 기소 될 때도 그랬고, 마약 스캔들 때도 그랬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와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 부품 품질보증서가 몇 년간 위조됐는데도 한수원은 '까막눈'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한수원은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해 <일요시사> 편집국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보낸이는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호기 공사에 참여한 A씨였다. 5장으로 구성된 편지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편지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9월12일부터 11월7일까지 약 두 달간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3호기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당시 A씨는 일반 가정집도 붕괴될 수준의 부실공사 의혹을 현장 관계자들에게 제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해고당했다.

안전 이상무?

A씨는 편지를 통해 "ㄷ자 모양으로 제작되어 나오는 철근을 ㄱ자로 만들어서 시공을 하는 등 너무나 날림으로 공사를 했다"며 "다른 것도 아닌 원자력 발전소를 부실 공사 한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질 않는다"고 전했다.

ㄷ자 철근은 '유바(U-bar)'로서 원자력 발전소 등 주요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평근과 수직근 사이에 60∼100cm 간격으로 설치된다. 이 유바가 부실 시공될 경우 건물에 휘어짐이 발생하고 균열이 생기는 등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유바를 일부 절단해서 ㄱ자 모양으로 만든 뒤 철근 사이에 고정시키지 않고 걸쳐만 놓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신고리 3호기 건설 현장 측은 'A씨의 악의적인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설계도면상에 '유바를 사용하되 필요시 이를 절단해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140만 kW급 신고리 3호기는 내년 9월경 가동 예정이다. 안전 여부를 검토하는 데 아직 시간이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최근 불거진 '짝퉁 부품'이다.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8개 업체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을 위조했고, 짝퉁 부품은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짝퉁 부품은 영광 3·4·5·6, 울진 3호기 등 5곳에 이미 사용됐다. 특히 영광 5·6호기에 약 5000여 개 부품(98.4%)이 집중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영광 5·6호기를 연말까지 가동 중단시켰다.

이번 짝퉁 부품 스캔들은 지난 9월31일 외부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한 부품업체 직원이 "일부 업체가 평균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해외기관에서 보증서를 받아온다"고 한수원에 제보 했고, 한수원은 이때서야 조사에 착수해 위조 사실을 확인했다.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한수원도, 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지난 3월 울산지검의 납품비리 수사도 음료수 상자에 현금을 담은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내부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품질검증서 위조 짝퉁 부품 파문 '신뢰에 금'
납품비리·직원 마약 등 잇달아 '관리 구멍'

한수원의 내부 검증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올해만 해도 수차례 불거졌다. 지난 3월 터진 한수원 납품비리로 한수원의 모 처장은 본사 감사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납품업체를 등록시켜 주거나 수주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울산지검은 이 처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원전 비리와 관련해 기소된 한수원 직원 가운데 가장 높은 직책이었다. 또 한수원 본사간부 6명과 지역 원자력발전소 간부 16명 등 모두 22명의 한수원 간부를 구속 기소했다.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서 구매담당자가 뇌물을 받고 원자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중요 부품을 순정품 대신 모방품으로 쓴 일이 드러났고, 지난해에는 버려진 부품을 빼돌려 수리한 뒤 다시 원전에 사용한 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한수원이 짝퉁 부품을 아예 '몰랐다'고 하기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10년 동안 1곳도 아닌 8개 회사가 품질검증서를 위조하고, 납품업체가 이를 제보할 정도로 관행화됐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조직적인 묵인이 시도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도 부품보증증서를 위조해 미검증품을 한수원에 납품한 업체 8곳을 압수수색 하는 한편, 한수원 영광원자력본부와 울진원자력본부 관계자를 불러 납품업체와 공모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곳들은 수입 대행 업체들로 품목당 300만원이 소요되는 검증 비용과 국외 체류 비용, 검증 시간 등을 아끼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것 같다"며 "부품이 납품되면 수량·외관 검사와 서류 검사는 하지만 업체들이 위조한 서류를 제출한 것까지 파악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해명했다.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이번에도 역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 5일 긴급 브리핑에서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은 모두 방사능과 관련된 원전의 핵심안전설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사고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영광 5·6호기 중단에 대해서는 "방사능 유출과는 상관없지만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 소지가 있어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 불신 팽배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이 원전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와 쇄신을 약속해왔기 때문이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원전의 잦은 고장이 짝퉁부품과 한수원 내부의 비리와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어 그저 경악할 뿐"이라며 "그동안 한수원에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는데 모두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때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의식을 계도해왔는데 정작 계도해야 할 사람들은 한수원에 모두 모여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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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