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해외 원정낙태 실태

배 잡고 비행기 타더니 입국 땐 홀몸

[일요시사=사회팀] 원정출산에 이어 이젠 원정낙태다. 지난 3월 중국에서 밀반입한 낙태약을 국내에 유통시키고 불법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일부 임신부들을 상대로 낙태약 유통과 중국 원정낙태수술을 알선하는 등 비윤리적 사업으로 거액을 챙겼다. 당시 피의자들은 구속됐지만 원정낙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실태를 조명해봤다.


“유명 미국제약사에서 생산되는 낙태약을 부모님 모르게 전달해드립니다.”

올해 초 중국 산동성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내세워 현재 수입이 전면 금지된 낙태약을 나이·성별 관계없이 불특정다수에게 유통한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이들은 낙태약 1세트당 35만원씩 약 300여 명에게 판매해 무려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약에 있다.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 낙태약이었다. 많은 임신부들은 이들이 판매한 낙태약을 복용한 후 심한 복통을 일으키거나, 하혈을 호소하는 등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정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도 비교적 신뢰도가 적은 중국 의술과 비위생적인 수술환경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돼 감염이 생기거나 자궁 쪽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임신부는 원정낙태수술을 받고 돌아와 생리불순을 겪으며 장기적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병원 없어 ‘동동’
다른 나라서 수술    

그렇다면 원정낙태가 성행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원치 않은 임신에 있다. 아직 임신을 하기에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거나, 기형아 진단을 받은 경우 또는 미혼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학생 박모씨는 임신 징후를 느낀 여자친구와 함께 국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13주째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논의 끝에 낙태수술을 받기로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시술을 거부했다. 당시 병원 측은 “최근 불법낙태 파장이 번져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른 국내 산부인과에 몇 차례 낙태시술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박씨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를 통해 상하이의 한 중국 산부인과를 소개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여자친구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해 낙태시술을 받고 돌아왔다. 항공료와 수술비 등으로 130만원 가량 들었다. 박씨는 “아기를 낳을 수 없는데 국내에선 낙태를 못하게 하니 원정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임신 7개월이었던 직장인 이모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와 사이에 아이가 생겨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다. 이씨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불법 낙태약을 주문했다. 낙태약만 복용하면 쉽게 낙태가 될 줄만 알았던 이씨의 예상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배는 점점 불러만 갔고 임신 7개월이 된 이상 국내 어느 병원도 이씨의 낙태수술을 반기는 이 없었다.

국내 임신 중절수술 단속 강화되자 ‘해외로’
‘풍선효과’우려 현실로…허술한 중국에 몰려

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정낙태수술을 결심했다. 그녀는 관광비자를 받아 중국으로 건너가 뒤, 산동성 예타이시 모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았다. 수술비용은 약 150여만원에 달하는 거액이었지만, 이씨는 오히려 후련하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마음고생, 몸 고생하는 것 보다 낫다. 아기한테는 미안하지만 낙태한 후 솔직히 한 시름 덜었다”며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했다.

임신 13주차에 접어든 직장인 김모씨는 임신 초기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낙태를 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낙태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거니와 태아가 기형인 경우는 법에 규정된 허용 범위(본인 또는 배우자가 정신·신체질환을 앓고 있거나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에 들지 않아 병원에서 낙태를 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김씨는 망설임 끝에 중국 원정낙태를 결심했다. 원정낙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의 경우 60만원에 당일 퇴원이 가능했고 10주가 넘으면 최대 130만원의 비용에 5박6일 일정으로 입원해 수술 받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출산 직전인 임신 28주까지 수술이 가능하다는 곳도 있었다.

한 중개업체는 김씨에게 “나이 어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입원 기간 중 한국 예능프로나 드라마도 시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서도 불법인
임신 8개월 낙태

국내 불법낙태가 감소하면서 되레 원정낙태는 급증하고 있다. 낙태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각 지방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가 원정낙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검색만 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원정낙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모 병원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상담원을 두고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병원의 경우 조선족 상담원이 한국인 낙태 상담을 전담하고 있다. 상담원에게 “임신 6주인데 낙태가 가능하나”라고 묻자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예약만 하면 진찰 후 수술이 가능하다”며 “7주 이하의 경우 비용은 보통 4000위안(약 67만원)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낙태수술 일정이 많아 일주일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며 “중국에 와서 진찰 후 수술까지 며칠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본지 기자가 찾은 한 블로그에는 자신을 린지라고 소개한 한 원정낙태 브로커가 ‘한국낙태수술 요금이면 중국옌타이에서 2박3일 관광 겸 수술가능!’이란 글귀와 함께 버젓이 원정낙태를 광고하고 있었다. 광고글에는 날짜, 비자 받는 법, 비용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고, 8개월 이상인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당당하게 원정낙태를 유도했다.

“8개월도 가능”브로커 인터넷 활개
한국인 전문상담원 두고 불법 영업

‘수술할 병원에서는 토·일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매일 진찰, 접수, 수술합니다. 한국인 전문 상담원 마련돼 있습니다. 중국에 오려면 여권의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중국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5일 전 5박6일치 왕복 항공권을 예매해야 합니다. 여의사는 중국인이지만 간호사들은 모두 조선족이라서 한국말 가능하며 한국식음식도 제공합니다. 중국도 임신 27주부터는 법으로 수술을 금지하고 외국인도 받아주지 않으나 위 두 가지를 모두 말끔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10주 이하는 당일 수술해드립니다. 수술비용은 10주 이하일 경우 65만원, 10주∼32주(8개월)까지는 왕복 티켓값을 제외한 총 130만원으로 입원비, 수술비, 식대, 간병인비, 수수료 등이며 이외에는 일절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원정낙태의 안전함을 강조했다. 광고글에 의하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중국으로 원정낙태를 떠나는 이유는 낙태에 대한 중국의 사회적 인식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하기(처벌조항 없음)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탓에 아직도 산아제한 정책(한 가족 1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 해 1300만건 가량 낙태시술이 이뤄지고 있어 부산과(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국 의사들보다 훨씬 수술 경험이 많아 믿고 수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중국원정낙태가 증가하는 원인이라며, 원정낙태를 할 사람들은 365일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한 중국 유학생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병원들이 낙태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 의사들을 일종의 ‘영업맨’으로 고용한 후 낙태를 전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중유통 낙태약
수술보다 안전?

기승을 부리는 건 비단 원정낙태만은 아니다. 2년 전 중국에서 밀반입한 불법 낙태약이 처음 국내 임부들에게 접촉된 후 올해 초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력 피의자 3명을 검거했지만, 아직도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프프렉스-낙태약 왜 수술보다 안전한가?’ ‘낙태약 판매합니다’ 등 낙태약 홍보마케팅을 하며 원활한 문의를 위해 자신의 이메일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불특정다수를 향한 홍보가 위험한 이유는 누구든지 불법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태약 사용을 허가한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도 의사의 처방과 지속적인 진단을 받은 후 낙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낙태약을 복용한 후 사망한 여성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처럼 온라인상에서의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 불법거래를 마냥 방치할 경우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도 낙태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의사의 처방 없이 무단약물복용은 훗날 임신부에게 합병증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성장기인 청소년 때부터 낙태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나중에 불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낙태약이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낙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몇몇 산부인과에서는 음성적으로 낙태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이 10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낙태약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치 않은 임신
피임으로 예방

경찰 및 의료계에 따르면 낙태반대 운동이 활발해진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불법낙태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원정낙태는 확연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불법낙태로 입건된 건수는 2010년 78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 원정 낙태는 성행하고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05년 34만 건이었던 국내 낙태 건수가 2010년 17만 건으로 반토막 난 점을 감안하면 중국, 몽골 등 해외 원정 낙태가 최대 10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모 산부인과 의료진은원정낙태 현상에 대해 “국내 낙태가 한 해 수십만 건임을 감안할 때 급하고 불가피한 사람들은 중국 등으로 낙태 원정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임신부가 낙태를 전후로 쉬지 못하고 비행기를 타는 등 무리하게 움직이면 건강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의료기관에서 낙태를 하다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골반염에 걸려 불임이 되거나 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며 “국내보다 의료시설이 낙후된 중국에서 낙태수술을 받다 보니 질 입구나 자궁이 찢기거나 감염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파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낙태는 한 생명을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 산모의 건강에 큰 해를 끼친다. 사전에 철저한 피임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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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