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아웃도어의 불편한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1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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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가는데…등산복은 히말라야 스타일

[일요시사=경제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보다 절묘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식을 줄 모르는 아웃도어 열풍을 두고 하는 소리다. 이젠 누구나 하나쯤은 필수로 가지고 있는 국민아이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각 브랜드마다 고기능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현혹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웃도어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국내 아웃도어(outdoor·등산 등 야외활동) 시장 성장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경기침체로 다른 의류들은 성적이 부진한데도 2000년대 초반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업체만 10곳을 넘고 브랜드만 100여개에 이를 정도다. 올 초에는 삼성그룹 계열 제일모직까지 뛰어들었다. 그만큼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 산업이란 얘기다.

황금알 낳는
아웃도어 시장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웃도어 의류와 각종 용품은 전문 산악인이나 이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등·하교나 출·퇴근길에서 아웃도어 룩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웃도어 룩’이라는 패션 장르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주5일제 도입으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일어났고 복장 자율화 기업이 늘어난 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실내 여가활동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삶의 여유가 늘어나면서 등산, 캠핑, 하이킹, 트레킹 등의 아웃도어 활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이 흐름에 맞춰 큰 인기를 끈 KBS2TV<해피선데이-1박2일>이라는 여행 프로그램도 한 몫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에 명산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자기 개발 시간으로 가장 합리적인 ‘등산’이라는 운동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라며 “때문에 브랜드 아웃도어 의류를 찾는 고객 수도 늘었고 또 한 고객이 사는 옷의 숫자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불황에 다른 옷은 안 팔려도 없어서 못 팔 지경
비싸야 잘 나가?…가격 거품 논란에 짝퉁 주의보

실용성 있는 제품력도 성장률을 증가시킨 원인이다.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실용성 제품의 출시는 ‘아웃도어는 등산복, 남성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각 브랜드마다 아웃도어가 단지 등산이라는 개념을 탈피해 바이크, 트레킹 등에 적합한 다양한 제품라인을 선보였고 심지어 캐주얼 의류를 대체하는 평상복 영역까지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업계관계자는 “원래 아웃도어는 등산 같은 야외활동을 돕기 위해 제작된 기능성 제품이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이 평상복처럼 입고 다닌다”라며 “10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인 ‘바람막이 점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연령층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문 산악인을 모델로 하던 아웃도어 업계 상식을 깨고 ‘스타마케팅’을 도입한 것도 인기 비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노스페이스는 빅뱅, K2는 원빈, 휠라스포츠는 차승원, 블랙야크는 조인성, 아이더는 이민호와 소녀시대 윤아, 밀레는 엄태웅, 빈폴은 수지와 김수현 등 스타급 연예인들이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들의 이미지를 끌어와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는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급성장한 외연 뒤로 아웃도어는 잇따른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양복 한 벌 값을 훌쩍 넘는 고가격 논란이 그 첫 번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 아웃도어 제품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만하려면 100만원이 가볍게 넘어가는 것은 우습다. ‘노페 교복’으로 통할 만큼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 교복 같은 필수품이 된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 가격은 높게는 50만∼100만원에 달한다.

터무니없는 가격
‘등골 브레이커’

이 때문에 이 점퍼를 사주느라 학부모들의 등골이 휜다는 의미로 ‘등골 브레이커’ 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 가격대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는 ‘노스페이스 계급도’가 인터넷에 나도는 등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 갖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착용을 금지한 학교도 생겼다.

그러다 지난 2월 서울YMCA는 국내 아웃도어 제품 가격이 해외에 비해 50%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3번만 세탁하면 기능이 뚝 떨어지는데 값은 일반 제품의 2배나 된다는 소비자 조사 결과도 나왔다. 소비자들은 거세게 비난했다.

주부 김모(38)씨는 “해외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데도 브랜드만 보고 산 한국 소비자들은 모두 봉”이냐며 “다른 제품에 비해 기능적으로 좋은지도 따져보지 않고 구입하려면 차라리 아웃도어 업체에 기부하는게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박모(45·남)씨도 “소비자들의 명품심리를 이용한 고가 마케팅 전략은 이제 버려야 한다”며 “국민아이템이 된 만큼 그에 걸 맞은 기능과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짢아했다. 

가격 거품논란 속 짝퉁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주로 해외 명품 브랜드 상표를 베껴 팔던 ‘짝퉁(가품)’이 이젠 ‘블랙야크’ ‘코오롱 스포츠’ 등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무턱대고 싸다고 샀다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특허청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는 가을 단풍 나들이 철을 맞아 ‘짝퉁’ 아웃도어 의류에 대한 집중수사를 통해 위조상표 제조ㆍ유통업자 4명을 적발, 이 가운데 1명을 구속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유명제품에 독소…
정력 감퇴 위험도

특허청은 이들로부터 의류 완제품 총 8600여점(정품 7억원 상당)을 압수했으며 이중 5000여점이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등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상표권 특별사법경찰대 이병하 대전사무소장은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어 짝퉁 브랜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값이 싸다고 해 인터넷 쇼핑몰 등을 이용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정품 매장에서 구입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자연을 벗 삼기 위해 입고나가는 아웃도어 의류가 오히려 화학물질 범벅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 유명 메이커들의 아웃도어 의류가 정작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로 오염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독일 등지에서 구입한 ‘잭울프스킨’, ‘바우데’, ‘노스페이스’, ‘마모트’,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의 여성과 아동용 방수 재킷, 방수 바지 등 14종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과불화탄소(PFCs)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과불화탄소는 내분비 체계에 혼란을 유발하고 생식 기능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방수 의류 내·외부를 건조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을 위해 이 물질을 쓰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악 호수와 북극 빙하에서 해저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지역에서 과불화탄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아웃도어 의류와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또 “과불화탄소는 환경에서 제거하기 매우 어려운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비바람 막는다더니 정력감퇴에 환경오염 덩어리
못 믿을 브랜드…건전하고 개성 있는 소비해야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는 “한국에서 시판되는 제품 중에는 해당되는 제품이 없다”면서 보고서에 포함된 제품은 독일에서 판매 중인 제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유럽 국가들처럼 의류에 사용되는 플루오르 화합물을 규제하고 있지 않아 남의 일처럼 방치할 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특히 아동용 의류의 경우 아이들이 옷이나 옷을 만진 손을 입에 넣을 우려가 높고 플루오르 화합물은 체내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내에서도 해당 제품들을 검사해 실태를 파악한 뒤 적절한 규제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 열풍은 여전히 끝이 없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올해도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거품 가격이나 마케팅 혈전, 한국인의 명품 선호 등의 다양한 문제도 있다. 이러한 아웃도어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잘못된 소비문화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 뒷산을 올라도 장비만큼은 브랜드로 갖추고, 신발도 명품으로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보온 파카만 하나 더 구비하면 북한산을 오르는 사람의 절반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품 고집 소비자들
과시욕에서 벗어나야

한 심리학과 교수는 “고가의 아웃도어 시장이 확산되면서 낳은 부수적인 문제는 명품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남에게 내 수준과 여유로움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과시욕에서 벗어나 합리적 소비태도를 가져야 한다. 건전하고 개성 있는 소비 교육도 필요하다. 아웃도어 의류업계 역시 가격에 걸맞은 효용과 안전성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잊어선 안 된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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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