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bhc 박현종 막전막후

머슴은 머슴…‘팽’ 쫓겨난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치킨 전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치킨업계를 대표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명분도 과정도 뜬금없는 상황에 그 배경을 알아보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박현종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가 해임됐다. bhc 지주사 GGS는 발 빠르게 새 대표이사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세웠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bhc=박현종’ 공식이 깨진 순간이다. 

손 못쓰고
당했다?

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GGS 등기임원이자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인 차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 해임,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8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산하 자회사에서 박 전 대표와 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각 신임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박 전 대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대표도 맡아왔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GGS는 bhc 지분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약 45%씩 지분을 갖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지분은 9%가량이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그룹이 BBQ로부터 bhc를 인수할 당시 CEO로 영입됐다.

MBK는 2018년 박 전 대표가 로하튼그룹으로부터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투자를 진행, 보유 지분을 45%까지 확보했다. 

업계는 박 전 대표의 해임에 ‘갑작스럽다’ ‘뜬금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bhc가 종합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물이 공개적으로 경질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찾기 힘들어 경쟁업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금옥 대표도 함께 해임
소송·가맹점 갑질 리스크?

bhc치킨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해 왕좌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 2017년 2400억원대였던 치킨 매출이 5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른 외식 분야서도 아웃백스테이스하우스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GGS 측이 내놓은 박 전 대표의 해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10년 넘게 이어진 bhc와 BBQ의 이른바 ‘치킨 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hc와 BBQ는 한때 한 기업이었지만 2013년 6월 BBQ가 bhc를 매각한 이후 10년째 30여건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대부분 기업 대 기업 소송이지만 일부는 박 전 대표 개인이 연루된 소송도 있다. 실제 BBQ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은 1심서 박 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표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접속 내역이 BBQ 서버에 없으며 증거 역시 없다고 주장하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간접증거를 모아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에서
진흙탕 싸움

직접증거는 없을지라도 정황상 박 전 대표가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항소심서도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원심 양형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서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경쟁사의 대표이사로 자신의 사무실서 상대방 회사의 내부 전산망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취득하고 200억원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재판서 승소까지 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수사 시 증거인멸이나 수사 심의 및 신청고 취하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지연시켰고 법정서도 명백한 증거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있기에 가벼운 원심 양형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6월 BBQ가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로하틴그룹은 계약 하자를 주장하면서 잔금 약 100억원 지급을 거절했다. BBQ가 매각 과정서 진술 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다. 

로하틴그룹은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로하틴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BBQ는 박 전 대표가 bhc 매각 당시 BBQ 해외사업 부문 대표로 있으면서 매각 업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정보를 확보했고 2016년 박 전 대표와 bhc 임직원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긴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이와 관련해 BBQ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박 전 대표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해묵은 논란
진짜 이유는?

ICC 판결 이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등 주주 5명은 박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매각 업무 담당자가 모두 bhc로 이직해 관련 자료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원래 채무를 갚아야 할 사람에게 가지는 권리를 뜻한다. 


1심은 BBQ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전 대표가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것은 맞지만 BBQ 본사도 매각 과정을 감독하고 확인할 책무가 있어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전 대표가 BBQ에 약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 BBQ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 소송 등에서 법원이 잇따라 상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주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제기됐다. bhc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갑질 논란 등 가맹점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bhc 관계자는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bhc 가맹점주들은 교촌, BBQ에 비해 크게 높은 bhc의 영업이익률이 원가 폭리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등은 국감에 출석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맹점에 튀김유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도 받았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기성품인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뜬금 퇴장’에 수많은 추측
무너진 10년 신화 뒷말 무성

해당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서 직접 살 수 있는데도 불합리하게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본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한 bhc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동부지법은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총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부터 울산서 가맹점을 운영해 온 진씨는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선출된 2018년 bhc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이나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해 8월, 본사 임직원들을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발했고 2019년 4월에는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자 bhc 본사는 진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본사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다”며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bhc 본사와 진씨 사이에 소송전이 이어졌고 해지무효확인 본안 소송서 진씨가 승소하면서 해지 통보의 효력이 상실됐다.

이후 진씨는 bhc 본사에 5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hc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진씨의 재산상 손실인 8225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해당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 때문. 2017년 10월 도입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한 거래 거절 등으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가맹본부가 3배 범위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연루된 소송전과 가맹점 갑질 논란 등이 갑작스러운 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당 사안은 bhc의 ‘꼬리표’로 인식될 만큼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인데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문제로 삼는다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배경으로 MBK의 의도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리스크’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서 MBK와 bhc 경영진 사이서 누적된 갈등이 박 전 대표 등의 해임으로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가치
높이려고?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한 bhc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BBQ와의 치킨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초 소송전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갈등서 비롯된 만큼 그 요소가 사라지면 전쟁 역시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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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